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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너무 어려웠지만… 출소 후 미래 다시 그리게 됐어요"

입력 : 2023-11-20 18:27:44 수정 : 2023-11-21 08: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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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교도소 수능 치른 '만델라 학교' 소년수들

"재범하고 싶지 않아 공부 시작"
물리·의료계 등 각기 다른 꿈 가져
비난 댓글 보며 진심으로 반성도

학교 측, 2024년 정원 15명으로 확대
합격 땐 가석방 논란엔 "사실무근"
전문가 "체계적 인성교육 병행을"

“만델라 소년학교를 통해 공부를 하면서 미래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공부를 계기로 책을 읽게 되면서 생각의 관점도 바뀌었습니다. 피해자들에게 정말 죄송한 마음입니다.”(만델라 소년학교 소년수 A군)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 16일 오전 서울 구로구 남부교도소에서 소년수들이 수능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성인 수감자들이 교도소에서 수능을 치른 적은 있었지만 교도소 내에 수능시험장이 마련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스1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튿날인 17일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교도소에서 ‘만델라 소년학교’ 소년수인 A군과 B군을 만났다. 만델라 소년학교는 법무부가 올 3월 개설한 17세 이하 소년 수형자 교육 시설이다. 이들을 비롯한 10명의 소년수가 이번에 수능을 봤다. 특히 A군과 B군은 만델라 학교에서 가장 처음 수능 준비를 시작한 학생들이다.

 

수능 응시 소감을 묻는 말에 두 사람은 입을 모아 “너무 어려웠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수능 응시 기사에 달린 댓글들도 봤다고 했다. ‘범죄자들을 왜 공부하게 해 주냐’ 등의 비난 댓글이 절반가량이었다고 한다. A군은 “선생님이 기사 댓글을 보여 준 적이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진심으로 피해자들에게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공부를 시작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B군은 “재범을 하고 싶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B군은 “(사건의) 공범이 많았다. 처음 수감됐을 땐 ‘나는 주범이 아니니까’라는 생각으로 반성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B군은 그러면서 “전과 때문에 (출소 후에) 새 출발이 어렵다는 생각을 했는데, 공부를 하다 보니 그러한 시선도 결국 내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A군은 “이전에 김천소년교도소에 있을 때는 자격증을 따면서 (출소 때까지) 시간만 버티자는 분위기였다”며 “이제는 늦더라도 잘 살아 보려는 고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새로운 꿈과 목표도 생겼다. A군은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반성을 하고 싶다며 “의료 계열에서 봉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B군은 “수학과 과학에 흥미를 느꼈다”며 “언젠가 물리학과에 진학하고 싶다”고 했다.

 

수능 당일인 16일 서울 구로구 남부교도소 내 만델라 소년학교 수형자들에게 제공된 저녁 식사 도시락. 밥, 깍두기, 카레, 돈가스와 국이 제공됐다. 남부교도소 소년 수형자에게 제공되는 하루 세 끼 식비는 총 6057원이다.

만델라 학교 측에 따르면 아직 수능 성적표가 나오 않았지만 당장 목표한 대학에 들어갈 만한 성적이 나온 학생은 없다고 한다. 만델라 학교는 내년부 정원을 현재의 10명에서 15명으로 늘려 운영할 계획이다. 김종한 만델라 소년학교 교장은 “수능을 보겠다고 해서 무조건 응시 기회를 주는 것은 아니다. 모범적 태도와 일정 점수 이상의 성적을 보여 줘야 한다”며 “수형자 친구나 출소자들이 성인 잡지나 만화책을 보내오기도 하는데 수능반에 들어오고 싶은 수형자들이 자발적으로 그런 서적을 거부하는 등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일각의 ‘대학 합격 시 가석방 논란’과 관련해선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김 교장은 “가석방 요건으로 대학 합격을 내세운 것이 아니다”라면서 “평소 모범적인 생활을 해서 가석방 요건이 충족된 수형자는 가석방 제도를 통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소년수들의 재범 방지를 위해서는 공부 기회뿐만 아니라 체계적인 인성교육도 병행돼야 한다고 제안한다. 권일남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재소 청소년이 수능, 검정고시 등을 통해 사회 이방인에서 구성원이 되려는 노력은 격려가 필요하다”며 “다만 집단에서의 자기 통제나 조절을 할 수 있는 생활 지원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구성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경준 기자 eyewher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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