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외환보유 4100억 달러 수준
대규모 현금 출자 시 환율 폭등 우려
스와프 체결 땐 달러 수급 수요 상쇄
“무제한 계약 어려워도 협상 카드로”
미국의 3500억달러(약 485조원) 투자 압박에 대해 우리 정부가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요청한 것은 외환시장 혼란을 방지하면서 대미 투자펀드의 현금 출자 비중을 줄이기 위한 ‘협상 지렛대’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15일 통화스와프 등 외환시장 안전망을 구축하지 않은 채 대규모 달러 출자가 이뤄진다면 외환시장에 큰 혼란이 불가피하다면서도 무제한 통화스와프 타결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100억달러 수준으로, 3500억달러 대미 투자로 인한 환율 상승을 방어하기엔 역부족”이라며 “1조2000억달러를 보유한 일본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앞서 우리 정부는 미국과의 관세협상 후속 협의에서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펀드를 마련하는 조건으로 무제한 통화스와프 체결을 요청했다. 통화스와프는 자국 화폐를 상대국 중앙은행에 맡기고 미리 정한 환율로 상대국 통화를 빌려오는 계약으로, 외환보유고를 축내지 않으면서 시장에 달러를 공급해 환율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외환시장운용부 연구원은 통화스와프가 “심리적인 시장 안정 조치”라고 설명했다. 민 연구원은 “이미 해외 투자 때문에 역내 달러 수급이 원활치 않은 데다 (한·미 협상으로 인해) 시장에서 환율 상승에 베팅하는 투기적인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며 “이런 심리적인 부분 때문에 외환 조달시장이 망가지면 코로나19 직후처럼 스팟(현물)시장까지도 환율이 급등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통화스와프 제안은 이에 대해 미리 선을 그어준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한·미 간 무제환 외환스와프 계약이 성사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금까지 미국은 코로나19 등 특수한 상황에서 통화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일본, 유럽연합, 영국, 스위스 등 주로 기축통화국과만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맺었다. 마지막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은 600억달러 규모로, 2021년 종료됐다.
민 연구원은 “(무제한 통화스와프 제안은) 적정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얻어내거나 투자금 중 현금 비중을 조정할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며 “협상이 조금 지지부진하더라도 시장 안정 조치를 얼마나 선제적으로 잘 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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