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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트럼프의 ‘트위터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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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03 20:45:59 수정 : 2018-06-03 22:4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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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뉴스·정책 잇단 ‘돌출 트윗’/백악관 참모들 뒷수습하기 바빠/美대통령 말 한마디, 전세계 영향/정책혼선 초래 SNS 사용 줄여야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김정은과 나의 회담이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것이다.”

지난달 10일 밤 11시37분(한국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북·미 정상회담 장소를 깜짝 공개했다. 또 지난달 30일 오후 7시30분 “김영철 북한 부위원장이 지금 뉴욕을 향하고 있다”는 트윗(트위터에 글을 올림)으로, 북·미 고위급회담이 있음을 확인했다.

엄형준 국제부 차장
한국 기자들에겐 최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를 모니터링하는 새로운 업무가 추가됐다. 한국뿐만이 아니다. AP와 같은 글로벌 통신사와 CNN,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속보로 내보내기에 바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무부나 백악관에서도 알려주지 않는 핵심 뉴스나 정책을 종종 자신의 트위터로 선공개한다. 심지어 트위터를 통해 장관 해임발표를 하기까지 했다.

이 같은 돌출 트윗은 백악관 관계자들조차 모르게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그가 트윗하고 난 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의미를 해석하고 정책을 설명하기에 바쁘다.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 발언을 수습하는 1차 역할을 맡은 백악관 대변인 자리는 ‘극한직업’으로 여겨질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사랑은 이미 오래전에 시작됐다. 그는 2016년 미국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트위터를 자신의 언로로 애용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의 주류 언론 및 정치인과 각을 세웠던 미 정치계의 이단아였던 트럼프에게 트위터는 자신의 입장을 알릴 수 있는 최고의 대체수단이었다. 그는 지난해 미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소셜미디어가 없었으면 나는 이 자리에 없었을 수도 있다. 가짜뉴스가 있고 나는 언론에서 매우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말했다.

트위터와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민주주의의 유용한 수단임은 분명하다. SNS를 이용하면 언론을 거치지 않고도 말하고 싶은 바를 직접 다수에게 전달할 수 있고 반응(피드백)도 빠르다. 유권자들은 트위터를 통해 가공되지 않은 대통령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아도 과유불급이다. 너무 많은 발언은 자칫 정책을 혼란에 빠트릴 수 있고, 그 영향은 미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일례로 그는 트위터에 중국 통신기업인 ZTE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에 미국의 정치권과 행정부 관리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논란이 커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사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통령 후보가 아닌 진짜 미국의 대통령이 된 그가 세계의 경제·외교·국방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의 말 한마디에 주요 증권 지수가 폭락하거나 각국이 정책노선을 수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트위터는 열려 있는 언로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비난 댓글을 쓰는 트위터 사용자들을 차단했는데, 이에 대해 미 법원은 “트위터 이용자들의 의견을 차단하는 것은 수정헌법 1조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최근 미 일간 USA투데이가 유권자 2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72%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국가의 정치적 위상에 해를 끼친다는 응답도 57%나 됐다.

그의 트윗은 아침 일찍 시작되고 밤늦게까지 이어져 많은 이들을 괴롭게 한다. 세계 정치권도 그의 트윗에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처지다. 특히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한국은 더더욱 그렇다. 그가 트윗을 조금만 줄여도 지구가 조금은 평안해질지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는 정보통신기술(ICT) 시대를 맞아 정치권에 들이닥친 변화의 바람이자 뜨거운 논란거리다.

엄형준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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