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외모를 악용해 금융감독원 채용 시험을 대리 응시한 쌍둥이 형제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형사4단독(강지엽 판사)은 업무방해와 공문서 부정행사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쌍둥이 동생 A(35)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도주 우려가 있다"며 법정구속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형 B 씨에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지난 2022년 9월 금감원 직원 채용 1차 필기시험이 한국은행 1차 필기시험과 겹치자 쌍둥이 형인 B 씨에게 금감원 1차 필기시험을 대신 치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A 씨는 한국은행과 금감원 직원 채용에 동시 지원했으나 1차 필기시험 날짜가 겹치자 형 B 씨가 금감원 1차 필기시험을 대신 치르는 동안 A 씨는 한국은행 1차 필기시험에 응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두 기관 1차 필기시험에 모두 합격하자 A 씨는 형이 대리 응시한 사실을 숨기고 금감원 2차 필기시험과 1차 면접시험을 직접 치러 합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A 씨는 한은 시험에 최종 합격하자 금감원 2차 면접시험은 포기했다.
한은은 지난해 직장인 커뮤니티 앱에 A 씨의 대리시험 응시 의혹이 제기되자 감사에 착수해 이런 내용을 파악하고 쌍둥이 형제를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A 씨는 지난 5월 재판에 넘겨진 뒤 한은에서 면직 처리됐다.
재판부는 "피고인 A 씨는 외모가 비슷한 쌍둥이 형이 금감원 시험을 대리 응시하게 해 동일인이라면 함께 응시할 수 없는 두 기관의 채용 절차에 지원하는 기회를 가졌다"라며 "채용 절차에서 기본적이고 중요한 가치인 공정성과 신뢰를 훼손, 범행 수법이나 그 결과에 비춰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범행으로 오랜 기간 성실히 준비해 온 금감원 지원자들이 추가 채용 절차에 참여하지 못하는 피해를 봐 업무 방해 정도도 상당히 중하다"라며 "금감원 후속 시험에도 계속 응시하는 등 업무 방해 행위를 이어가 이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다만 피고인들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초범인 점, B 씨의 경우 동생의 부탁으로 마지못해 대리시험을 치른 점 등은 참작할 만하다"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올해 한은과 금감원을 비롯한 금융공기업은 오는 28일 일제히 입사 시험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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