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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내외국인 임금 차별은 ‘달콤한 독’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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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25 23:27:45 수정 : 2018-05-14 14: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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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에서 최저임금 수준을 연차적으로 인상해 2020년에는 시급 1만원에 달하도록 하겠다고 공약했고 정부는 그 순서를 밟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은 7530원이고,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저임금 인상 효과는, 찬반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국민의 소득수준을 높임으로써 삶의 질을 개선하고 내수시장을 확충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그렇지만 일부 사업주는 “내국인이라면 얼마든지 임금을 지급하겠지만 외국인에게 내국인과 똑같은 수준의 임금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내외국인 간 임금 차별을 금지하는 법 조항을 들어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외국인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몇몇 국내 노동자들은 “한국에서 한국인이 외국인보다 더 높은 임금을 받는 게 정상이 아니냐”며 한국인과 외국인이 같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 것에 대해 못마땅해한다.

이러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의 심정은 이해할 만하지만 그 논리는 시장 기제에 반한다. 한국인 사이에서도 생산성, 경력, 숙련에 따라 임금이 다르듯 내국인과 외국인 간 노동능력의 차이를 반영한 임금 차등은 당연하므로, 노동능력이 같은 경우를 기준으로 생각해보자. 노동능력이 같은데 임금수준이 다른 두 노동자가 있다면 사용자는 누구를 먼저 고용할까. 당연히 임금수준이 낮은 노동자일 것이다. 외국인이 한국인보다 시장에서 낮은 임금을 받는다면, 사용자는 외국인을 먼저 고용하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한국인은 일자리를 잠식당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세계 각국의 노동법은 국적에 따른 부당한 차별적 처우 금지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근로기준법’과 ‘외국인근로자의고용 등에 관한 법률’ 등 국내법은 물론, 국제노동기구(ILO)의 ‘고용 및 직업상 차별대우에 관한 협약’(제111호) 등 국제법에서도 명시하고 있다. 외국인 차별 방지와 내국인의 일자리 보호를 동시에 도모하는 규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
독일을 비롯한 몇몇 나라에서는 외국인이 시장임금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할 경우 그의 체류자격을 박탈한다고 법으로 명시해 외국인의 ‘임금 덤핑’도 차단한다. 외국인이 시장임금보다 현저히 낮은 저임금을 받고 취업하는 것은 자국의 노동시장을 교란해 공공복리를 해치는 행위로 엄금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외국인에 대한 차별임금을 용인하되, 사용자가 외국인을 고용해 얻은 수익분만큼 정부에서 외국인 고용부담금으로 징수한다. 사업주가 얻은 이익을 국가가 징수함으로써 내국인의 일자리가 잠식되는 효과를 방지하고, 그 금액을 자국 노동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지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방식은 ILO 제111호 협약 위반으로 한국은 채택할 수 없다.

외국인에 대한 임금 차별을 제도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눈앞의 이해관계만 따지다 보니 나온 것이다. 임금 차별은 ‘당장 입에 넣기에는 달지만, 독이 들어 있는 꿀’과 같아서 ‘일자리 잠식’만 가속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일자리 창출’이 정책 화두가 되는 오늘날, 외국인과 한국인이 더불어 사는 길은 자본주의 경제 질서의 바탕 위에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규범을 준수하는 데 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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