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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화단·골목 담벼락 ‘악취’ 진동… 현장 적발 때만 경범죄 처벌 가능 [김동환의 김기자와 만납시다]

입력 : 2023-05-28 17:00:00 수정 : 2023-05-28 17: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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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방뇨 방관 언제까지

구청 홈피에 피해 호소 민원 잇달아
지자체 단속 권한 없어 경찰에 이관
美, 담벼락에 물 튕겨내는 페인트칠
당국,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 나서야

낮 최고 기온이 26도를 기록한 지난 23일 오후 2시쯤 서울 구로구 거리공원 인근 인도에서 ‘훅’ 하고 지린내가 코를 덮쳤다. 두리번거린 끝에 지하철 2호선 고가 철로 교각과 인도가 맞닿은 곳에서 냄새의 진원을 찾았다. 지열을 타고 공기 중으로 올라온 지린내는 청소되지 않은 채 오래 방치된 공중화장실의 그것과 유사했다. 오랫동안 노상방뇨가 벌어져 온 것으로 추정된 이곳에서 몇걸음만 더 가면 노상 주차장이 있다.

◆골목엔 ‘오줌 싸면 죽는다’ 경고

지난 22일 오후 2시쯤 찾은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청과물시장 내 한 가게 앞에는 ‘오줌 싸면 죽는다!’는 다소 과격한 경고 메시지가 눈에 띄었다. 성인 남성 2~3명이 지나갈 정도 폭의 가게 앞 골목은 대낮인데도 오가는 이가 드물었다. 가게 문이 닫혀서 경고 메시지를 적은 경위를 업주에게 물어볼 수 없었지만, 근처 다른 상인은 “오래전부터 몰래 오줌 누고 가는 사람이 많다”고 귀띔해줬다.

지난 22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청과물시장 내 한 가게 앞에서 ‘오줌 싸면 죽는다!’고 적힌 다소 과격한 경고 안내가 붙어 있다.

서울 각 구청 홈페이지에는 노상방뇨 피해를 호소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한 누리꾼은 동대문구청의 ‘구청장에게 바란다’ 게시판에 글을 올려 청량리 재정비 촉진구역 내 조성 중인 공원 공사현장에서 노상방뇨를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사람이 눈앞에 있어도 노상방뇨를 한다”며 “개나 다를 게 없다”고 격하게 성토한 뒤 쾌적한 공원거리를 만들어달라고 당국에 요청했다.

구청 측은 답변에서 “공원 내 노숙인 유입 등에 따른 노상방뇨 우려에 대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사각지대 최소화를 위해 폐쇄회로(CC)TV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이 밖에 아파트 단지 인근과 서울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주변 노상방뇨 실태를 지적하는 글 등이 성동구청과 마포구청 홈페이지에도 남아 있다.

◆구청은 실질적 단속 권한 無

종로구가 탑골공원 일대 노상방뇨 피해를 뿌리 뽑으려 경비인력을 확충하고 단속 횟수를 늘리기로 약속하는 등 서울의 각 구청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섰지만 실질적 단속 권한은 없어 손쓰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관련 민원 답변에도 ‘노상방뇨 부분은 경찰의 업무다’, ‘구에서 노상방뇨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해 경찰서에 단속 협조를 요청했다’, ‘경범죄 단속은 경찰 소관 사무다’ 등 경찰 소관 언급이 주를 이룬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금연구역의 흡연 단속과 달리 노상방뇨는 적발해도 당사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권한이 없다”며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경찰에 이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범죄처벌법이 노상 방뇨한 이에게 1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지만, 이마저도 현장에서 적발하지 않는다면 어렵다.

국내 포털 사이트엔 술에 취해 공터에서 노상방뇨를 했다며 자신이 처벌받을 수 있는지 묻는 글이 올라왔는데 “현장 검거가 되지 않는 이상 추적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던 어느 변호사의 답변이 이 같은 현실을 방증한다.

◆특수 페인트 쓴 샌프란시스코

노상방뇨 문제는 오래전부터 다른 나라에서도 큰 골칫거리다.

앞서 미국 CNN 등 외신들은 2015년 샌프란시스코 당국이 노상방뇨가 잦은 지역의 인도 담벼락에 초소수성(超疏水性) 페인트를 칠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낸 바 있다. 초소수성은 방수성을 높여 물을 튕겨내는 성질이다. 노상방뇨 시 벽을 맞고 튕겨 나온 소변이 당사자의 옷과 신발 등을 젖게 하겠다는 게 당국의 취지다. 2002년에 과태료를 50달러에서 두 배로 올렸던 당국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유흥가 노상방뇨를 줄이기 위한 독일의 정책을 도입해 특수 페인트를 동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세계일보는 샌프란시스코 당국에 특수 페인트의 효용성과 함께 정책에 대한 질의를 보냈으며, 향후 후속 기사 형태로 관련 내용을 전할 예정이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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