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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지났지만 아픔 여전… 안전한 일상 누리는 세상 왔으면" [심층기획-세월호 10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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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16 19:30:00 수정 : 2024-04-16 19:5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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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서 추모 행사

안산 화랑유원지서 기억식 열려
전국 2000명 참석 희생자들 애도
“삶의 매순간마다 기억하며 살 것”
인천 ‘일반인추모관’서도 넋 기려

유가족 진도 동거차도 해역 찾아
희생자 304명 이름 부르며 추모
“10주기 앞두고 꿈에 찾아와” 눈물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단단한 땅을 밟고 선 어른이 돼 주고 싶은데 여전히 우리에게 단단한 땅은 없는 것 같아.”

 

16일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식’이 열린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단원고 희생자와 동갑내기인 김지애(27)씨는 희생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담담하게 읽었다. 김씨는 “삶의 순간마다 너희를 기억하며 살아가겠다”며 “어느 날 너희를 기억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기쁘게 맞이해 달라”고 말했다. 

기억·약속·책임… 잊지 않겠습니다 16일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식’에서 참석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이번 기억식은 ‘2014년 4월16일의 기억, 약속, 책임’이라는 기조 아래 100여명의 유가족과 추모객이 참석했다. 안산=남제현 선임기자

이날 기억식은 ‘기억·책임·약속’을 주제로 단원고 희생자 250명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는 호명식으로 시작됐다. 세월호와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비롯한 각계 인사 3500여명(경찰 추산)이 참석해 10주기를 맞은 참사의 희생자를 추모하고,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함께 했다. 

 

김광준 4·16재단 이사장은 ”10년이 지나면 많은 것이 잊히기 마련이지만 꼭 기억해야 할 것도 있다”며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식을 통해 생명 존중과 안전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과 다짐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희생자 김수진양의 아버지인 김종기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잘못한 과거를 기억하지 않고 바꿔나가지 않으면 사회는 한 발짝도 발전할 수 없다”며 진상규명을 강조했다.

 

인천의 ‘세월호일반인추모관’에서는 단원고 학생과 교사를 제외한 희생자를 기리는 10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세월호일반인추모관에는 참사 희생자 43명 중 42명과 구조 작업 중 숨진 민간잠수사 2명의 봉안함이 안치돼있다.

 

희생자 이은창씨의 여동생 이은애(43)씨는 추모식에 참석해 “10년이 지났지만 어제 일 같고 아픈 마음은 똑같다”고 울먹였다. 이씨는 “리본을 달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아는 척은 못 하지만 잊지 않고 기억해 주는 것만으로 감사하다”며 “앞으로는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쪽지와 꽃 한가득 16일 인천 부평 세월호일반인희생자추모관에 희생자들을 기리는 마음이 담긴 쪽지와 꽃들이 붙어 있다. 인천=김나현 기자

희생자 전종혁씨의 아들인 전태호 일반인유가족대표 위원장은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우리 가족들에게는 몸이 기억하고 심장이 아픈 계절”이라고 운을 뗐다. 전씨는 “10년 동안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애썼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10년의 생각과 행동이 무색하게 안타까운 일들이 끊임없이 발생해 마음이 아프다”며 “안전하게 일상을 누리는 세상을 이루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인 모두가 애써 달라”고 했다.

 

희생자들의 영정에는 시민들의 추모 메시지가 가득했다. 한 시민은 “나 너무 오랜만에 왔다고 서운해하지 말아줘”라고 남겼고, 또 다른 시민은 “10년이 지나도 또렷이 기억합니다”라고 적었다. 

 

세월호가 침몰한 전남 진도 앞바다의 동거차도 해역에서는 유가족 25명이 희생자 304명의 이름을 부르며 넋을 기렸다. 배에 탄 유가족들은 ‘세월’이라고 적힌 노란 부표를 향해 국화를 띄우고 해역을 두 바퀴 선회했다. 희생자 정다혜양의 어머니 김인숙(63)씨는 “찬란했던 아이의 모습이 아직도 눈가에 선명하다”며 “선명해질수록 그 아픔도 커져만 간다”고 흐느꼈다. 이어 “10주기를 앞두고 아이가 꿈에 찾아왔는데, 더는 슬퍼하지 말라는 뜻인 것 같다”며 “정리하지 못한 유품을 최근에 정리했다”고 말했다.

 

진도를 찾은 김병곤 가족대책위 초대 위원장은 “시간이 흘러도 아픔과 세월호에 태웠다는 후회는 여전하다”며 “희생자들을 대신해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비슷한 참사가 이어지는 것을 보니 우리가 바라던 사회는 아직 오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16일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인근 세월호 참사 해역에서 열린 선상추모식에서 유가족들이 노란 부표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중구의 서울시의회 앞에 마련된 ‘세월호 기억공간’에도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옷깃이나 가방에 노란 리본을 새로 달고, 세월호 참사를 끝까지 기억하겠다는 다짐을 방명록에 적기도 했다.


안산·인천·진도·목포=이정한·김나현·김선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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