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스틸, 황금주로 美 정부 통제” 판단
미·일 관계 강화 동시에 中 견제 나선 듯
일본제철 美 현지 체제 구축…韓과 대비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반대 입장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인수를 사실상 허용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한국 철강업계로선 트럼프 대통령의 ‘50% 관세’에 이어 일본제철의 경쟁력 강화로 미국 시장에서 더 힘겨운 싸움을 이어나가게 됐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제철이 국가안보협정(NSA) 체결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US스틸 인수를 둘러싼 안보 우려를 충분히 경감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때 내려진 불허 명령을 수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1월초 국가안보 위험 등을 이유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불허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바이든 정부의 결정을 재검토하도록 명령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입장은 기존에서 180도 뒤바뀐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해 12월 자신이 설립한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계정에 “대통령으로서 나는 이 거래가 이뤄지지 않도록 막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대통령의 불허 결정이 내려진 직후에도 “관세가 (US스틸을) 더 수익성이 있고 가치가 있는 회사로 만들어줄 텐데 왜 지금 그들은 US스틸을 팔기를 원하느냐”라며 자신의 고율 관세 부과 정책이 US스틸의 경쟁력을 개선시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2023년 기준 US스틸의 세계 조강 생산량 순위는 24위에 머물러 있다.
◆“US스틸 통제권 확보한 트럼프, 中 견제 나선 것”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을 선회한 배경엔 NSA 조건이 자리한다. NSA에는 미국 정부가 핵심 경영 사항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주’를 가지는 내용이 담겼다.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하더라도 미국 정부 통제권 아래에 둘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NSA에서 일본제철이 2028년까지 약 110억달러(한화 약 15조원)를 현지 철강 시설 등에 투자하는 것을 규정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일각에선 US스틸 인수 승인이 중국 견제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인수 불발로 미·일 관계가 악화하면 일본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고려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무부 장관을 지낸 마이크 폼페이오 전 장관은 이와 관련 “만약 미국이 이번 거래를 막는다면 중국은 이를 미·일 관계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로 인식할 것”이라며 “그것(인수 불허)은 중국 공산당의 선전 기계에 선물이 될 것이며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공약(空約·empty promise)과 위선에 대한 거짓 이야기를 부추길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미·중 갈등 속 중국은 일본에 지속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가을 이후 일본산 수산물 수입 재개에 합의하고 일본을 비자 면제 대상국에 포함하는 등 일본에 유화적 제스처를 취해왔다. 이번 바이든 정부 불허 결정 당시 중국 관영 매체 신화통신도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위협하는 어떤 기업과 국가도 모두 미국의 포위·사냥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미국을 질타하고 일본 편들기에 나선 바 있다.

◆관세 이점 누리는 日…고부가 제품 경쟁 격화 전망
국내 철강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일본제철은 세계 조강 생산량 순위 4위로, 업계에서 이번 결정으로 일본제철이 세계 3위로 올라설 것으로 본다.
경쟁자인 일본제철이 관세 전쟁에서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도 악재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25%에서 50%로 인상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한층 떨어지고 있는데, 일본제철은 미국 현지 생산 시설을 확보하며 관세 최소화 방안을 마련해서다. 미국은 철강 수입(2622만t)이 수출(802만t)의 3배가 넘는 철강 순수입국가로, 업계에서 세계 최대 철강 시장으로 꼽힌다.
일본제철이 US스틸 인수를 통해 전기차용 강판 등 고부가 가치 제품 생산 능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 기업은 더 치열한 경쟁을 맞닥뜨리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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