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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도 野도 ‘유튜버’에 휘둘리는 현실…“대의민주주의, 강성당원에 위임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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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9-13 15:00:00 수정 : 2025-09-13 23:54:31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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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를 가리지않고,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지금 벌어지는 일이다.”(더불어민주당 곽상언 의원)

 

대한민국 정치가 ‘유튜버’에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진보와 보수진영을 막론하고 이른바 정치 유튜버들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는 형국이다. 당분간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 속 정치 의사결정에서 다양성보다는 동질성에 더 무게중심을 둘 수밖에 없는 이런 현상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떼라’던 盧 발언, 지금도 다르지 않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유투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며 작심 비판했다. 그는 “과거에는 언론사들이 정치 권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넘어 공천에 관여하고 후보 결정에 개입했다”며 “2002년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 당시 노무현 후보는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며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짚었다. 친민주당계 유투브로 구독자 200만명 이상을 가지고 있는 방송인 김어준씨 등을 정면 비판한 발언이다. 곽 의원은 1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자신이 구독자가 많다는 이유로 현실정치에서 후보자를 선택하거나, 후보자 선거운동에 개입하거나, 그 어떤 의원들의 의정활동에 개입하는 것은 정치적 문제라고 보는 것”이라며 “만약에 그렇게 하고 싶으면 그분들은 제도권 정치로 들어오셔야 한다”고 말했다.

 

곽 의원의 말처럼 민주당 내에서 김씨등 정치 유튜버들의 영향력이 강하게 미치는 건 한 두해의 일은 아니다. 곽 의원은 페북에서 정치 유튜버와 관련해 “‘우리 방송은 국회의원을 여러 명을 배출한 힘있는 방송이야’. ’우리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 받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야.’ 어디인지 그 출처가 분명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2024년 22대 총선에서는 김씨 유투브에 출연한 민주당 후보들이 김씨 지시대로 관객들을 향해 큰절을 하는 장면이 나가기도 했다. 

 

전한길 전 한국사 강사. 공동취재사진

‘유튜버의 힘’은 진보진영뿐 아니라 보수진영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달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이는 역사강사 출신의 전한길씨였다. 그는 ‘12·3 불법계엄’으로 탄핵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옹호했고 그 연장선상으로 친윤계 후보들을 지지하는 발언과 돌발 행동등을 이어갔다. 마찬가지로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한 장동혁 의원이 당 대표에 선출된 데에는 이러한 전씨의 언행과 그의 영상을 본 유투브 구독자들의 영향력이 컸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장 대표는 경선 티비토론에서 ‘전한길과 한동훈 중 누구를 공천할 것이냐’는 질문에 전씨를 택했다. 그는 당 대표 선출 후 인터뷰에서는 “유튜브라는 새 미디어 환경이 없었다면 당대표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유튜브를 통해 내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고 평가받았다”고 말했다. 

 

◆강해지는 ‘유튜버의 힘’, 다양성 약화로 이어진다

 

강해지는 ‘유튜버의 힘’은 정당 내 다양성이 사라지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다. 진보성향 유튜버인 이동형 작가는 8일 jtbc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한 자리에서 “당원 중심으로 정당으로 탈바꿈한 민주당의 당원들은 대부분 유투브나 커뮤니티를 보고 정치적 판단을 본다. 국회의원들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번 발언으로) 곽 의원은 다음 경선에서 질 확률이 높다”며 “이렇게 되면 더욱 의원들의 소신 발언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이동형 작가는 유튜버들도 구독자들이 원하는 발언을 하지 않으면 바로 구독이 줄어드는 등 타격을 입게되서 소신있는 발언을 못한다면서 그건 건강한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우려했다. 

 

방송인 김어준 씨. 뉴스1

이러한 ‘단일화된 목소리’를 구조적으로 만들어버리는 제도적 문제도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당헌 당규 규정을 통해 국회의장과 원내대표 선거에 권리당원 투표를 20% 발휘하게 됐다. 이에 대해 김영진 의원은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되면 결국 김어준, 박시영 등 대형 유튜버들 방송에 (후보들이) 매일 나가서 입에 발린 소리나 할 것이다. 그러면 올바른 정치를 하기 어려운 구조로 간다”며 “대형 유튜버들이 만들어 낸 걸 당원 의견이라고 할 수있나. 유튜버들의 장사를 우리가 왜 쫒아가느냐”고 비판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12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여야 할 것없이 유튜버에 의한 정치가 되고 말았다. 아주 이상한 정치 환경”이라면서 “우리 시민사회가 유튜버를 보는 특정 성향에 의해 휘둘리는 것은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양쪽의 극단 세력이 그래봐야 200만 밖에 안되는데 그 사람들이 당내 정치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대의민주주의라는 것은 국민이 국회의원에 위임한 것이지, 강성당원들에게 위임한게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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