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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만들어준 조희대 대법원장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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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9-16 16:43:42 수정 : 2025-09-16 16:43:40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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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시절인 2023년 12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연단에 서서 “존경하는 의장 그리고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이란 인사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대법원장(조희대) 임명 동의에 관한 인사청문 특별위원장 대리 자격이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사법부 수장 적임자로 지목된 조 후보자를 상대로 한 국회 청문특위의 인사 검증 결과를 조목조목 설명한 진 의원은 결론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후보자는 고위 공직 후보자에게 흔히 보이는 개인 신상과 관련한 도덕성 등의 문제 제기가 거의 없었고 (…)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대법원장으로서의 직무를 무난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2023년 12월 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조희대 당시 대법원장 후보자(왼쪽)가 인사청문 특별위원회 위원인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후보자 임명 동의안 통과의 키를 쥔 쪽은 제1야당이자 원내 과반 다수당인 민주당이었다. 소수 여당인 국민의힘이 제아무리 젖먹던 힘까지 짜내 지지를 호소해도 야당이 반대하면 그만이었다. 민주당은 앞서 윤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 동의안을 부결시키며 거대 야당의 위력을 제대로 보여줬다. 총 295표 가운데 반대 175표, 찬성 118표, 기권 2표라는 참담한 결과였다. 그럼 조 후보자는 어땠을까. 진 의원이 매긴 후한 점수에서 알 수 있듯 민주당의 태도는 확연히 누그러졌다. 뚜껑을 열어보니 총 292표 가운데 찬성 264표, 반대 18표, 기권 10표의 압도적 가결이었다. 대한민국 제17대 대법원장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1957년 6월 태어난 조 대법원장은 66세를 넘긴 나이로, 법률상 대법원장 정년이 70세인 점을 고려하면 2027년 6월 물러날 처지였다. 헌법에 보장된 6년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3년 6개월쯤 재임하고 퇴직해야 한다는 뜻이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 임명을 굳이 막지 않은 데에는 이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당시만 해도 윤 대통령 5년 임기가 끝나는 시점은 2027년 5월이었다. 윤 대통령과 조 대법원장은 무슨 러닝메이트처럼 거의 동시에 사라질 운명이었다. 만약 민주당으로 정권 교체가 이뤄진다면 그들 이념에 부합하는 새 대법원장 임명도 수월할 것 같았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라는 ‘자폭’을 통해 스스로 임기를 단축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를 주장하는 등 사법부 압박 강도를 높이는 가운데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입구의 전광판에 ‘안녕하십니까 대법원입니다’라는 문자가 표시돼 있다. 최상수 기자

민주당이 연일 조 대법원장을 겨냥해 사퇴 압박을 가하고 있다. 지난 5월 조 대법원장이 재판장인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이던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무죄 취지의 원심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낸 것이 가장 큰 이유인 듯하다. 계엄 사건을 수사 중인 특별검사팀이 윤석열정부 2인자였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상대로 청구한 구속영장이 서울중앙지법에서 기각된 것은 두 번째 사유다. 법리로만 따지면 둘 다 대법원장에게 책임을 묻기 힘든 사안이다. 더욱이 2023년 당시 민주당의 적극적 동의 덕분에 지금의 조 대법원장이 탄생한 것 아니겠는가. 민주당의 태도는 어려모로 수긍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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