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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오열 "용균이, 하루만 더 살았다면 '절대반지' 껴봤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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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2-18 07:00:00 수정 : 2018-12-18 07:3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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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발전 하청 비정규직 김용균씨 사망 후폭풍 “정부가 운영하는 곳이니 좋은 곳인 줄 알고 보냈습니다.”

17일 청와대 앞에서 열린 시민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어머니 김미숙씨는 어이없는 사고로 아들을 잃은 비통함으로 회견 내내 오열했다. 협력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했던 김용균씨는 지난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의 운송설비 점검을 하다가 사고로 숨졌다.
17일 기자회견 현장. 나진희 기자

어머니는 “그렇게 위험한 곳인 줄 알았더라면 가지 말라고 했을 것이다. 아이 동료들에게도 ‘너희들은 너무 소중한 사람이니 여기서 다치기 전에 그만두라’고 말했다”며 “모든 노동자가 더 이상 죽지 않고, 비정규직으로 어렵게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머니 “하루라도 더 살았다면 ‘절대반지’ 껴봤을 텐데” 오열

어머니 김씨는 아들이 숨진 작업현장을 찾았다가 열악한 환경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원청인 한국 서부발전에 하고 싶은 말이라며 “니들이 사람이라면 그렇게 열악하고 험악한 곳에서 일 시킬 수 없어”라고 분노했다.

김씨는 “어제 아들 기숙사에 가봤다. 문 앞에 작은 상자가 있었다. 택배회사에서 아들에게 온 것이었다. 뭔가 하고 뜯어보니 가슴이 너무 아팠다. 아들이 집에서 있을 때 영화 <반지의제왕>을 좋아했다. 그 영화에 나오는 반지를 사달라고 저에게 말했는데 저는 조금 지나면 그 마음 없어질 줄 알고, 나중에 사고 싶으면 사준다 했다”며 “세월이 지나 제가 물었다. 아직도 그 반지 사고 싶냐고. 아들이 말하길, 조금 있으면 취업하니 자기가 돈 벌어 산다고 했다.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라고 했다. 문 앞에 뜯어본 소포에 그 반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故 김용균씨가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 시민대책위원회 제공

그는 이어 “그렇게도 갖고 싶던 반지였는데, 결국 껴보지도 못하고 저세상으로 갔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같이 일하던 동료들에게 물어봤다. 월급 받으면 뭐하고 싶냐 했더니 반지 사고 싶다고 했다고 하더라. 애인에게 주려는거냐 했더니, 예전부터 반지의 제왕 반지가 갖고 싶다고 했다더라”며 “마음이 너무 아프다. 하루만이라도 더 살았다면 그 반지 껴봤을텐데”라고 안타까워 했다.

김씨는 “지금도 그 반지 보면 아들에게 전해주고 싶은데, 죽은 아이 손가락에 끼워주면 아이는 알까? 좋아할까? 가슴이 미어진다. 이 반지만 보면 아들의 말이 너무나 생생하게 생각나 가슴이 아프다. 그때 해줄걸. 지금 이 반지를 어떻게 전해주면 좋을까?”라며 슬퍼했다.

◆동료 “목숨 걸어야하는 작업에 고작 3일 안전교육...그마저도 제대로 못해”

김용균씨의 ‘사수’ 역할을 했던 한국발전기술 이성훈씨는 앞서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조금 더 내가 붙들고 (용균이를) 교육을 시키고 조금 더 이런 건 조심하고 더 그걸 갖다가 좀 더... 좀 더 자세히 가르쳐줬으면 이런 사고 안 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교육은) 3개월도 짧다. 3개월도 짧은데 3일만, 3일도 그것도 말이 3일이지 그 전날부터 위에 팀장이나 실장님은 ‘야, 빨리 현장 투입해, 현장 투입해’ 아니, 얘를 일주일도 아니고 그 시간이 뭐가 아쉬워서 투입하라고 그렇게 독촉을 하는지”라고 자책했다.

이씨는 “동료들도 지금 여기서 일하다가 저는 또 사고가 날 거라는 걸 100% 자신한다”며 “그래서 동료들한테... 여기 있는 애들 나이 평균이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이다. 너무 어린애들이잖은가. 아무것도 모르고. 그런 애들이 현장에서 이게 안전 조치며 무슨 개선사항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이상은 이런 사고를 떠안고 걔들은 또 일을 해야 된다”고 말했다.

◆하청업체 비정규직 김용균씨, 발전소 컨베이어 점검하다가 사고

한편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의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김씨는 지난 11일 오전 3시20분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의 트랜스타워 5층 내 컨베이어 점검 작업을 하던 중 연료공급용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사망한 채로 직장 동료에게 발견됐다.

태안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숨진 김씨는 사고 전날인 지난 10일 오후 6시쯤 출근해 11일 오전 7시 30분까지 트랜스타워 5층 내 컨베이어를 점검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김씨는 지난 10일 밤 10시20분쯤 같은 회사 직원과 통화 이후 연락이 안 돼 같은 팀 직원들이 찾던 중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사망한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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