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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플레 지속·중동발 불안 ‘악재’… 연일 달러 ‘패닉 바잉’ [뉴스 투데이]

입력 : 2024-04-16 20:00:00 수정 : 2024-04-16 22: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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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채 금리 최고치 경신

美 3월 소매판매가 한 달 새 0.7% ↑
시장선 “금리 인하 멀었다” 판단
일각 내년 금리 인상론까지 제기

외인 자금 이탈… 코스피 2% 빠져
전문가 “환율 1450원 넘볼 수도”
원화 하락에 국고채 금리 상승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16일 원·달러 환율이 17개월 만에 장중 1400원을 돌파한 것은 중동 리스크로 국제 유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미국의 소비지표가 예상보다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에 다시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달러 강세와 국채 금리 상승세는 외국인 자금 이탈로 이어져 코스피가 이날 2% 넘게 급락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은 크게 출렁였다.

 

미 상무부는 15일(현지시간) 미국의 3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7% 증가한 7096억달러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0.3% 증가를 예상한 다우존스 집계 전문가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수치로 1년 전과 비교해서도 4.0% 늘었다. 1분기 소매판매도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한 것으로 집계돼 탄탄한 성장세를 보였다.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전망치를 웃돌고, 3월 신규 일자리 역시 예상 수준을 넘어 큰 폭으로 증가한 데 이어 소매판매까지 급등하자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은 크게 후퇴했다. 스위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연준이 내년에 오히려 금리를 연 6.5%까지 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준우 KB증권 연구원은 “3개월 연속 근원 CPI ‘서프라이즈’로 인플레이션의 재가속화 우려가 높아졌다”며 “3월 CPI를 계기로 미국 경제의 잠재성장률 상승과 물가 상승이 모두 높아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나왔다”고 말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상승은 자본시장 전반을 위축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미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신용카드대출 금리 등에 연동돼 있을 뿐 아니라 회사채 금리 상승으로도 이어져 글로벌 경제 전반의 자금 흐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탓이다.

코스피는 이날 기관과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며 지난 1월17일(2.47%) 이후 최고 낙폭(2.28%)을 기록했다. 지난 12일부터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외국인과 기관은 이날 각각 2749억원, 295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특히 환율 상승에 민감한 외국인은 전날부터 이틀간 코스피 시장에서 5129억원을 순매도했다. 경제 불확실성 증가에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국내 주식 자금을 거둬들이고 있는 것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상무는 “최근 주식시장의 하락은 그동안 조정 없이 주가 수준이 너무 높았던 게 가장 큰 원인이었고,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하락하면서 당연히 조정받을 수밖에 없는 타이밍이었다”며 “여기에 중동 요인이 가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며 레벨을 높여온 환율은 이날 장중 1400원을 돌파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증시에서 투매 양상이 나오는 등 위험회피 심리가 굉장히 강해졌다”며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중동 확전 우려까지 겹치면서 달러는 더 강해지고, 원화는 약세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차관(오른쪽 두 번째)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동 사태 관계부처 합동 비상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금융시장에선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게 봤지만, 이스라엘이 이란을 향해 “고통스러운 보복”을 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외환시장에서 ‘달러 패닉 바잉(공황매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한은행 S&T센터 백석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며칠 사이 시장에서 ‘묻지마 달러’ 매수가 나타나며 과잉 영역에 와 있다”며 “중동이 아직 제한적 확전 상황인데 그 이상의 위기가 반영된 레벨”이라고 분석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전 11시31분쯤 1400원을 터치했지만, 오후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 후 상승폭을 일부 반납하고 1394.5원에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환율 상단을 1450원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은행 최진호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장중 1400원을 터치했으니 2022년 고점인 1450원까지는 상단을 열어놔야 한다”면서 “심리적으로 달러 쏠림이 강해진 데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다른 나라 간 금리 차가 벌어져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사라져도 원·달러 환율은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금리도 원화 가치 하락,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 등으로 줄줄이 연고점을 기록했다. 3년물은 2.9bp(1bp=0.01%포인트) 오른 연 3.469%, 5년물은 3.8bp 상승한 연 3.532%를 각각 기록했다. 10년물은 5.7bp 오른 연 3.618%로 거래를 마쳤다.


김수미·안승진·이도형 기자, 박영준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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