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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휴전” 만류에도 이 ‘마이웨이’… 이란은 대응 수위 고심 [이, 레바논 진격]

입력 : 2024-10-01 17:44:00 수정 : 2024-10-01 22:5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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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만에 국경 넘어 병력 투입
이軍 “제한적·국지적 습격” 성명
“신속히 몇 주 내 공습 완료 목표”

헤즈볼라는 ‘모사드’ 미사일 공격
NYT “향후 전쟁 더 확대 가능성”

이란, 레바논 추가파병 일축 하루 만에
이스라엘 접경지 넘어 지상전 개시
나스랄라 암살에 “보복” 천명했지만
오랜 제재로 위태로운 경제가 발목

이스라엘, 美 패싱한 채 작전 개시
선택지 없는 美 중동 병력 추가 배치
英·佛·獨 등 자국민 대피 작전 본격화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끊임없이 대립하던 이스라엘이 마침내 레바논 국경을 넘었다. 2006년 이스라엘·레바논 전쟁 이후 18년 만에 지상군을 레바논 국경 너머로 투입한 것이다.

레바논 진격하는 이軍… 이 도심엔 레바논 로켓 잔해 1일(현지시간) 레바논 국경 인근의 이스라엘 북부 주둔지에서 이스라엘군 장갑차와 탱크가 이동하고 있다. 이스라엘 북부·호레심=AP연합뉴스
이스라엘 중부 호레심의 한 도로에선 1일(현지시간) 보안요원들이 레바논에서 발사돼 폭발한 로켓 잔해를 조사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전 성명을 내고 레바논 남부 국경 지역에서 지상 습격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 북부·호레심=AP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전 1시50분쯤 발표한 성명을 통해 “레바논 남부 국경 지역의 헤즈볼라 테러 목표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제한적이고 국지적이며 표적화된 지상 습격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군의 아랍어 대변인인 아비하이 아드라이 중령도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특공대, 낙하산부대, 기갑여단 등 98사단 소속 부대가 레바논 남부에서 표적화된 구체적인 활동을 시작했다”며 “이 부대가 지난 몇 주간 레바논 자상 공격을 준비해 왔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1년간 레바논에서 수십 건의 소규모 지상 작전을 수행하며 무기고와 터널 등을 폭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은 마을 약 24곳을 지정하고 국경에서 약 60㎞ 떨어진 아왈리 강 북쪽으로 대피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 대변인은 “이스라엘 북부 마을을 위협하는 헤즈볼라의 거점이 이번 국지적 지상 공격의 목표”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번 공습을 “되도록 신속히, 몇 주 안에”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18년 만에 지상전을 개시했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앞서 이스라엘은 지난달 23일 헤즈볼라를 상대로 ‘북쪽의 화살’ 군사 작전을 선포하고 레바논 남부 등지에 연일 대규모 공습을 진행해왔다. 지난달 27일 32년간 헤즈볼라를 이끌어온 최고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를 표적 공습 살해해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앞두고 상대 지도체제를 흔들기 위해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상전 움직임은 30일 저녁부터 본격화됐다.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국경 접경지 일부를 ‘군사제한구역’으로 선포한 뒤 해당 지역을 봉쇄하고 집중 포격을 가하며 정지 작업에 나선 것이다. 이어 1일 자정을 전후해 레바논 국경지대 아다이시트, 크파르켈라 등 마을에서 이스라엘군이 국경을 가로질러 움직이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헤즈볼라가 주장했는데, 이후 두 시간도 되지 않아 이스라엘군의 지상전 선언이 나왔다.

이스라엘의 지상 작전 개시 직후 레바논에서도 이스라엘 북부로 발사체 10여개와 드론 등이 발사됐다고 이스라엘군이 밝히는 등 헤즈볼라 측도 반격에 나섰다. 텔아비브 인근의 모사드(이스라엘 해외 정보기관) 본부 등을 표적 삼은 헤즈볼라의 미사일 공격도 이어졌는데, 헤즈볼라 대변인 모하메드 아피피는 성명을 내고 미사일 발사가 “시작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진입이 “거짓 주장”이라며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반박했다. 예멘 후티 반군 또한 TV 연설을 통해 텔아비브와 에일라트의 군사시설을 드론으로 공격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이스라엘-레바논 국경 인근, 이스라엘 북부 지역에서 이스라엘군 자주포가 포를 발사하고 있다. AP뉴시스

이스라엘군이 이번 지상작전을 ‘제한적’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현재까지는 지상 작전이 일부 지역에서만 소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최근 레바논과 인접한 자국 북부 지역에 병력 수천 명을 집결한 데 이어 국경 근처로 탱크와 장갑차 등을 최소 120대를 집결시킨 것으로 보아 향후 작전이 더 큰 규모로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고 NYT는 전했다. 자칫하면 전쟁이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충돌을 넘어 중동 전체로 확대될 여지도 상당하다.

 

관건은 이란의 대응이다. 하루 전까지 레바논에 “추가 병력을 보낼 필요가 없다”며 파병 가능성을 일축했던 이란은 지상전 개시 이후 구체적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란은 나스랄라 살해 이후 “나스랄라의 피는 복수 없이 끝나지 않는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다짐한 바 있다. 지난 7월 이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던 하마스 최고 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야가 자국 수도인 테헤란에서 살해된 데 이어 나스랄라까지 ‘저항의 축’의 핵심 세력들이 연이어 이스라엘에 목숨을 잃으면서 이란 내에서는 보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개혁과 개방을 외치며 지난 7월 대선에서 승리한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온건파들 사이에서는 이미 서방 제재로 고립된 경제가 전쟁으로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이라 이란이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미국은 또다시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이날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금 휴전을 해야 한다”며 지상전 반대 입장을 밝힌 지 몇 시간 만에 이뤄졌다. 최우방인 미국과 논의 없이 이스라엘이 일방적으로 나스랄라 제거 작전을 벌여 ‘패싱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또다시 체면을 구기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가 중동 내 이란 세력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이스라엘의 지상전에 동의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이스라엘군(IDF)이 지상 공격의 일환으로 레바논 남부에 진입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은 향후 지상전 확대에 대비해 이 지역 병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사브리나 싱 국방부 부대변인은 30일 진행한 정례브리핑에서 중동 지역에 F-15E, F-16, F-22 전투기, A-10 공격기 등의 비행대대와 지원 인력을 파병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에는 해리 트루먼 항공모함 타격단이 미국 버지니아주 노포크에서 출항해 중동과 인접한 지중해로 떠난 바 있다. 미국은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전단의 중동 주둔 기간도 약 한 달간 연장하기로 해 이례적으로 중동 지역에 2개 항모 전단이 머물게 된 상황이다.

 

베이루트 남부 교외에서 가족과 함께 이스라엘의 공습으로부터 대피한 어린이들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베이루트 해안도로에서 잠자고 있다. AP뉴시스

지상전 국면이 본격화하면서 레바논에서 자국민을 대피시키려는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다. 베이루트의 주레바논 미국 대사관은 30일 성명에서 레바논을 떠나려는 자국민들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항공사들과 협업하고 있다고 밝혔고, 독일과 프랑스, 캐나다, 영국 정부도 자국민 대피를 위한 항공편과 해군함 등을 마련했다.

 

레바논에서 전쟁을 피해 인근 시리아 등으로 넘어가는 피란 행렬도 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레바논에서는 전쟁 위험이 고조되면서 수십만명의 주민이 북쪽에 위치한 수도 베이루트를 향해 피란하게 만들었다고 현지 당국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국경을 넘어 시리아로 넘어간 난민도 다수로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대표는 엑스에 이들의 숫자가 10만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서필웅·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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