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수요, 매매 수요로 전환시키는 ‘촉매제’…“매매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이 빠르게 과열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셋값이 단기간에 수억원씩 치솟았다. 매매가와 함께 전세가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내년까지 신규 입주 물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전세 대란’에 대한 우려가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반포 자이’ 전용면적 59㎡형 전세가는 최근 12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같은 면적의 전세 시세는 6억7743만원 수준이었다. 단기간에 5억7257만원이 급등한 셈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 ‘들썩’…서초·마포·송파 중심, 단기간 2억~3억원 ↑
이 같은 급등세는 최근 입주가 마무리된 인근 대단지에서 전세 매물이 소화되며 수요가 다시 반등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신규 아파트 입주 시기에는 주변 전셋값이 하락하는 경향이 있으나, 서초구처럼 입지 경쟁력이 뛰어난 지역은 수요 회복이 빠르게 이뤄져 전셋값이 오히려 상승세를 타는 경우가 많다.
다른 주요 지역에서도 전세가 급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마포구 염리동 ‘마포자이더센트리지’ 전용면적 84㎡형 전세가는 5월 마지막 주 7억1925만원에서 불과 일주일만에 10억3000만원으로 뛰었다.
3억원 이상 오른 것이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역시 같은 면적 기준 전세가가 9억4500만원에서 12억원으로 상승해 일주일 사이 2억5500만원이나 올랐다.
급등하는 전셋값의 배경에는 전세 매물 감소가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마포자이더센트리지는 지난 4월 대비 전세 매물이 57% 이상 줄었다. 헬리오시티는 같은 기간 15.3% 감소했다.
서울 전체 평균 전셋값 상승세도 이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지난 4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7104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억3870만원)보다 3234만원 증가했다.
강남권의 평균 전셋값은 6억4481만원으로 서울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서초구는 평균 10억5749만원으로 서울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내년 ‘공급 절벽’ 예고…전세 대란 현실화 우려
문제는 이러한 전셋값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서울의 연평균 신규 전세 수요는 약 4만7000가구에 달하지만, 내년 예정된 공급 물량은 4000가구에서 많아야 7000가구에 불과할 전망이다. 이른바 ‘공급 절벽’이 본격화되면서 전세 수급 불균형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 전세 시장이 이미 심각한 공급 부족 상태에 진입했다고 평가한다.
한 전문가는 “서울 전세 시장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극히 부족한 ‘공급 절벽’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서초, 마포, 송파 등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수억원씩 뛰는 것은 수급 불균형이 구조적으로 심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통 새 아파트 입주 시기에는 전세가가 일시적으로 주춤하는 경향이 있지만, 입지 경쟁력이 강한 서울 핵심 지역은 수요가 빠르게 회복돼 오히려 전셋값이 반등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내년 공급 물량이 연평균 수요 대비 턱없이 부족한 만큼,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전세 수급 불안, 즉 '전세 대란'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전문가는 “전세가 급등은 실수요자뿐 아니라 무주택자의 주거 부담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은 중장기적으로 전세 수요를 매매 수요로 전환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매매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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