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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2030년’ 디자인 철학을 엿봤습니다 [이동수는 이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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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16 09:12:38 수정 : 2024-04-16 13:4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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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중’은 핑계고, 기자가 직접 체험한 모든 것을 씁니다.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가 서서히 결합해 창 너머로 미래 세상을 마주하게 되는 콘셉트로 구성돼 있습니다.”

 

최은혜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프로가 1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립과학기술박물관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공존의 미래’ 전시에서 삼성전자의 디자인 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밀라노=이동수 기자

15일(현지시간) 오후 이탈리아 밀라노 역사적 장소 중 하나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립과학기술박물관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공존의 미래’ 전시 현장. 기자 앞에선 삼성전자 관계자가 삼성이 2030년까지 추구할 디자인 철학이 표현된 추상적인 미디어 아트를 소개하고 있었다. 걸음 수가 이미 1만보를 돌파한 상황에서 전시 내용을 이해하는 건 무리라는 핑계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아니, 걸음 수가 마이너스(-)였어도 상황은 같았을 것.

 

전시회를 이해하기 위해 시간을 조금 앞으로 돌려봤다.

 

19년 전인 2005년 4월7일,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부름에 주요 사장단이 세계 패션과 디자인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밀라노에 집결했다. 이 선대회장은 “고객은 0.6초 만에 떠난다. 삼성의 디자인은 아직 1.5류”라면서 “짧은 순간에 고객의 마음을 붙잡지 못하면 승리할 수 없다”고 다그쳤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2005년 4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당시 주요 사장들을 소집해 ‘디자인 전략회의’를 열고 있다. 삼성 제공

이 선대회장의 ‘밀라노 선언’이 이뤄진 이 디자인 전략회의에서 삼성은 ‘밀라노 4대 디자인 전략’을 세웠다. △독창적인 디자인과 사용자환경(UI) 아이덴티티 구축 △디자인 우수인력 확보 △창조적이고 새로운 조직문화 조성 △금형기술 인프라 강화 등이다.

 

다시 시간을 현재로 돌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전 세계에 7개의 글로벌 디자인 연구소에서 디자이너만 1500명 이상이 근무하는 디자인 그룹으로 거듭났다.

 

그리고 15일(현지시간) 밀라노에서 국내외 미디어를 대상으로 ‘공존의 미래’ 전시를 사전 공개하고 2030년까지 삼성전자가 추구할 디자인 지향점을 발표했다. 전시는 16∼21일(현지시간) 개최되는 세계 최대 디자인·가구 박람회 ‘밀라노 디자인위크 2024’의 장외전시 ‘푸오리 살로네’ 행사의 일환으로 개최됐다.

 

삼성전자가 1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사전공개한 디자인 전시관에서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장 노태문 사장(오른쪽)이 디자인 철학을 소개하고 있다. 기자의 깔끔한 뒷머리 라인도 보인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장을 맡은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 사장은 전시에서 “이번에 (제품이 아닌) 디자인으로는 첫 소통으로 ‘2030 디자인’의 방향성을 알리는 좋은 기회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은 1996년 ‘사용자에서 출발해 내일을 담아내는 디자인이라는 철학을 정립했다”며 “이런 디자인 철학을 바탕으로 ‘본질’(Essential)을 추구하고 시대상을 반영해 ‘혁신’(Innovative)적으로 ‘조화’(Harmonious)를 이루는 세 가지 디자인 방향성을 새로 정립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UX팀장을 맡은 홍유진 부사장은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디자인 지향점도 진화한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제품을 예시로 들며 추가 설명에 나섰다.

 

홍 부사장에 따르면 본질(Essential)은 불필요한 수식과 군더더기를 덜어내 사용자에게 필요한 것만 제공하자는 지향점이다. 일체감 있는 조형이 구현된 삼성전자의 첫 AI폰 ‘갤럭시 S24’, 네 방향 모두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공기청정기 ‘비스포크 큐브 에어 인피니트 라인’ 등이 있다.

 

삼성전자 모델이 프리미엄 공기청정기 ‘비스포크 큐브 에어 인피니트 라인’ 신제품을 소개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혁신(Innovative)은 고객의 삶에 의미 있는 변화를 주는 디자인을 말한다. 갤럭시 S24에 탑재된 실시간 통역 등 ‘갤럭시 AI’ 기술, 로봇청소기가 AI로 바닥·사물·공간을 인식해 최적의 청소를 실행할 뿐만 아니라 펫케어에도 활용되는 등 일상을 변화시키는 제품들이 그 사례다.

조화(Harmonious)는 제품과 서비스에서 더 나아가 사회적 조화까지 포용하는 디자인을 말한다. 어떤 인테리어에도 잘 녹아들어 조화를 이루고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삼성전자의 액자형 스피커 ‘뮤직 프레임’이 있다.

 

전시는 5개 구역으로 나뉘어 본질, 혁신, 조화를 표현하는 추상적인 미디어 아트로 꾸며졌다.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두 공간이었다.

 

앞선 1∼3번째 공간에서 삼성이 디자인으로 고객과 교감하고픈 가치인 행복·사랑 등 5가지 요소가 단계를 거쳐 시각화됐고, 네 번째 공간에서 이 요소들은 가상의 세계를 넘어 현실과 서서히 결합한다.

 

‘공존의 미래’ 전시회 중 네 번째 구역 모습.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없어지며, 무한히 펼쳐지는 긍정의 미래를 표현한 몰입형 미디어 아트를 경험할 수 있다. 삼성전자 제공
‘공존의 미래’ 전시회 중 마지막 구역 모습. 이탈리아 브랜드들과 협업해 비스포크 냉장고, 에어드레서에 세라믹과 목재로 된 패널을 적용한 모습. 삼성전자 제공

마지막 공간에선 이같은 디자인 철학을 실제 제품에 접목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이탈리아의 프리미엄 소재 브랜드인 무티나(MUTINA), 알피(ALPI)의 장인들이 참여해 비스포크 냉장고와 에어드레서 겉면에 공예적인 음양각 패턴의 세라믹과 섬세한 질감을 살린 목재를 적용했다. 삼성전자는 “현대적 기술과 예술적 가치를 조화롭게 적용한 결과로, 이번 전시를 통해 선보이는 ‘미래를 향한 이상적인 공존’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전시가 열린 박물관 터의 역사적 의미를 살려 사람과 기술의 공존이란 무엇인지 화두를 던졌다. 박물관 부지는 2차 세계대전 여파로 심하게 훼손돼 과거 수도원이었던 모습을 잃어버렸지만, 역사적 맥락과 현대적 디자인의 공존을 위한 건축 프로젝트로 새롭게 재탄생됐다.

 

삼성전자의 ‘공존의 미래’ 전시가 열린 이탈리아 밀라노 역사적 장소 중 하나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립과학기술박물관 부지에 위치한 레카발레리제 모습. 밀라노=이동수 기자

산업 판도가 바뀌는 시대상은 디자인 연구에도 영향을 미친다. 삼성전자는 “디자이너들이 AI를 담은 무엇을 만들지, AI와 함께 무엇을 만들지 고민하면서 AI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한 인사이트와 기술 발굴에 힘쓸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포스트 AI 시대는 어떤 모습일까. 한 가지 확실한 건 삼성이 연구를 계속하는 한 ‘디자인드 바이 삼성’의 가치는 이어질 것이다.


밀라노=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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