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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동료 시민’과 외국인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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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2-15 00:03:19 수정 : 2024-02-15 00: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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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앞두면 정치인은 말이 많아진다. 유권자로부터 한 표라도 더 받고자 하는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요즈음 특히 눈길을 끄는 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한동훈 국민의 힘 비대위원장이 취임사에 한 ‘동료 시민’이라는 말이다. 이 말이 우리의 눈길을 끄는 데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시민’이라는 말 자체가 우리에게 낯설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말은 ‘국민’이다. 이 말을 널리 확산시킨 것은 국민교육헌장이다. 1968년부터 1994년까지 학교에 다닌 사람은 이 헌장을 암송해야 했다. “나라의 발전이 나의 발전의 근본”이라고 암송하고 ‘국민’이 되어야만 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국민’이라는 단어를 너무 좋아하고 너무 쉽게 쓰는 경향이 있다. 노래를 조금만 잘하면 바로 ‘국민가수’라고 부르고, 연기를 조금만 잘하면 바로 ‘국민배우’라고 부른다. ‘국민’이라는 말이 이렇게 익숙하다 보니 ‘시민’이라는 말이 그만큼 낯설게 여겨지는 것이다.

장한업 이화여대 다문화연구소장

둘째, ‘시민’이라는 말이 보수당 대표의 입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정치사적으로 볼 때, ‘시민’이라는 말은 보수보다 진보에 더 잘 어울리는 말이다. ‘시민’을 영어로는 citizens(시티즌), 프랑스어로는 citoyen(시투와이엥), 독일어로는 Burger(뷔르거)라고 하는데, 이들은 19세기 100여년 동안 왕이나 귀족과 같은 특권층에 저항했고 그 과정에서 내부 결속력과 고유한 시민정신을 길렀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개인을 자유와 권리의 주체이자 연대의 대상으로 보았기 때문에 진보적 성향을 띨 수밖에 없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보수를 대표하는 사람이 이 말을 계속 사용하면 사람들은 그 진의가 무엇일까 하고 궁금해할 수밖에 없다. 한동훈 위원장은 동료 시민을 ‘양식을 갖춘 시민’, ‘공동체를 지키고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시민’ 정도로 여기는 것 같은데 그래도 뭔가 어색해 보인다.

이 기회에 국민과 시민의 차이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일반적으로 이 둘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측면에서 다르다. 첫째, 국민이 민족적, 인종적 개념이라면 시민은 법적 또는 법률적 개념이다. 둘째, 국민은 한 국가에서 태어나면서 획득하는 신분이고 시민은 한 국가로부터 인정받은 정치적 지위이다. 셋째, 국민은 상속이나 출생에 의해서 결정되지만, 시민은 상속이나 출생뿐 아니라 결혼, 귀화, 등록 등 다양한 방법으로 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국내 체류 외국인 중 많은 사람도 시민이 될 수 있다. 이들은 비록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결혼, 귀화, 등록 등 다양한 방법으로 체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우리와 똑같이 소득세, 주민세, 재산세, 자동차세 등을 내고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한동훈 위원장이 이왕 ‘시민’이라는 말을 썼으면 이 말의 범주 속에 외국인주민도 포함시켰으면 한다. 이들을, 앞에서 말한 것처럼, 자유와 권리의 주체이고 연대의 대상으로 본다면 한 위원장의 ‘동료 시민’이라는 말은 좀더 친숙하게 다가올 것 같다.

 

장한업 이화여대 다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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