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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칼럼] 이익집단 극복해야 저성장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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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07 23:21:50 수정 : 2024-04-07 23: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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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도개혁 통한 발전방향
기득권 이익집단 반발 불러
대국민 홍보로 지지 이끌고
집단행동 대응책 연구 시급

정부의 의과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진료 거부로 대응하고 있는 전공의 사태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먼저 집단행동의 중요성이다. 개인과 달리 무임승차자가 작은 강력한 이익집단의 행동은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번 전공의 사태에 정부가 효과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배경은 자본주의 주류경제학이 소비자와 생산자 등 개인의 행동 분석에 치중하고 집단의 행동을 간과해 효율적인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 마르크스 경제학은 노동자와 자본가 집단에 대한 연구와 전략 제시에 적극적이다.

전공의 사태가 주는 또 다른 시사점은 제도 개혁이 어려워 한국경제가 저성장의 함정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경제성장은 제도 선택과 연관이 있다. 경제학은 경제성장의 원인으로 기술 진보, 생산성 향상, 자본축적을 중요시하는데, 이는 모두 주류경제학이 중요하게 취급하지 않는 제도 선택과 연관이 있다. 기술 개발에 대한 특허와 소유권을 보호해 주고 생산성 향상 시 정당하게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법과 제도가 구축되어야 기술수준과 생산성이 높아져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제도 개혁이 이익집단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MIT대학의 다론 아제모을루 교수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저서에서 부국과 빈국을 가르는 원인으로 제도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민 모두에게 제도의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는 포용적 제도를 선택해야 기술 진보와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부국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특정 이익집단에만 유리한 착취적 제도가 만들어지면 그 나라는 저성장과 경제적 불평등을 겪으면서 빈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법과 제도는 국회에서 정치인들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리고 국민이나 국가의 이익보다 자기 집단의 이익을 우선하는 이익집단이 정치인을 포획해 특정 집단에 유리한 법과 제도가 만들어지게 한다, 따라서 이익집단이 법과 제도를 만드는 데 영향을 미칠 경우 그 나라는 저성장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경제는 이익집단의 역할이 커지면서 저성장의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 2020년부터 작년까지 4년간 평균성장률은 1.9%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잠재성장률 또한 이미 1%대로 낮아져 있다. 저성장은 겪어보지 못한 큰 고통을 우리에게 준다. 소득이 줄어들고 경기가 침체되면서 가계부채와 기업부채가 늘어나 경제를 부채위기의 위험에 노출시킨다. 여기에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실업이 늘어나고 정부의 확대 통화 및 재정정책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을 겪을 수 있다.

중국의 추격을 받는 한국경제가 저성장의 함정에서 벗어나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신산업에 대한 기술개발과 생산성 향상이 중요한데, 이는 법과 제도를 개혁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정부도 이를 인식하고 노동, 교육, 연금, 의료 등 4대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전공의 사태에서 보듯이 제도 개혁은 강력한 이익집단의 반발로 성과를 내지 못할 수 있다. 이익집단의 반발을 효과적으로 극복하지 못하면 저성장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이익집단의 역할은 경제가 어려운 저성장시기에 더욱 강해진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외에도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보호무역 추세 등 경제환경의 변화 또한 새로운 제도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이익집단의 반발을 극복하고 새로운 경제환경에 적합한 제도 개혁을 위해서는, 먼저 정책당국은 이익집단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알려 제도 개혁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 정치인들도 당파나 특정 집단의 이익보다는 국가와 국민의 이익이 우선되도록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주류경제학은 그동안 간과해 왔던 집단행동에 대한 연구를 적극화해 이익집단의 역할에 대한 해법과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윤석열정부는 출범 초부터 공정한 법과 제도의 구축과 운용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공정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 개혁은 국회에서 다수당이 되어야 성과를 낼 수 있고 동시에 이익집단의 반발도 극복해야 한다. 쉽지 않은 과제다. 정책당국이 이러한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때 한국경제는 지금의 저성장과 중진국의 함정에서 벗어나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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