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고버섯·천년초·양봉·굼벵이·다육이···.
전북 김제로 2018년 귀농의 둥지를 튼 ‘재호팜’ 김재호 대표가 귀농 후 재배한 작물들이다. 귀농 7년간 그는 귀농에 적합한 작물을 찾느라 숱한 고생을 했다. 시행착오 끝에 마지막 선택한 게 샤인머스켓이다. 7월 4일 찾는 김 대표의 농장에는 샤인머스켓이 주렁주렁 열려있었다. 포도 나무에 달린 열매는 일정한 굵기와 당도를 높이기 위해 열매에 종이 봉지가 씌워져 있었다.
한 여름의 태양과 바람을 맞고 자란 샤인머스켓은 올 추석 무렵에 수확이 가능하다. 이날도 김 대표는 샤인머스켓의 열매가 잘 자라는지 확인하고 혹시 병해충은 없는지 노심초사하면서 정성스럽게 농장을 둘러봤다.
“퇴직 5년 전부터 귀농을 준비했어요” 김 대표는 2017년까지 전북 전주의 한 제지공장에서 시설을 유지·보수하는 일을 했다. 그는 자연과 함께 노후를 보내고 싶어서 자연스럽게 귀농의 길을 걷게 됐다. 그는 귀농 준비를 꽤나 했다. 퇴직 전에 귀농에 어떤 작물을 재배하면 좋을지 온라인 등으로 알아봤다. 부인과 자녀 등 가족들도 설득했다.
2018년 봄, 그는 모악산 산자락에 위치한 지금의 마을에 둥지를 틀었다. 귀농 자금 3억원을 대출받아 1700평의 밭을 구입하고 귀농할 집을 지었다. 그가 선택한 첫번째 귀농 작물은 표고버섯이다. “버섯 전문가한테 배우고 싶었어요” 김 대표는 160만원을 들여 경기 여주산림조합의 버섯 전문가 과정에 참여했다. 하지만 초기 시설 자본이 큰 부담이었다. “10만봉 정도 해야 수익이 돼요” 그런데 이 정도 규모로 하려면 시설비만 10억원에 달한다. 버섯은 온도와 습도, 환기에 아주 민감했다. 결국 김 대표는 버섯 교육만 받고 재배는 하지 못했다.

그가 귀농후 실제 손을 댄 것은 굼벵이 사육이다. 버섯재배가 어렵다고 판단한 김 대표는 굼벵이 사육을 하기로 했다. 곤충사업 5개년 계획을 세워 3000만원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곤충연구회 등 지역에서 다양한 연구와 활동을 했다. 아무리 건강식품이라는 점을 강조해도 혐오 식품이라는 인식의 틀을 깨기는 어려웠다. 굼벵이 사육보다는 판매와 유통에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결국 이 사업도 접었다.
굼벵이 사업을 접은 그는 건강식품 천년초(백년초) 재배로 방향을 틀었다. 2000평에 재배한 천년초를 즙과 환, 분말가루 등으로 가공해 판매에 나섰다. 전국의 축제 행사장을 돌며 판매시장을 넓혔다. 하지만 이같은 발로 뛰는 판매전략은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방송 효과가 컸다. 천년초 농장이 방송에 나오면서 얼마동안은 불티나게 팔렸다. 시간이 지나자 판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결국 온라인 고정 고객만 남고 한달 매출은 100여만원에 불과했다.
그는 천년초 사업이 시원치 않자 이와 연관된 양봉에 뛰어들었다. 천년초와 야생화 꽃이 많은 농장 주변으로 벌이 몰리자 양봉사업을 시작했다. 400통 이상 양봉을 해야 연간 2000만∼3000만원의 수입이 가능하다. 그런데 그는 30여통의 벌을 키워 큰 수입을 올리지는 못했다.
이미 귀농 통장은 바닥을 보였다. 김 대표는 더 이상 무슨 작물을 재배할 여력조차 없었다. 전주에 있던 원룸을 처분했다. 귀농 후 투자만 계속되면서 가족과 갈등도 깊어졌다.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샤인머스켓에 손을 댔다. “과일이 맛있잖아요” 2019년 봄, 그는 천년초를 걷어내고 500평에 샤인머스켓 150주를 심었다. 본격적인 농업지식을 얻기위해 방송대 농학과에 진학했다. 샤인머스켓 작목반을 구성하고 재배 방법을 서로 공유하고 연구했다. 2020년 봄에는 추가로 샤인머스켓 150주를 식재했다.
샤인머스켓은 식재 후 3년이 지나야 50%의 수확이 가능하다. 5년이 지나면 성목으로 자라 100% 수확을 할 수 있다. 식재 후 3년만에 그는 3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샤인머스켓을 어떻게 재배해야 상품을 얻을 수 있는지 알았어요” 그는 숱한 연구를 거듭한 끝에 샤인머스켓 재배에 자신감을 얻었다.

하지만 샤인머스켓이 국민적 인기를 얻은 게 문제였다. 너도나도 전국에서 샤인머스켓을 재배하면서 재배면적이 크게 늘었다. 여기에 일부 과수원에서 추석 전에 익지도 않는 과일을 내놓으면서 소비자자의 불만이 커졌다. 일부 농가의 욕심 때문에 송이당 1만원 이상 고가에 팔리던 샤인머스켓이 맛이 없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돼 갔다. 김 대표는 자신이 생산한 A급 샤인머스켓이 C급으로 판매되는 게 가장 안타깝다. 당연히 가격도 폭락했다.
그래서 그는 요즘 샤인머스켓 제값 찾기 캠페인에 나섰다. “700g 50알 한송이가 제일 맛있어요” 당도는 17브릭스가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기에 적당하다. 그는 싸구려 샤인머스켓의 고급화 전략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귀농 7년차인 김 대표는 애초 귀농계획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당초에는 귀농 5년만에 연소득 6000만원을 계획했어요” 그는 아직도 이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귀농 목표 달성 시점을 5년 후로 미뤘다.
김 대표는 예비 귀농인에게 작물 선정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생계형 귀농이라면 귀농 전에 어떤 작물을 재배할 것인지는 물론 그 방법, 판로까지도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또 빚을 내 귀농하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고 충고했다. “귀농자금을 대출하면 5년 후에는 원금상환을 해요” 무턱대고 대출을 했다가 일정한 수입이 없을 경우 ‘귀농 파산’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그는 흔히 겪는 원주민과의 갈등은 없었다. “워낙 하루종일 부부가 밤낮으로 밭에서 일을 하니 동네사람들이 짠하게 봤어요” 김 대표는 귀농 첫날부터 농삿일에 매달리는 바람에 마을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마을 일이라면 자신의 일보다 더 열심히 솔선수범하는 것도 마을사람에게 인정받는 비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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