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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대부분 병원에 남았지만… 환자들 ‘수술 못받나’ 공포감

입력 : 2024-04-25 19:00:00 수정 : 2024-04-25 23:3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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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교수 사직 첫날

대규모 사직 없어… 빅5 ‘정상진료’
전공의 복귀 등 문제해결 안 될 땐
떠나는 교수 늘어날 가능성도 있어
환자 “진료 일정 밀릴까 봐 불안해”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의대 교수들이 사직하기로 한 25일 전국 의료현장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전공의 집단이탈 65일 만에 ‘최후의 보루’로 의료 현장을 지키던 의대 교수들마저 현장을 떠나면 ‘의료 공백’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당장 의대 교수들의 대규모 사직은 감지되지 않았지만, 전공의 복귀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 교수 사직은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있다.

정부의 의대 증원안에 반발하는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 달이 돼 사직 효력이 발생하기 시작하는 25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환자와 의료관계자 등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의료계에 따르면 ‘빅5’ 병원인 서울대·세브란스·서울성모·서울아산·삼성서울병원에선 대부분 정상 진료가 이뤄졌고, 진료 중단 사례도 집계되지 않았다.

 

한 ‘빅5’ 병원 관계자는 “사직 영향으로 외래와 수술·진료가 연기되거나 취소된 건은 없다”며 “아직은 사직서를 제출한 대부분의 교수들이 병원에 남아 환자를 보고 있는 걸로 저희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의 한 교수는 “휴진도 자율 참여다. 우리 진료과에도 물어봤는데 휴진하겠다고 알려온 사람이 없다고 했다. 주변 교수 중에서도 휴진에 적극 동참하겠다거나, 사직 사실을 알리거나 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전했다.

사직 이유 대자보 의대 교수들의 병원 이탈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25일 청주 충북대병원의 벽면에 ‘교수들이 사직하는 이유’를 제목으로 한 대자보가 붙어 있다. 청주=연합뉴스

의대 교수들은 지난달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했다. 한 달째인 이날부터 사직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교수 비대위가 사직서를 접수한 뒤 아직 총장이나 병원장에게 전달하지 않은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남대 의대 비대위는 전날 의대 교수들로부터 제출받은 사직서를 돌려주기도 했다. 각 교수가 개인적으로 학교에 사직서를 제출하라는 의미다. 대학 당국은 교수들이 비대위에 제출한 사직서는 효력이 없다는 시각이다.

 

정부는 사직서가 대학본부에 정식으로 접수돼 수리 예정인 사례가 없기 때문에 법적 효력도 없다는 입장이다. 일부 대학 교수들은 사직서 효력 여부를 두고 법적 자문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충북대병원은 이날 전체 교수회의를 열고 적정 의대 증원 규모와 집단 사직서 제출 등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충북대 총장은 의대 교수 110여명이 제출한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대병원은 전날까지 전체 교수 767명 중 292명이 비대위를 통해 사직서를 냈고, 지금도 사직서를 접수하고 있다.

한숨만 늘어나는 환자들 의과대학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되는 25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휴식하고 있다. 최상수 기자

다만 효력 여부와 관계없이 징계받더라도 병원을 떠나겠다는 교수들이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영남지역 의대 교수는 “떠들썩하게 언론에 노출되면서 사직하고 싶은 교수가 얼마나 있겠느냐. 정말 떠날 마음이 있는 교수들은 조용히 하나둘 떠날 것”이라며 “체력적으로 한계에 다다른 교수가 한둘이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장범섭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이날 진료실 문 앞에 “2000이라는 숫자에 목맨 (의대) 증원은 의료재정을 더욱 고갈시키고 각종 불필요한 진료로 환자들은 제물이 될 것”이라며 “대학병원에는 아무도 남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자필 대자보를 붙였다.

 

전반적으로는 교수 집단사직과 관련해 큰 움직임은 없다는 관측이 많지만 지난 2월 전공의들이 한날한시에 그만둔 것처럼 교수들의 다발적으로 사직에 나설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큰 수술을 앞두고 있거나 주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경과를 살펴야 하는 환자와 가족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날 세 살 손녀의 심장 치료를 위해 서울대병원을 찾은 임흥숙(58)씨는 “주변에서 병원에 가도 교수가 없을 수 있단 얘기를 듣고 아침부터 병원에 몇 번을 확인했다”며 “수술 후 추적 관찰이 필요해 병원에 꾸준히 와야 하는데 의사 파업 소식에 불안하다”고 걱정했다.

정부의 의료개혁에 반대하는 의대 교수들이 사직을 시작한 25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아산병원을 찾은 한 전립선암 환자도 “파업이 계속되니까 진료 일정이 밀릴까 봐 불안하다”며 “집 근처 화순 전남대병원이 파업 때문에 초진 환자를 받지 않아서 서울로 올라왔는데, (교수 사직) 뉴스를 보고 지금은 다른 대형병원에도 진료를 문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학병원 의료진은 “외래 환자들이 ‘교수님 쉬시는 거 아니냐’고 불안해하며 약 처방을 넉넉히 해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환자들의 불안감이 높다”면서 “교수님께 의료 현장을 지켜줘서 고맙다고 큰절을 하는 환자분도 있었다”고 밝혔다.

 

충남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 교수들이 26일 하루 휴진하기로 한 가운데, 연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30일 하루 외래진료와 수술을 중단하고 다음달부터는 주 1회 휴진하기로 하는 등 휴진에 동참하는 대학병원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태가 장기화하자 국가보훈부는 전국 6개 보훈병원에 진료지원(PA) 간호사 175명을 배치해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충청권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을 방문해 “응급이송 체계가 더 효율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119구급대와 광역 응급의료상황실 간 연계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정우·정진수·이정한·김나현·박지원 기자,부산=오성택 기자,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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