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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엔 미사일… 하늘에서의 위협, 대응이 달라졌다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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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2-01 06:00:00 수정 : 2023-12-01 12: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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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에서 날아오는 미사일 위협에 대한 세계 각국의 태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에는 이란 등과 대치하던 일부 국가만 탄도·순항미사일 위협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방어체계를 구상했다. 그나마도 실제 구축 속도는 빠르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같은 기조를 단숨에 바꿨다. 전쟁 초기부터 러시아는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과 칼리브르 순항미사일은 물론 킨잘 극초음속미사일까지 동원해 우크라이나를 폭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인과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서방을 상대로 거듭 핵위협을 감행하고, 핵무기 통제 관련 국제협약을 중단했다.

 

러시아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전역을 초토화한 것을 목격한 유럽 국가들로선 러시아 핵·미사일을 막을 미사일방어체계 구축이 급해진 셈이다. 

 

한국 공군의 패트리엇 지대공미사일이 가상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MD 구축 서두르는 유럽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측근들이 ‘역사상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것’을 경험할 것이라는 경고를 하면서 서방측을 위협했다.

 

최근에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아방가르드 극초음속활공체(HGV)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지하 발사시설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이는 핵무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금기가 약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핵 관련 국제협정이 흔들린다면, 핵·미사일 공격을 막을 방어수단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다.

 

현재 러시아와 인접한 동유럽을 중심으로 미사일방어체계 도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유럽 내 방위산업체들이 개발에 나섰겠지만, 러시아의 위협에 직면한 상황에서 성능이 검증된 장비를 신속하게 전력화하는데 정책적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이스라엘이 만든 다윗의 돌팔매 요격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지난 4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한 핀란드는 지난달 12일 이스라엘과 다윗의 돌팔매(David’s Sling) 방공시스템을 317억 유로(약 44조7000억원)에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다윗의 돌팔매가 수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윗의 돌팔매는 이스라엘 방산업체 라파엘과 미국 레이시온이 공동 개발한 중장거리 방공체계다. 2017년부터 운용됐다.

 

이스라엘 미사일방어망의 일부로서 고고도 요격용 애로우3와 저고도 방공무기인 아이언 돔의 중간 단계에 해당한다. 

 

항공기와 드론,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등을 40∼300㎞ 거리에서 요격할 수 있다.

 

다윗의 돌팔매는 지난 5월 가자지구에서 텔아비브, 예루살렘으로 날아가던 로켓을 격추해 실전능력을 입증했다. 최근 하마스의 기습으로 시작된 전쟁에서도 가자지구 북부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요격했다.

 

이스라엘이 개발한 애로우-3 요격미사일이 가상 표적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군비 확충 의지를 밝혔던 독일은 지난 9월 이스라엘과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애로(ARROW)-3 도입을 확정했다. 도입 규모는 35억 달러(4조7000억원)에 달한다.

 

독일은 2025년쯤 배치를 시작해 2030년까지 실전 배치를 완료, 장거리 미사일 요격망을 완성할 방침이다.

 

이스라엘 국방부 산하 미사일 방어기구(IMDO)와 미국 미사일 방어국(MDA)이 2008년부터 공동 개발한 애로-3는 요격고도가 최대 100㎞, 사거리는 240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미사일방어망의 최상위 체계로서 지구 대기권 밖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0월 31일 예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 항구 도시 에일라트를 향해 발사한 탄도 미사일을 격추했다.

 

고고도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무기인 만큼 독일과 인접한 유럽 국가에도 일정 부분 방공망을 제공하는 효과가 있다.

 

동유럽의 슬로바키아도 최근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이 만든 바락(Barak) MX 방공시스템 도입을 결정했다. 

 

바락 MX는 최대 요격고도 30㎞, 사거리는 35~150㎞에 달하는 요격체계다. 전투관리센터(BMC)와 미사일을 연결하는 데이터 링크를 통해 효과적인 통신 및 통제가 가능하다.

 

전투기, 순항미사일, 전술 탄도미사일, 무인기, 헬기, 활공폭탄 요격이 가능해 지역 방어작전이나 탄도미사일 대응작전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루마니아 등도 단거리 방공망 구축을 추진중이다.

 

이같은 기류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0월 북대서양조약기구는 독일 등 15개국이 유럽 영공방어 계획(ESSI) 추진 협약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북대서양조약기구의 통합 대공·미사일 방어 체계(IAMD) 강화를 위해 독일 주도로 만들어진 협약에는 벨기에, 불가리아, 체코, 헝가리, 네덜란드, 노르웨이,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루마니아,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이 협약에 참여했다. 지난 7월에는 중립국인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도 가입했다.

 

이스라엘이 개발한 애로우 요격미사일이 발사대에서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공동조달을 통해 상호운용이 가능한 방공체계를 구축, 북대서양조약기구의 특징인 집단방위를 강화할 수 있다. 독일이 도입하는 이스라엘산 애로우-3와 유럽 각국이 운용중인 미국산 패트리엇(PAC-3)으로 구성된 다층 방어망이 운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프랑스는 유럽만의 독자적인 방공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프랑스는 ESSI에 대해 “ESSI가 미국과 이스라엘 방산업체에 기반하고 있다”면서 반대해왔다.

 

인도태평양에선 중국의 미사일 위협에 맞서 대만이 패트리엇과 더불어 ‘대만판 사드’로 불리는 텐궁(天弓)-3 미사일로 다층 방공망을 구축하고 있다.

 

대만이 개발한 톈궁-3는 성능개량을 통해 요격능력이 강화되고 있다.

 

현재 배치된 의 요격고도는 45㎞인데, 올해 초 성능평가를 통과한 신형은 요격고도가 70㎞에 달한다. 성능 시험중인 두 번째 신형 톈궁-3은 최대 100㎞ 상공에서 미사일을 요격한다.

 

미국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패트리엇(PAC-3) 요격미사일. 록히드마틴 제공

◆미사일 방어 전략 재편해야

 

날아오는 미사일을 공중에서 격추하는 방공망은 미국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PAC-3 등으로 구성된 체계를 갖고 있다.

 

하지만 유럽 각국은 이스라엘 무기를 선택하고 있다. 왜 그럴까. 

 

최신 전투기나 방공망을 도입하는 것은 단순한 무기 구매가 아니다. 개발국이 지닌 운영 노하우와 전술 등도 함께 선택해도 들여오는 전략적 고민의 산물이다. 여기서 이스라엘과 미국 무기에 대한 선택이 달라진다.

 

미국의 사드와 PAC-3는 우수한 성능을 지닌 무기다. 하지만 미군은 기본적으로 본토가 아닌, 해외로 군대를 전개해서 싸우는 원정군 성격을 지니고 있다.  전투교리도 원정군 개념에 초점을 맞춘다.

 

미사일 방어도 마찬가지다. 해외로 파견되어 주둔하는 미군을 지키는 것이 핵심이다. 주한미군 사드와 PAC-3 운용도 이같은 개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는 국가의 생존과 국민 생명 보호가 최우선인 대다수 서방 국가의 실정과는 맞지 않는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의 핵·미사일 위협에 직면한 유럽 국가들은 단기간 내 국가와 국민 보호에 필요한 방어체계를 배치하고 가동해야 한다. 

 

이스라엘은 건국 이래 국가의 생존이 최대 과제였다. 군대도 원정군이라기보다는 영토 수호 성격이 강했다.

 

그만큼 미사일방어망 개발과 운용방식도 국가의 생존과 국민 보호를 염두에 두고 개발됐다. 하마스, 헤즈볼라 등과의 분쟁을 통해 실전에서 성능도 검증됐다.

 

미국과 공동개발을 진행해서 제품에 대한 신뢰도 축적됐고, 북대서양조약기구의 군사 규격도 충족한다.

 

검증된 기술과 성능, 도입국가의 실정에 맞는 운용경험 등을 갖췄다는 점에서 이스라엘의 미사일방어체계가 유럽의 선택을 받는 셈이다.

 

한국 공군에 배치되는 천궁 지대공미사일 발사차량과 요격미사일.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같은 상황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도화하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노출된 한국은 방어해야 할 지역이 넓다. 정부 시설을 비롯해 각종 산업 시설과 인프라 등 경제와 국민 생활, 전쟁 수행에 필요한 요소도 지켜야 한다. 하지만 방어에 투입할 무기체계는 부족하다.

 

한반도 전역에 거대한 우산을 씌우는 방식의 미사일방어망은 구축이 불가능하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다만 해외 주둔 군부대 방어가 우선되는 미국의 개념은 한국 실정에 부합하지 않는다.

 

국가의 생존과 국민 생명 보호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서 다층방어를 적용해야 할 지역, M-SAM이나 PAC-3로 구성된 저고도 방어체계만 투입할 지역, 미사일 방어망을 가동하지 않는 지역으로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방어망이 필요한 지역에 미사일방어체계를 집중해야 제한된 전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는 한반도 유사시 투입해야 할 요격용 지대공미사일의 수량을 얼마나 확보할 것인지, 교전 상황에서 발사할 최대치의 물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고민하는 등의 문제와 직결된다.

 

국방예산의 제약으로 고가의 요격용 지대공미사일 재고를 무한정으로 비축하기 어려운 만큼 이스라엘처럼 한반도 전략환경을 면밀하게 고려해서 미사일방어지역을 선정, 무기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대목이다.

 

이같은 방어망을 구축하고 운용경험을 축적한다면, 방어력 강화와 더불어 방산 수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군 당국이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에 적용할 복합·다층방어체계를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해야 할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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