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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은 공개했는데 ‘부산 돌려차기’ 가해자는 미공개?…들쭉날쭉 신상공개 [미드나잇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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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6-05 21:00:00 수정 : 2023-06-05 13:5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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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 애플리케이션에서 만난 또래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한 정유정(23)의 신상정보가 공개된 뒤 신상공개 기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일부 커뮤니티에서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의 신상정보는 왜 공개를 안 하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왔고, 실제 신상정보 공개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은 계속 있어왔다. 이참에 신상정보 공개에 대한 판단 기준이나 요건을 명확히 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범죄자 신상공개 제도는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을 계기로 2010년부터 시행됐다. 특정강력범죄처벌법과 성폭력처벌법이 그 근거다. 관련법에 따르면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인 경우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는 경우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와 범죄 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피의자가 청소년이 아닐 경우 위 4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피의자의 성명과 나이, 얼굴을 공개할 수 있다.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2일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신상정보를 검토하기 위해선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7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경찰 3명과 변호사 등 외부위원 4명으로 꾸려진다. 제도가 시행된 뒤 14년간 47명의 신상정보가 공개됐다. 정유정 사건 이전 가장 최근엔 ‘강남 코인 납치·살인 사건’의 이경우(36)·황대한(36)·연지호(30)·유상원(51)·황은희(49)가 공개 당사자였다.

 

신상정보 공개는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고 재범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그 기준을 두고는 비판이 적지 않다. 법이 위 4가지 요건을 기준으로 두고 있긴 하지만 ‘잔인’, ‘중대한 피해’ 등의 단어가 모호해 국민 입장에선 일괄적 기준이 적용된다고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유정. 부산경찰청 제공

2020년 7월 강원도 인제의 한 등산로 입구에서 차에서 쉬고 있던 50대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한 20대 이모씨도 신상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다. 이 사건은 불특정대상을 범죄대상으로 삼았고, 잔혹하게 살인했다는 점에서 정유정 사건과 결이 비슷하다. 추후 수사기관 조사에 따르면 이씨는 본래 연쇄살인을 계획했다.

 

이씨는 일기장과 메모장에 “나는 깨끗한 백(白)이므로 사람을 심판하고 죽일 권리가 있다. 죽이고 싶고 닥치는 대로 죽이겠지만 기본 100~200명이 목표다”, “인간은 대부분 무례하고 절대 교화될 수 없다. 한 번의 거만함과 무례함으로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상기시켜야 한다” 등의 내용을 적었다고 한다. 당시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며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이씨는 현재 무기징역을 확정 받고 수감 중이다.

사건 당시 CCTV 화면.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캡처

이처럼 시민 불만이 커지면서 국가기관이 아닌 일반인이 피의자 신상을 공개하는 일도 왕왕 벌어지고 있다. 최근 한 유튜버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 이름과 얼굴, 나이 등을 공개했다. 이 유튜버는 “사건사고를 다루는 유튜버가 신상정보를 무단으로 공개한다는 것은 도를 넘는 사적 제재행위가 아닐까 하는 우려도 분명히 있다”면서도 신상공개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일반인이 피의자 신상정보를 공개하고, 이를 많은 국민들이 응원하고 지지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신상정보 공개에 대한 현재의 모호한 기준을 하루빨리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유튜버가 공개한 부산 돌려차기 남성의 신상. 유튜브 캡처

오윤성 순천향대 교수(경찰행정학)는 “‘중대’, ‘잔인’ 등의 단어는 주관적인 형용사라 명확하지 않다”며 “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해선 ‘살인죄는 신상정보를 공개한다’ 등과 같이 공개 대상 혐의를 정하는 게 맞는다”고 했다.

 

신상공개 시 머그샷(범죄자 인상착의 기록 사진)을 찍도록 하는 등 신상공개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영식 서원대 교수(경찰행정학)는 “공개를 결정했으면 제대로 공개해야 한다”며 “사진도 최근 것으로 해서 공개할 수 있게 하는 등 이 같은 기준을 정비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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