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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쇼핑몰에 배신감”…내가 ‘샤이테무’가 된 이유 [밀착취재]

, 이슈팀

입력 : 2024-04-20 08:00:00 수정 : 2024-04-20 11: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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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다 중국산인데, 싸게 잘 사면 이득”
“주로 공산품 쇼핑…안전성 의심 물건 안 사”
C쇼핑몰 앱 이용, 쿠팡 이어 2, 3위로 껑충
‘아마존’까지 참전…한국 시장 ‘무료배송’ 치열

“애들 쓰는 건데 싸다고 중국산을 사는 사람들이 있단 말이야? 돈 주고 쓰레기 사는 거잖아. 난 정말 이해가 안 돼.”

 

경기 수원에 거주하는 두 아이의 엄마 정모(39)씨는 최근 회사에서 동료들과 담소를 나누다 이런 말을 듣고 뜨끔했다. 한 선배가 중국 쇼핑몰을 이용하는 사람을 무분별한 소비자로 여기는 듯 말해서다. 정씨는 말없이 웃었지만, 사실 그는 최근 테무 앱에서 다양한 물건을 쇼핑했고 상당히 만족한 상태였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정씨는 3월 말 주방용 저울과 앞접시, 스카프, 아이 양말과 머리핀, 겨울옷 정리를 위한 대형 박스 등을 샀다. 물건은 2주 만에 배송됐다. 정리박스는 사진과 달리 튼튼하지 않았지만 다른 물건들은 품질이 기대 이상이었다.

 

주방용 저울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쿠팡에서 1만9000원대에 판매하는 제품을 6000원대에 샀는데, 요리할 때마다 정말 잘 샀다고 생각한다. 정씨는 그간 한국 쇼핑몰에서 같은 물건을 두 세배 넘는 가격에 사 왔다는 사실을 알고 억울한 마음마저 들었다고 했다.

 

정씨는 “저급한 것도 있지만 가성비 면에서 월등하다. 요즘은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테무에서 먼저 검색하고 본다”면서 “지금은 꺼려도 앞으로 중국 쇼핑몰을 이용하는 한국 소비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밀스럽게’ 중국 쇼핑몰을 애용하는 정씨와 달리, 자영업자 김모(44)씨는 당당한 테무 소비자다. 원래도 해외직구를 자주 이용하는 그는 최근 테무에서 구입한 공책, 노트북 거치대, 운동화 쿠션 등을 주변에 알리며 쇼핑 성공 팁도 전수한다.

 

김씨는 “공산품을 주로 사는데 결제가 편하고 물건도 좋아 2주 만에 4회나 구입했다”면서 “같은 제품을 한국에서도 팔지만 2∼3배 더 지불해야 한다. 가성비가 좋은 게 아니라 그냥 좋은 물건을 싸게 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품 설명 페이지의 동영상을 꼼꼼히 살피면 크기, 무게, 내구성 등을 가늠할 수 있다”면서 “다만 조리도구 등 먹는 것과 관련된 물건은 아직 안전성을 신뢰하기 어려워 사지 않는다”고 말했다. 

 

‘억만장자처럼 쇼핑하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인기몰이 중인 테무는 중국 3위 이커머스 업체 핀둬둬가 미국 법인으로 설립한 ‘초저가’ 브랜드다. 미국, 일본을 거쳐 지난해 7월 국내에 상륙한 뒤 2018년 먼저 한국에 진출한 또 다른 중국 이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와 맞붙고 있다.

 

알리와 테무는 한국 진출 초기부터 저급한 품질, 유해물질 검출, 개인정보 유출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싼 게 비지떡이다”, “중국산은 쳐다보지도 말아야 한다”는 반응이 주류였다.

 

하지만 최근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속되는 고물가·고환율에 가성비를 따지는 경향이 확산하면서 “어차피 같은 제품이면 중국 쇼핑몰에서 더 싸게 사는 게 이득”이란 생각을 갖는 소비자가 많아진 것이다.

 

이런 현상은 국내 전자상거래 소비자의 앱 사용 현황에서 확인된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3월 알리와 테무의 월간 활성사용자수(MAU)는 각각 887만명, 829만명이었다. 11번가(740만명), G마켓(548만명) 등 국내 주요 이커머스를 제치고 쿠팡(3086명)에 이어 2, 3위를 차지했다.

 

자영업자 김모(44)씨가 최근 테무에서 쇼핑한 물건들. 평소 필요했던 것을 한국 쇼핑몰의 반값 이상 저렴하게 구매했다.  독자 제공

1위 쿠팡과는 차이가 크지만 테무의 한국 사업이 아직 시작단계이고, 알리가 한국 물류센터 건립을 추진하는 등 공적으로 투자를 늘리는 것을 고려하면, 중국 업체들이 국내 이커머스 1위를 위협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쿠팡 판매자이자 와우회원 소비자인 국내 중소 유통업체 임원 심모(39)씨는 “알리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환불 절차까지 경험해본 뒤 ‘이제 국내 유통업은 끝나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며 “알리, 테무에 쿠팡, 네이버, 아마존까지 이커머스들은 무한경쟁에 뛰어들겠지만, 소비자에게는 유익한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 시장이 글로벌 이커머스의 격전지가 되면서 최근 국내외 업체들은 치열한 고객 잡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네이버는 플러스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도착보장 상품 무료배송을 실시하기로 한 데 이어, 생필품을 중심으로 서울·수도권부터 도착보장 당일 배송을 시작한다고 18일 발표했다. 쿠팡은 지난 13일부터 멤버십 월 회비를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하고 기존 무료배송·무료반품 등 서비스에 쿠팡이츠 무료배달, 와우카드 결제금액 적립, 롯데시네마 할인권 지급 등 멤버십 혜택을 확대했다.

 

세계 최대 이커머스 업체인 아마존도 국내 무료배송 경쟁에 뛰어들었다. 아마존은 17일부터 자체 선정한 적합 품목을 49달러(약 6만8000원) 이상 구매하는 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무료배송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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