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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하인리히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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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2-18 23:23:44 수정 : 2018-12-18 23: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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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보험회사 직원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는 1931년 ‘산업재해 예방:과학적 접근’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는 자신이 접한 수많은 산업재해 사례를 분석해 하나의 통계법칙을 발견했다. 산업현장에서 재해가 발생해 중상자 1명이 나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가 29명, 같은 원인으로 부상당할 뻔한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이 더 있다는 것이다. ‘1: 29: 300 법칙’ 즉 ‘하인리히 법칙’은 대형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존재한다는 교훈을 준다.

하인리히 법칙은 각종 재해는 물론 권력에도 적용된다.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 김태우 수사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인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의 비리의혹을 조사해 보고했지만 묵살되고 되레 징계받았다고 최근 폭로했다. ‘민간인 사찰’, ‘코드 감찰’ 주장까지 나와 파장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온통 흐리고 있다”며 개인 비리로 법적 대응을 할 태세다. 하지만 그는 “감옥에 가더라도 할 말은 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경호처 5급 직원 음주폭행, 의전비서관 음주운전에 이어 터진 대형 악재라 ‘레임덕’이란 말까지 나온다.

이번 사건은 박근혜정부 때인 2014년 11월 터진 ‘박관천 문건’ 파문의 데자뷔다.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박관천 경정은 “대한민국 권력서열 1위는 최순실, 2위는 정윤회, 3위는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보고서를 썼다. 비정상적인 권력 작동에 대한 경고등을 켠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지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이야기들에 나라가 흔들린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묵살했다. 박 경정은 쇠고랑을 차야 했다. 내부 감시체계 붕괴와 사실 은폐는 결국 박근혜정부의 몰락을 불러왔다.

전개 과정을 보면 두 사건은 여러모로 비슷하다. 청와대 파견 수사관이 집권 2년 차에, 여권 실세 비리의혹 조사, 문건 유출 보도, 청와대 강력 부인, 문건 작성자 처벌 등등. 조국 민정수석 책임론이 다시 불거지고, 야당은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에도 하인리히 법칙이 적용될지 두고 볼 일이다.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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