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윤석열 정권의 외교안보 실세 참모였던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이 11일 순직해병 특검에 출석해 약 7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김 전 차장은 조사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화내는 것을 들었다”며 이른바 ‘VIP 격노설’을 인정했다. 

김 전 차장은 이날 오후 2시 50분 서울 서초구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고서 오후 10시쯤 귀가했다.

김 전 차장은 이른바 ‘VIP 격노설’이 나온 2023년 7월 31일 대통령 주재 외교안보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한 인물 중 한 명이다.

특검팀은 김 전 차장이 회의에서 해병대 수사단으로부터 순직한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 초동수사 결과를 보고받은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하는 것을 목격하고, 수사 외압에 관여한 핵심 피의자로 보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당시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며 심하게 화를 냈고 이후 경찰 이첩을 보류시키고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바꾸게 했다는 게 VIP 격노설 의혹의 골격이다.

김 전 차장은 그간 국회 증언 등에서 당시 회의에서 채 상병 사건 관련 보고가 없었고, 윤 전 대통령의 격노도 없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조사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화 내는 걸 들은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VIP 격노설을 인정하는 진술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그는 출석할 때와 마찬가지로 귀갓길에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격노가 정말 없었는가’, ‘순직해병 사건 이첩 보류 지시는 윤 전 대통령과 무관한가’ 등의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을 했다”고 짤막하게 말했다.

정민영 특검보는 조사 종료 후 “수석비서관 회의 상황에 대해 주로 질문했으며 이후 사건 회수 등에 관여한 것이 있는지 등을 전반적으로 물어봤다”고 밝혔다.

특검팀에 따르면 김 전 차장은 이날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질문에 답했다. 오후 9시 이전에 준비했던 조사가 모두 종료돼 심야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특검팀 관계자는 “특별히 추가 (소환) 조사는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진술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특검팀은 격노설과 수사 외압 연루자들을 연이어 소환하는 한편 의혹의 ‘정점’인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를 진행했다.

전날 국방부와 국가안보실을 비롯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이날 오전에는 서울 서초동에 있는 윤 전 대통령의 사저를 압수수색해 그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전화 한 대를 확보했다.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있던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짐이 보관된 경기 구리시 임대 창고도 압수수색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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