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윤석열 제외하면 노태우 7건 최다
김영삼·김대중·문재인은 거부권 행사 안 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9일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재의요구를 하면서 권한대행으로서 8번째 거부권을 행사하게 됐다. 윤석열정부 3년 사이 행사한 거부권으로 치면 42차례가 되는 셈이다.
한 대행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임명 권한을 제한하는 내용의 헌재법 개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한 대행은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에 대해서는 헌법은 별도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다.

한 대행은 지난해 12월1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이날까지 8번의 법안 거부권을 행사했다.
권한대행 체제 엿새째인 19일 국회법 개정안과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 농업 4법(양곡관리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 등 6개 법안을 재의해달라고 요구한 게 시작이었다.
이들 법안은 더불어민주당이 11월28일 국회에서 강행 처리했고 정부와 국민의힘은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한 대행은 당시 “국가적으로 매우 엄중한 상황에서 과연 어떠한 선택이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인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고민과 숙고를 거듭했다”며 거부권 행사 이유를 밝혔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는 2004년 고건 당시 권한대행 이후 역대 두 번째였다.
이후 민주당 등 야당은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했다는 등의 이유로 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12월27일 가결했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권한대행 자리를 넘겨받았다.
최 부총리는 약 90일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며 9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먼저 지난해 12월31일 ‘쌍특검법’으로 불린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국익을 침해하는 법안”이라는 이유로 법안을 국회로 돌려보냈다.

이후 고교 무상교육 국비 지원 기간을 3년 연장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1월14일), 방송법·초중등교육법 개정안과 ‘국가범죄공소시효배제법’(1월21일), 두 번째 ‘내란 특검법’(1월31일), ‘명태균 특별법’(3월14일), 방송통신위원회설치운영법(3월18일)에 재의를 요청했다.
3월24일 헌재의 탄핵소추 기각 결정으로 복귀한 한 대행은 이달 1일 상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뿐 아니라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었는데 “다수 기업의 경영 환경 및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를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이 직접 거부권을 행사한 것도 25건을 적지 않지만, 권한대행 체제에서 발동한 거부권까지 합하면 모두 42건이나 된다.

이는 역대 가장 많은 거부권을 행사한 이승만 초대 대통령(45건) 사례와 맞먹는 수치다. 이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이 11년 8개월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2022년 5월 출범해 3년도 되지 않은 윤석열정부의 거부권 행사 수는 이례적이다.
이승만·윤석열정부를 제외하면 거부권 행사 수는 노태우(7개)·노무현(4개)·박근혜(2개)·이명박 전 대통령(1개) 순으로 많다. 김영삼·김대중·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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