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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3일은 1995년 유네스코가 제정한 ‘세계 책의 날’이다. 책을 사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는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 축제인 ‘세인트 조지의 날’(4월23일)과 세계적 문호인 셰익스피어와 ‘돈키호테’의 저자 세르반테스가 사망한 날인 4월23일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는 말처럼 독서는 지혜와 지식, 사고력, 간접 경험을 풍부하게 한다.

유네스코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의 독서량은 해마다 줄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독서실태조사(성인 5000명, 초중고생 2400명 대상) 결과 2022년 9월1일부터 2023년 8월31일까지 성인 종합독서율은 32%, 독서량은 3.9권에 그쳤다. 2년 전보다 각각 4.5%포인트, 0.6권 줄었다. 성인 절반 이상이 1년에 책 한 권 읽지 않는다는 의미다. 독서 기피 이유로는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24.4%)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책 이외 매체(스마트폰, TV, 영화, 게임 등)를 이용해서’(23.4%)가 뒤를 이었다.

독서의 양극화도 심각한 상황이다. 월평균 소득 200만원 이하의 저소득층 독서율은 9.8%로 월평균 소득 5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의 54.7%와 큰 차이를 보였다. 책을 읽지 않으니 서점의 몰락은 불가피하다. 2023년 12월 기준 국내 서점은 총 2484곳으로 2022년보다 44개(-1.74%)가 줄었다. 2011년(-9.5%), 2015년(-9.2%), 2019년(-3.6%)보다 둔화하고는 있지만 추세를 돌리기엔 역부족이다. 전국 기초단체 중 서점이 한 곳도 없는 곳은 무주, 순창 등 10곳에 달한다. 관내에 서점이 단 1곳에 불과한 ‘서점 멸종 예정’ 지역도 전국적으로 25곳에 달한다.

시간 부족과 독서 습관 탓을 떠나 독서율 하락과 서점의 몰락은 인터넷 시대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과도한 디지털 기기 의존은 인간 두뇌의 배측면 전두엽 피질의 회질 양이 감소한다는 연구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이른바 ‘디지털 치매’다. 반면 책을 읽을수록 언어·기억력을 관장하는 측두엽이 발달한다고 한다. 꼭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책 고유의 종이 냄새와 책장을 넘기는 소리, 행간을 음미할 수 있는 즐거움은 독서에만 있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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