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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사범 잡으려고 여장한 킥복서 경찰관

입력 : 2017-06-28 15:52:01 수정 : 2017-06-28 16: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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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선 장소서 가발 벗고 "경찰관입니다"…5명 검거 성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제공]
마약사범을 붙잡기 위해 여장까지 마다치 않은 국가대표급 킥복서 형사의 활약상이 화제다.

28일 경기 안양만안경찰서에 따르면 이 경찰서 형사과는 지난 2월 마약 투약자들이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성관계 대상을 구한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나섰다.

앱에는 '얼음', '차가운 술' 등 마약을 뜻하는 은어와 함께 성관계 대상을 찾는다는 글이 다수였다.

성관계 시 흥분을 극대화하려는 마약 투약자들이 올린 게시물이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제공]

경찰은 이들을 검거하기 위해 접선을 시도했으나 쉽게 될 리가 만무했다.

마약 투약자들은 접선 장소 근처에 자리를 잡고 현장을 바라보다가 채팅 상대 여성이 나오지 않으면 그대로 자리를 뜨기 일쑤였다.

만나기로 약속해놓고도 마약사범의 그림자도 못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여경을 투입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형사과 전체에 여경이 1명 뿐인 데다, 마약사범과 홀로 맞닥뜨려야 해서 돌발 상황이 벌어질 위험도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제공]

이에 형사과 형사2팀 소속 우정훈(32·경장) 형사가 여장을 자처하고 나섰다.

사비를 털어 자신에게 꼭 맞는 여성용 셔츠와 미니스커트를 사 입고, 검은 스타킹에 구두까지 착용했다.

또 가발과 선글라스,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그래놓고 나니 누가봐도 영락없는 30대 여성의 모습이 됐다.

여장한 우 형사는 접선 장소로 나가 마약사범을 잇달아 검거했다.

예쁘고 젊은 여성인 줄 알고 다가섰던 마약사범들은 가발 벗은 우 형사에게 모두 제압됐다.

우슈 3단인 우 형사는 경찰관이 된 2011년 이후에는 킥복싱으로 자신을 단련해왔다고 한다.

연간 서너 차례씩 지금껏 20회 이상 대회에 출전했으며 입상한 횟수도 10회가 넘는다.

이 중에는 전국체전 은메달 2번, 국가대표선발전 은메달 수상이 포함돼 있다.

우 형사는 "어떻게 하면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여장을 하기로 했다. 이 방식을 쓴 수사 대상은 전부 검거했다"며 "검거 과정에서 격투는 없었다. 모두 완력으로 제압했다"고 말했다.

안양만안서는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우 형사가 붙잡은 마약사범 5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우 형사의 여장 사실을 모르는 동료들은 사건 관계인인 여성이 경찰서에 온 줄 알 정도였다"며 "우 형사는 평소 퇴근 뒤에도 범인 검거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훌륭한 경찰관"이라고 우 형사를 치켜세웠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우 형사의 활약상을 공식 페이스북(www.facebook.com/gyeonggipol)에 올려 홍보할 계획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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