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농구가 아시안게임에서 성사된 북한과 맞대결을 역전승으로 장식했다. 북한은 레슬링 농구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거칠게 여랑이를 상대다. 대표팀은 경기 초반 고전했지만 곧바로 안정을 찾아 침착하게 북한을 제압했다.
정선민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9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농구 여자 조별리그 C조 2차전 북한과 경기에서 81-62로 승리를 거뒀다. 2승을 따낸 한국은 다음달 1일 대만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8강 진출을 사실상 확정했다.

이 경기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성사된 단체 구기 종목의 남북 대결이었다. 북한 응원단이 관중석 한쪽에 자리 잡고 열띤 응원전을 펼쳤고, 우리나라도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을 비롯한 선수단 관계자와 교민들이 한국 선수단의 승리를 기원했다. 여자농구는 직전 대회인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남북 단일팀을 이뤘던 종목이기도 하다. 당시 남북 단일팀을 이룬 종목은 여자농구와 카누, 조정까지 3개가 전부였다.
2018년 단일팀 멤버로는 우리나라의 박지수, 강이슬(이상 KB), 박지현(우리은행)이 뛰었고 북한은 당시 코치였던 정성심 감독과 로숙영, 김혜연이 이번 대회에도 나왔다. 초반 분위기는 북한이 좋았다. 북한은 키 205㎝ 장신인 2003년생 센터 박진아를 앞세워 2쿼터 한때 21-11, 10점 차까지 앞섰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해란(삼성생명)의 3점슛과 박지수의 연속 4득점이 이어지면서 역전에 성공했다. 이소희(BNK)와 강이슬(KB)도 3점포를 가동하며 승리를 따냈다.
박지수는 이 경기에서 18득점 13리바운드 6어시스트 4스틸 3블록슛으로 활약했다. 특히 1쿼터에서는 박진아를 블록슛으로 막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박지수는 4쿼터 막판 다리 근육에 불편함을 느끼며 벤치로 물러났다. 북한의 거친 플레이에 박지수의 눈 두덩이가 살짝 파여 피가 나는 상처를 입기도 했다. 김단비(우리은행)와 강이슬도 나란히 16득점을 올리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북한은 박진아가 29점 17리바운드로 빛을 냈지만 혼자서는 한국을 상대할 수 없었다.
박지수는 “북한전이라서 신경이 쓰인 건 사실”이라면서도 “경기가 시작되기 전 정선민 감독님이 ‘북한이 거칠게 나올 수 있다’고 한번 짚어주셔서 결국 극복해 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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