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 장악력 키울 계기 삼을지 주목
의정갈등 중재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새로운 정치적 시험대로 떠올랐다. 한 대표 취임 이후 엇박자를 드러내 온 당정이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골자로 한목소리를 내면서, 한 대표가 이를 당 장악력을 키울 계기로 삼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일 여권에 따르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원점에서 논의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앞서 한 대표가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 필요성을, 정부와 대통령실은 불가론을 주장하며 불거진 당정갈등이 어느 정도 봉합된 모양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등 주요 현안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특히 한 대표가 지난 6일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고, 대통령실에서 이를 받아들인 그림이 형성되면서 한 대표에게 힘이 실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한 대표가 정책 이슈 중에서도 대통령실이 가장 완강했던 부분(의대 증원)에 대해 유연한 모습을 이끌어낸 것”이라면서 “한 대표의 당내 입지나 당정관계 등에서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번 사안이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 해소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감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실과 당 지도부, 원내 지도부가 물밑에서 관련 논의를 계속해 오면서 당정이 한목소리를 낸 걸로 안다”면서 “앞으로도 이렇게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겠나”라고 했다. 실제 대통령실이 6일 2026학년도 의대 증원에 대해 ‘제로베이스’를 언급하며 물러선 것 역시 전날 한 대표와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의 만남 후에 나왔다. 한 대표와 함께 여당 ‘투톱’인 추경호 원내대표도 당정 간 이견을 좁히는 과정에서 중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까지 향후 한 대표의 당내 입지를 낙관하긴 이르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대통령실이 한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기보단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 현장의 혼란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한 친윤(친윤석열)계 의원은 “대통령이 현장을 가보시고, 현장의 목소리와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해 내린 판단이 아니겠나”라며 “당 장악력은 대통령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올려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가 전면에 나서고도 의정갈등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책임론이 일 수 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한 대표가 2026년 증원 유예안을 제시하자 의료계는 2025년 얘기를 꺼내지 않냐”면서 “오히려 정부의 협상력이 떨어질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야당이 집중 제기하고 있는 보건복지부 장차관 등 책임자 경질 요구도 당정갈등의 또 다른 뇌관이다. 친한(친한동훈)계 김종혁 최고위원과 나경원·김재섭 의원 등 여당 내에서도 문책론이 제기됐지만, 대통령실은 이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