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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몇점에 4만원?”…지역축제마다 바가지 논란, 원인은? [미드나잇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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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6-01 21:00:00 수정 : 2023-06-07 15:5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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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남원에서는 해마다 5월이면 춘향과 이몽룡이 처음 만난 날에 맞추어 춘향제가 열린다. 올해 제93회 남원춘향제에도 닷새간 40만명이 몰리며 우리나라 지역 축제의 효시로서 자존심을 지켰다. 하지만 수많은 인파가 몰리며 주목받은 춘향제에서 또다시 ‘바가지’ 논란이 점화됐다. 진해 군항제와 함평나비대축제에 이어 비싼 축제 행사장 음식값이 논란이 된 것이다. 때마다 불거지는 지역축제 바가지 논란, 그 원인은 무엇일까.

 

지난 3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남원 춘향제 후덜덜한 음식값’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춘향제는 지난달  25일부터 29일까지 5일간 열렸다.

전북 남원 춘향제 야시장에서 4만원에 팔린 통돼지 바큐.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작성자는 가족과 함께 남원으로 여행을 다녀왔다며 “저녁 늦게 남원에 도착했는데, 문을 연 식당이 없어 숙소와 가까운 강가 야시장에서 간단하게 해결하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전문 식당과 지역단체가 함께 장사하는 곳이었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는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기분이 상해 음식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문제는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었다. 그는 통돼지 바비큐 메뉴 사진을 올리며 “술안주로 1명당 1점씩 4점 먹은 건데 너무 심한 것 같아, 이때부터 사진을 찍었다”며 “이게 4만원”이라고 전했다. 사진에는 반 접시짜리로 보이는 고기 몇 점이 올라간 음식이 담겨 있었다.

 

그는 또 손도 대지 않은 해물파전 사진을 공개했다. 1만8000원짜리 해물파전은 손바닥만 한 크기로 추정되는 적은 양이었다. 2만5000원짜리 곱창볶음 역시 야채가 대부분이었다.

 

이처럼 지역 축제가 바가지 논란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4년만에 열리면서 15만명의 인파를 모은 함평 나비 대축제에서도 어묵 한 그릇이 1만원, 갯고둥 한 컵이 4000원에 팔리며 방문객 불만을 키웠다. 당시 축제를 방문한 한 일본인 유튜버가 “5000원어치의 어묵을 살 수 없느냐”고 물었지만 상인이 “그렇게는 팔지 않는다”고 답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유튜브로 알려지며 논란을 키웠다.

유튜브 채널 '유이뽕' 영상 캡처

국내 대표 벚꽃 축제인 진해 군항제에서도 ‘바가지 물가’를 경험했다는 사연이 잇따라 올라오며 공분을 샀다. 당시 공유된 메뉴판 사진에는 통돼지 바비큐 5만원, 삼겹‧쪽갈비 5만원, 고래고기 대(大)짜 8만원, 해물파전 2만원, 순대야채볶음 3만원, 오징어볶음 3만원, 꼬치어묵 1만원 등의 가격이 적혀 있다. 어묵 한 꼬치를 3000원에 팔았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지역축제 참여 음식업체들은 저마다 높은 자릿세를 토로한다. 즉 한철 장사인 데다, 최근 오른 물가를 고려하면 최근 지역축제들의 바가지 논란은 그만한 사연이 있다는 항변이다. 대구와 경북지역 축제에 입점한 적 있는 대구 서문시장 한 상인은 “소비자들 입장에선 양이 적다고 느낄 순 있지만 며칠 입점에 100만∼200만원에 달하는 자릿세를 생각하면 상인들로서도 그만한 가격을 책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 누리꾼이 진해 군항제 야시장에서 먹은 음식과 메뉴판.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그렇다면 실제 지역축제부스에 참석하는 자릿세는 얼마일까. 춘향제전위원회는 올해 춘향제를 위해 쌍교동 성당에서부터 광한루 서문담장까지 약 24개동의 부스를 준비하며 지난해보다 낮은 입점료를 내걸었다. ‘춘향제 F&B 먹거리 부스 운영자 모집 재공고’에 따르면 당초 동당 100만원이었던 관내지역 식품업체 입점료를 35만원으로 내리고, 관외지역 식품업체 입점료도 100만원에서 80만원으로 내렸다. 이 정도면 타 지자체 축제와 비교해 입점료가 싸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지역축제의 경우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200만원 정도의 입점료로 식품업체를 모집하고 있다.

 

정부도 이런 바가지 논란에 대응하고 있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6월을 ‘2023년 여행가는 달’로 추진하면서, 한국관광협회중앙회 및 전국 지역·업종별 관광협회와 6월 전후로 바가지요금 등 불공정행위와 환대서비스·청결·안전관리 등 전국 관광 접점의 여행 수용 태세를 집중적으로 점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숙박업이나 음식업의 경우 자율가격제를 적용하고 있다 보니 관광지 업체들의 자정노력 없이는 바가지요금 근절이 쉽지 않다고 한다. 특히 지자체도 바가지요금에 대한 계도 조치에 나서고 있지만, 야시장 상인들이 지역 주민이 아닌 축제 때만 식당을 운영하다 보니 지자체의 계도조치를 잘 따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논란이 된 한 지자체의 축제 담당 관계자는 “제시된 메뉴 값과 다른 가격을 요구한다면 시정조치에 나설 수 있지만, 같은 값을 받는다면, 양이 적다는 이유로 조치를 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만약 너무 과도한 가격을 책정해서 주위에 있는 음식점들과 함께 담합한다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관광지 영세상인을 상대로 가격 담합을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다 보니 계도 조치만 이뤄지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축제장 음식값 불균형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음식 부스 운영 방식에서 찾고 있다. 즉 축제를 기획하는 지자체는 지역의 다양한 먹거리가 골고루 소개되길 바라지만, 실제로는 야외 식당을 운영할 수 있는 부자재를 충분히 보유한 일부 식당들만 참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역축제에 참여하는 식품업체들 사이에 경쟁이 부재해 논란이 돼도 며칠만 버티면 된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유경숙 세계축제연구소장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재정 확보를 위해 지자체들이 부스 입점비를 받고 획일적으로 음식부스를 운영하다 보니 지자체가 컨트롤할 능력을 잃고, 이런 축제장 바가지물가 논란이 탄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K축제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가 나서서 우후죽순 생겨나는 지역 축제와 정부 축제를 관리할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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