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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론’ 업은 네덜란드 총리에 루마니아 대통령 ‘도전장’ [세상을 보는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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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17 06:00:00 수정 : 2024-04-16 21:3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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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나토 사무총장 누가 될까

오랜 경륜의 뤼터 총리, 가장 먼저 출사표
美·英·佛·獨 빅4 등 회원국 3분의 2 지지

요하니스 대통령, 동유럽 안보 강화 강조
헝가리 호응… 튀르키예 등 손들어 줄 듯

트럼프 본격 대선 선거전 땐 간섭 우려도
나토 당혹감 속 7월 이전 합의 선임 주목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누구

핀란드 등 동맹국 합류… 나토 외연 확장
총리 재직 시절에 DJ 노벨평화상 수상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차기 사무총장으로 확정됐다.’

지난 1일 북유럽 에스토니아의 한 온라인 매체가 보도한 기사 내용이다. 칼라스 총리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후 국제사회의 러시아 규탄과 우크라이나 지원을 주도해 ‘북유럽 철의 여인’이란 별명을 얻었다. 올해 나토 창설 75주년을 맞아 ‘이제 여성 수장을 배출할 때가 됐다’는 여론을 등에 업고 한때 차기 사무총장 유력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렸다. 하지만 나토 주요 회원국들 사이에 ‘불필요하게 러시아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면서 지금은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분위기다. 만우절에 웃자고 쓴 오보를 굳이 거론하는 건 10년 넘게 재임해 온 옌스 스톨텐베르그 현 나토 사무총장의 후임자를 뽑는 문제가 그만큼 중요한 현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마르크 뤼터(왼쪽), 클라우스 요하니스

◆미국·서유럽 대 동유럽 구도 형성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 임기가 오는 10월 만료되는 가운데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인물은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다. 2010년 10월부터 14년 가까이 총리를 지낸 경륜이 최대 강점이다. 네덜란드는 1949년 나토 출범 때부터 참여해 온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뤼터 총리는 우크라이나를 위한 군사원조에 앞장섰다. 우크라이나가 간절히 요구했으나 모두가 제공을 꺼리던 F-16 전투기도 가장 먼저 내주기로 결정했다. 최근 네덜란드 정부는 내년까지 40억유로(약 5조9350억원) 상당의 무기와 군사 장비 등을 추가로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2월 나토 고위 관계자들을 인용해 “나토 회원국 가운데 20개국 이상이 뤼터 총리가 나토의 새 수장을 맡는 데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스웨덴의 가입으로 나토 회원국은 총 32개국이 됐다. 그 3분의 2가량이 뤼터 총리를 지지하는 셈이다. 더 중요한 것은 여기에 나토의 ‘빅4’로 불리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가 모두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나토 사무총장 선임은 회원국 전체의 만장일치로 이뤄지나, 아무래도 미국 등 강대국이 미는 이가 뽑힐 가능성이 큰 게 현실이다.

갑작스러운 변수가 생겼다. 동유럽 루마니아의 클라우스 요하니스 대통령이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루마니아 자유당 당수를 지낸 우파 성향의 요하니스 대통령은 2014년 임기 5년의 대통령에 당선된 뒤 연임에 성공해 연말 물러날 예정이다. 동서 냉전 시절 소련(현 러시아) 영향권에 속한 공산주의 국가였던 루마니아는 냉전 종식 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받아들였다. 나토에 가입한 것은 2004년으로 회원국으로 활동한 기간이 20년에 불과하다.

요하니스 대통령은 나토 수장이 되려는 이유에 대해 “오늘날 러시아의 위협에 가장 많이 노출된 곳은 나토의 동쪽 끝에 해당하는 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와 인접한 동유럽 회원국들의 안보를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나토의 최우선 순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동유럽 국가 헝가리가 적극 호응하며 요하니스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외신은 동유럽에 속한 불가리아, 그리고 오랫동안 나토에서 ‘비주류’로 여겨져 온 튀르키예 등도 요하니스 대통령 편에 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트럼프 개입할라”… 커지는 우려

일단 뤼터 총리 대세론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분명하다. 동유럽 일부 국가들은 그만큼 사정이 절박하다고 호소한다. 익명을 요구한 어느 동유럽 국가 출신 외교관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뤼터 총리를 방해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다만 누군가는 뤼터 총리에게 ‘러시아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에서 멀리 떨어진 미국이나 서유럽 국가들이 러시아가 가하는 안보 위협에 직면한 동유럽 국가들에 관심을 갖게 만들려면 동유럽 출신 나토 사무총장 후보가 꼭 필요하다는 뜻이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나토 본부는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방위비 지출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에 못 미치는 나토 동맹국들을 겨냥해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는 무임승차자’라는 비난을 일삼고 있다. 차기 미국 대통령을 뽑기 위한 선거운동이 본격화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나토 관련 언급은 더욱 거칠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그가 자신과 뜻이 통하는 색다른 인물을 나토의 새 수장에 앉히려고 직접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그 때문에 나토 내부에는 후임 사무총장이 가급적 빨리 확정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간섭할 빌미를 없애야 한다는 기류가 있는 게 사실이다.

나토를 이끄는 미국도 새 사무총장 선임과 관련해 동맹국들의 합의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는 7월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주재로 열릴 나토 창립 75주년 기념 정상회의 이전에 후임 사무총장을 결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노르웨이 총리 출신… 러 ‘우크라 침략’ 맞서 나토 단결 이끌어

 

옌스 스톨텐베르그(65·사진) 나토 사무총장은 노르웨이 총리를 두 차례에 걸쳐 10년 가까이 지낸 정치인 출신이다. 총리로서 두 번째 임기를 마치고 2014년 나토 사무총장(임기 4년)에 취임했다. 이후 2년씩 두 차례, 또 1년씩 두 차례 임기가 연장되며 결국 재임 기간이 10년을 넘기게 됐다. 지난해 사의를 표명했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속에 적당한 후임자를 찾지 못한 나토 회원국들 권유로 임기 1년 연장을 수락했다. 다만 올해 10월에는 무조건 물러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표명했다.

그의 임기 중 최대 업적으로는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에 맞서 나토의 단결을 이끌어내고 새 동맹국을 합류시켜 나토 외연을 확장한 점이 꼽힌다. 2022년 2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었을 때만 해도 ‘전쟁은 금방 끝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나토는 미국을 중심으로 신속히 뭉쳤다. 우크라이나에 제공된 나토 회원국들의 무기는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요즘도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기회만 있으면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군사지원을 하라”고 나토 회원국들에게 촉구한다.

 

불안정해진 국제정세가 원인이지만 그가 사무총장으로 있는 동안 나토 동맹국이 늘어나 총 32개국이 됐다. 몬테네그로(2017년), 북마케도니아(2020년), 핀란드(2023년), 스웨덴(2024년)이 신규 회원국이다. 이 중 핀란드와 스웨덴이 가입하는 과정에서는 튀르키예의 반대 등으로 우여곡절이 많았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여러 차례 만나 끈질긴 설득을 펼친 끝에 결국 두 나라의 나토 가입을 성사시켰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한국과 인연이 깊다. 그가 노르웨이 총리로 재직하던 2000년 김대중(DJ)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식 참석차 노르웨이 오슬로를 방문한 DJ와 정상회담을 갖고 수상을 축하했다. 회담에 배석한 김하중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의 회고록에 따르면 ‘햇볕정책’을 펼치던 DJ는 그에게 “북한에 대사관을 개설하라”고 권유했다. 노르웨이는 1973년 북한과 수교했으나 평양에 상주 대사관은 두지 않고 있다. 이에 그는 ‘노르웨이는 인구가 500만명 정도인 작은 나라로 세계 모든 나라에 공관을 설치하긴 어렵다는 점을 양해해달라’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았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1월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 등과 만났다. 우리 외교안보 당국자들을 상대로 러시아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를 위한 지원을 늘려줄 것을 부탁한 것으로 전해진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한국, 일본 등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 나토의 협력을 특히 강조하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2022년과 지난해 연속으로 나토 정상회의에 참여했다. 나토는 7월 미국에서 열릴 정상회의에도 윤 대통령을 초청한 상태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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