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 자체는 공감하나 실효성 의문"…적정공기·공사비 확보책은 긍정 평가도
정부가 15일 산업재해 반복 기업에 영업이익의 5% 이내 과징금을 부과하고 등록 말소까지 추진하는 내용 등을 담은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내놓자 현장 사망사고 위험에 상시적으로 노출된 건설업계는 우려가 극대화한 모습이다.
사망사고를 예방해야 한다는 정책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건설현장의 복합적 특성상 건설사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는 것만으로는 사고를 막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반응이다.

한 10대 건설사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가 여러 시그널을 낸 결과 건설업계 사고를 줄여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고 기업들도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이후에 사고가 이어진다는 것은 그런 시그널이나 제재로 사고를 줄일 수는 없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망사고를 줄이자는 방향 자체에는 전적으로 공감하고 당연히 제재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공정 자동화 등을 위해 장기간 투자를 늘리겠다는 등 깊이 있는 고민과 실태조사, 이해관계자와의 협의 및 공감대 형성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고 원인이 건설사의 부실한 관리에 있다는 전제하에 설계된 정책"이라면서 "건설현장의 재해는 복합적 요인으로 발생하며, 원청뿐 아니라 하청업체, 노동자 개인, 발주처 등 다양한 주체의 책임이 얽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등을 통해 일부 예상된 내용이기는 하나 예상한 것 이상으로 제재 수위가 높아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생각 이상으로 강력한 조치여서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영업이익의 5%를 과징금으로 물린다면 공시 대상이 될 수도 있는데, 그런 수준이면 과징금을 내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회사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적정 공사비와 공사 기간 확보를 지원해 무리한 공기 단축에 따른 사고 위험을 낮춘다는 대책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도 나왔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발주자에게 적정 공사비 산정 의무를 부여하고 적정 공기를 확보하게 하는 대책은 일단 긍정적으로 볼 만하다"며 "지금까지는 시공사에만 모든 사고 책임을 떠넘기는 경향이 있었는데, 발주처도 책임감을 갖고 이런 대책을 실효성 있게 이행하도록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적정 공기와 공사비로 이미 갖춰진 안전 관련 규정을 준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그러고도 미흡한 현장 운영 등으로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강력한 처벌이 가해지는 것은 적절하다"며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내용"이라고 했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한 상황에서 업계 위축이 한층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적·사법적 제재 위주의 대책이 나왔다"며 "업계가 현재 상황보다 더욱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산업재해의 근본 원인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실질적 보완책이 나와야 재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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