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후보자 지위 확인’ 가처분 제기
대선 포기한 것 아니냐는 조롱받아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의 단일화 논의가 당과 대선후보가 정면 충돌하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김·한 후보가 각각 ‘일주일 선거운동 후 여론조사 단일화’, ‘11일 전 단일화’ 방안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와중에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후보 측 방안을 밀어붙이자 김 후보는 ‘대통령 후보자 지위 확인’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며 맞섰다. 김·한 후보는 어제 2차 공개 회동을 가졌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감동을 주는 단일화가 성사돼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는 어려운 승부인데 단일화 분란으로 오히려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러니 대선은 포기하고 당권 다툼을 하고 있느냐는 조롱을 받는다.
김 후보는 2차 회동에서 “저는 국민의힘 경선 다 거치고, 돈 다 내고 모든 절차를 따랐다”며 “그런 사람한테 난데없이 나타나서 자리를 내놓으라는 건가”라고 말했다. 그는 “만보 양보해서 일주일 선거운동 해보고 단일화하자는 게 제 구상”이라며 “우리 당이 매우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대선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 이후엔 한 후보가 단일 후보가 돼도 국민의힘 기호인 ‘2번’과 당의 선거자금을 활용할 수 없다. 김 후보의 제안이 단일화를 무산시키려는 속셈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김 후보는 경선 기간 한 후보와 신속한 단일화를 이뤄내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을 믿은 당원들의 표를 얻어 최종 승자가 됐다. 그런데 이제 와선 “지금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이 후보 단일화인가, 후보 교체인가”라며 반발한다. 말을 손바닥 뒤집듯 바꿨다. 김 후보보다 지지율이 높은 한 후보는 ‘11일 전 단일화’만 외치고 있다. 김 후보로서는 질 게 뻔한 단일화에 선뜻 응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한 후보도 김 후보가 수용할 만한 대안을 제시하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렇지만 한 후보는 2차 회동에서도 “명령에 가까운 국민·당원들의 희망을 볼 때 ‘일주일 뒤에 합시다’라는 건 하지 말자는 이야기와 똑같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당 지도부는 김 후보가 버티면 후보 교체도 강행할 태세다. 국힘은 어제 당원들을 대상으로 김 후보와 한 후보 중 누가 더 나은지를 묻는 선호도 조사에 돌입했다. 단일화에 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당의 대선후보를 교체한 사례가 있나. 당내에선 “알량한 대통령 후보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막말까지 나왔다. 협상과 담판으로 연대를 이루지 못한 단일화는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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