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주민과 빈집 개조·막걸리 제조
‘주도적 머물기’로 살고 싶은 곳 각인
“동네 활기·여유 잊지 못해 또 발걸음”
“강진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다시 오고 싶은, 제가 ‘관계 맺은 곳’이 됐어요.”
전남 강진군 병영면에서 한달살기를 한 남현주(26)씨는 올 7월 돌멩이마을 3기로 입소했다. 남씨는 “고향이 따로 없어 어딘가에 정착해 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며 “‘동네 맛보기’보다 깊게 경험해 보고 싶은 곳을 가고 싶었는데, 그러다 보니 강진에서 한달살기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13일 강진군에 따르면 군은 병영면 빈집을 개조한 공간에서 ‘돌멩이 스테이 30’을 운영한다. 돌멩이스테이는 돌담이 많은 병영면의 특징을 담았다. 전남형 청년마을만들기 사업인 돌멩이마을은 지난해 1년차 때 4박5일 단기프로그램으로 시작한 후 올해 한달살기로 전환했다. 병영면 빈집을 개조한 공간에 기수별 5명씩 입소해 한 달 동안 함께 생활한다.
입소자들은 한 달 동안 병영면 양조장 막걸리 제조 등 지역문화체험을 비롯, 빈집 개조 등 공간 조성 프로그램, 문화기획자 초청 강연 등을 지역주민과 함께한다. 돌멩이스테이는 지역 자원을 경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는 ‘주도적 머물기’로 이어진다. 참여자가 기획자가 되면서 지역 주민에게 오히려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교류의 장이 되는 것이다.
남씨는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강진의 돌멩이마을은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고 지역 자원을 활용해 결과물을 내다 보니까 더 깊이 있는 탐구가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이번 경험은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앞으로의 삶을 고민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씨는 강진에 죽기 전까지 정착할 만한 아이템을 찾았다 했다. 그는 “무엇보다 관심지역 카테고리 앞에 강진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 분위기와 주민들의 따뜻한 환대가 인상적”이라며 “서울에서 할 일이 많아 당장 정착하긴 어렵지만 (강진이) 살고 싶은 후보지가 된 건 확실하다.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자꾸 생각나고 다시 오고 싶은 ‘관계적 지역’이 됐다”고 설명했다.
윤여성(38)씨는 강진 한달살기 3회차이다. 지난해 7월 4박5일 일정으로 1기로 입소했던 윤씨는 올해 들어 연이어 한달살기, 두달살기를 하는 중이다. 윤씨는 “아는 작가의 추천으로 강진에 오게 됐는데, 사람 때문에 다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윤씨는 “지난해 4박5일 동안 머물면서 돌멩이마을 스태프들의 활기참과 동네의 여유가 자꾸 생각나 또다시 오게 됐다”고 웃었다. 돌멩이마을 한달살기 매력은 주민과의 융화에 있다는 게 윤씨 설명이다.
그는 “입소자인 5명의 돌멩이들이 주민과 콘텐츠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건데 방문자가 지역자원과 주민을 만나 자발적으로 교류하는 돌멩이 브리지 프로그램은 한달살기가 관광이나 머무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내가 지역주민이 돼 마을에서 지내도록 한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강진 한달살기 입소자들은 예정된 한달살기를 마친 이후 지역 체류 경험을 바탕으로 창작한 콘텐츠와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성과공유회를 가져야 한다. 양혜선 돌멩이마을 대표는 “돌멩이마을은 정착시키는 게 목표가 아니라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라며 “한달살기를 하는 청년들에게 또 다른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연결하고, 교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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