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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투자 백지수표' 압박에…전문가 "급하게 합의하면 국익 피해 우려"

입력 : 2025-09-14 10:58:04 수정 : 2025-09-14 11: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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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3천500억달러 투자 이견에 협상 교착…문서화 협의 장기화 가능성
"투자에 韓기업 참여 확보해야"…車관세 인하 지연에 상호관세 25% 복귀 우려도

한미가 관세 협상 후속 조치를 놓고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쫓기듯 협상을 타결짓기보다 전체 국익을 고려해 합리적 결과 도출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14일 조언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날 연합뉴스에 난항을 겪고 있는 한미 무역 협의와 관련해 "자동차 관세 인하를 받은 것이 급하다고 미국의 (자동차 관세 인하) 행정명령을 문서화해 받아내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 협상한다면 국익에 상당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말 한미 관세 협상에서 미국의 대한국 상호관세는 25%에서 15%로 낮추고, 자동차에 부과되는 25%의 품목관세는 15%로 낮추기로 했지만, 아직 자동차 관세 인하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한국 기업과 정부가 조급해할 수 있겠지만, 전체 국익 관점에서 협상을 끌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자동차도 중요한 수출 품목임에는 분명하지만, 국민 경제에 미치는 모든 영향을 고려해 협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장 유럽연합(EU)이나 일본보다 관세 불이익을 받는다고 해서 미국이 원하는 모든 것들을 문서화하는 것은 협상의 이익 균형이 일방적으로 미국으로 치우치는 것"이라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양국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대미 투자 방식과 관련해서도 미국의 일방적 요구와 압박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무조건 휘둘리기보다 다양한 대안을 마련해 제시하려는 전략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은 지난 7월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상호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총 3천500억달러(약 485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대미 투자 조건 등 협의를 위해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한미 간 실무협의를 진행한 데 이어 지난 12일에는 뉴욕에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이 장관급 협의를 진행했으나 여전히 협의가 진전을 이뤘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미국이 사실상 '투자 백지수표'를 요구하며 한국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으나, 한국 역시 합리적인 수준의 결론 도출을 목표로 맞서고 있어 협의가 장기간 공전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 경우 7월 한국이 관세 협상을 통해 15%로 낮춘 상호관세가 25%로 원상 복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관세 협상 타결을 위해 우리 정부가 제작한 '마스가(MASGA)' 문구가 쓰인 빨간 모자를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핵심 의제는 투자 관련 펀드"라고 분석하면서 "일본이 잘못된 선례를 남긴 영향이 크다"고 지목했다.

앞서 미일 무역 합의에서 총 5천500억달러(약 765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일본은 이를 시행하기 위한 합의 과정에서 일본에 불리한 조항을 다수 수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의 대미 투자처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정하고, 투자 이익은 투자 원리금 변제 전에는 미국과 일본이 절반씩 나눠 갖고 변제 후에는 이익의 90%를 미국이 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처를 지정하면 일본은 45일 이내에 자금을 대야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관세를 올리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런 상황에서 러트닉 장관은 김정관 장관과의 회담 하루 전인 지난 11일 미 CNBC 방송에 출연해 "나는 그들(한국)이 지금 일본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유연함은 없다. 일본은 계약서에 서명했다"고 말해 한국에 일본과 비슷한 수준의 합의를 압박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일본이 먼저 미국과 불리한 조건에도 합의문에 서명하면서 미국의 합의 압박에 한국이 협상할 공간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장상식 원장은 이와 관련해 "일본 내부적으로도 미국에 '항복'한 것 아니냐는 식의 비판이 있었는데, 한국 정부 역시 일본과는 다른 방식의 투자 구조를 짜는 식으로 부담을 줄이지 않으면 (합의가)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대미 투자 시행 과정에서 조선을 포함한 우리 기업의 참여권을 구체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미일 투자 MOU에도 미국은 일본이 투자하는 프로젝트에 필요한 물품과 서비스 공급 업체는 가능하다면 일본 기업을 선정하겠다고 약속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같은 구조라면 가령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가스관 건설 사업에 투자금을 대고 한국 철강사가 파이프 등을 공급할 수 있는 권한을 원칙적으로 확보받는 등의 방식이 가능할 수 있다.

장 원장은 "지금 교착 상태를 풀기 위해선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나 원자력, 반도체 등 미국이 잘 못하는 분야의 산업 협력을 구체적으로 설정해 미국을 설득하거나 기업 중심 투자 방식인 EU 모델과 일본 모델을 섞어서 정부 부담을 줄이는 것이 현실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허윤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의 협상 전략이 강한 압박을 해 상대 반응을 보고 수위를 조절하는 방식인데, 미국도 입장을 바꿀 수 있고 트럼프 대통령도 그렇게 해왔다"며 "우리로서는 시간을 갖고 활용할 수 있는 마스가 카드 같은 것을 통해 재량권을 확대해야 하고 또 그것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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