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동 1대학’ 등 평생학습 지원 주력
적십자 회비 모금 18년째 서울 1위
서울 은평구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가 올해 9월 정식 운영을 목표로 지난달 시범 가동에 들어갔다. 2021년 4월 착공한 지 4년여 만이다. 센터 지하에 재활용 선별 시설을 갖춰 구의 재활용 폐기물 처리 비용이 연간 약 4억3000만원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지난달 26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사고 없이 여기까지 왔다”며 “남은 임기 내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의 성공적 운영에 가장 역점을 두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은평구는 폐기물 처리 비용을 절약하려 2017년 인접한 서대문·마포구와 손을 잡았다. 은평구가 재활용, 서대문구는 음식물, 마포구는 생활 폐기물을 서로 나눠 처리하기로 협약을 맺은 것. 이 중 은평구만 센터를 완공해 협약 이행 준비를 마친 상태다. 센터에선 이 3개 구의 재활용 폐기물만 처리될 예정이다. 센터 지상엔 족구장, 축구장 등 구민들을 위한 체육 시설을 만들어 이달 개장했다. 김 구청장은 “지난 7년간 민선 7·8기 구정을 하면서 센터 건립을 위해 주변 아파트 단지 20곳을 찾아 주민들을 설득한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서대문·마포구와는 협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통 인프라 확충, 지역 개발도 구의 역점 사업이다. 구는 이재명정부 출범을 계기로, 경기 고양시에서 구를 거쳐 강남구 신사동을 잇는 지하철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대안 노선(가칭 고양신사선) 사업을 서울시와 긴밀히 협의해 추진할 방침이다. 김 구청장은 “고양신사선이 정부의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에 반드시 포함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수색 역세권에서 불광천, 연신내역, 진관동 북한산 한(韓)문화체험특구로 이어지는 ‘문화관광벨트’로 지역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구민들의 평생 학습 지원도 김 구청장이 공들이는 분야다. ‘1동 1대학’ 사업이 대표적이다. 16개 동 주민 자치회가 각기 다른 지역의 대학과 연계해 관심 분야로 특화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일종의 캠퍼스다. 녹번동 주민 자치회는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탄소 마이너스’ 방안을 서울대 환경대학원과 함께 고민하는 식이다.
김 구청장은 “다른 지자체에서 사업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많이 찾아온다”며 “구평생학습관, 8개 구립 도서관, 69개 작은 도서관과 엮어 어디서든 5분 내에 접근 가능한 ‘5분 거리 배움터’를 만들고, 수색동과 응암1동에 각각 구립 도서관을 지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구청장은 관내 자립 준비 청년들 사이에선 ‘엄마’로 불린다. 이 청년들이 건강한 사회인이 될 수 있게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쏟은 결과다.
“자립 준비 청년들이 ‘자립 준비 주택’에서 3개월간 혼자 사는 연습을 시킵니다. 밥을 해 먹고 빨래며 청소를 하고 공과금도 내는 거죠. 2023년 임차한 빌라 4채에 냉장고, 책상, 침대 등이 구비돼 있어요. 그간 38명이 퇴소했고 현재 4명이 지냅니다. ‘너희가 해야지’, 엄마처럼 잔소리를 하는데 아이들이 많이 달라지고 밝아졌어요. ‘인생을 의미 있게 살아야겠다’, ‘받은 만큼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고 합니다.”
임산부와 영유아 양육자를 위한 아이맘 택시, 아이맘 상담소 등 아이맘 시리즈,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 등도 구의 특화 사업이다.
이 같은 사업들을 위해선 지방세 비중 확대 같은 재정 분권이 필요하다는 게 김 구청장 지론이다. 참좋은지방정부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 구청장은 “은평구를 비롯한 많은 지방정부는 낮은 재정 자립도로 독립적인 정책을 집행하는 데 제약이 많다”며 “지방정부가 지역 여건에 맞는 정책을 자율적으로 설계해 추진할 수 있도록 권한 이양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역 문제는 지역이 잘 알고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 구청장은 어릴 적부터 살아온 구가 “자연환경과 사람이 좋은 곳”이라고 말한다. 구는 북한산 등 6개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6개 하천이 흐른다. 올해 구민들의 적십자 회비 모금 참여율은 서울 25개 자치구 중 18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김 구청장은 “구청장으로서 한 점의 부끄러움이 있다면 구민 앞에서 떳떳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은평에서의 편안한 노후를 위해서도 더 잘해야 하고 열심히 살려 노력한다”는 철학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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