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높은 제품 통해 심리적 만족 얻으려는 수요…미니 사이즈 라인업 강화 추세
“‘스몰 럭셔리’ ‘실속 소비’ 양극단의 소비 트렌드 동시에 공존하는 흥미로운 현상”
유통업체들이 저렴한 1인용 컵빙수로 여름 시장을 공략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고물가 장기화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조심스럽게 여는 가운데, 소형 제품 중심의 라인업을 확대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메가MGC커피가 지난 4월 말 출시한 ‘팥빙 젤라또 파르페’와 ‘망빙 파르페’는 출시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누적 판매량 50만개를 돌파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제품은 우유 빙수를 베이스로, 팥 젤라또·믹스시리얼·떡(팥빙), 망고·코코넛칩·휘핑크림(망빙) 등을 토핑해 구성됐다. 4400원의 부담 없는 가격으로 ‘가성비 빙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SNS에서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인증샷 열풍이 불고 있다. 토핑이 풍성해 만드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점 때문에 일부 매장 직원들이 “제발 그만 시켜주세요ㅠ”라는 문구를 공유하며 화제가 됐다. “알바생 눈물 섞여 짜다는 빙수”라는 밈까지 생성되며 또 다른 재미 요소로 소비되고 있다.
메가MGC커피뿐 아니라 컴포즈커피의 ‘팥절미 밀크 쉐이크’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이 메뉴는 2021년 6월 처음 출시된 이후 여름 시즌마다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판매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디야커피도 최근 1인용 빙수 신제품 4종을 출시했다. △초당옥수수 △꿀자몽 그래놀라 △팥 인절미 △망고 그래놀라 등 다양한 플레이버를 내세워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힌 것이 특징이다.

업계는 프랜차이즈들이 원재료비 상승 등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가격 인상 폭을 최소화하면서 소형·미니 제품 중심의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소비 양극화가 뚜렷해지면서 프리미엄 소비층과 실속 소비층을 동시에 겨냥한 이중 전략이 시장에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고가 프리미엄 빙수 시장에서는 ‘스몰 럭셔리’ 트렌드가 확산되며 여전히 높은 수요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의 ‘작은 사치’를 위한 소비가 증가하며 10만원을 훌쩍 넘긴 호텔 빙수들도 SNS에서 인증샷 붐을 일으키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신라호텔의 ‘애플망고빙수’다. 2007년 첫 출시된 이후 제주산 애플망고를 아낌없이 사용한 비주얼로 입소문을 탔다. 현재는 신라호텔 여름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가격은 2021년 6만4000원에서 시작해 해마다 인상되며, 올해는 11만원까지 올랐다. 신라호텔은 ‘망고 가격 연동제’를 도입해 원재료 시세에 따라 판매가를 조정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가 앞 다퉈 1인 빙수를 출시하는 데는 매년 반복되는 ‘역대급 더위’와 함께 빙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도 배경으로 꼽힌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1인용 빙수 제품의 인기는 고물가 시대 소비자들의 작은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 성향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성비 높은 제품을 통해 심리적 만족을 얻으려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미니 사이즈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는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한 호텔 빙수와는 정반대의 대응 전략으로, ‘스몰 럭셔리’와 ‘실속 소비’라는 양극단의 소비 트렌드가 동시에 공존하는 흥미로운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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