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6.2이닝 1실점… 승리 견인
앤더슨 3이닝 3실점 조기 강판
SSG 9회초 투런 홈런 불구 패
14일 준PO 4차전서 다시 격돌
전국적인 비 예보에도 불구하고 삼성과 SSG가 격돌하는 2025 KBO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승제) 3차전이 열린 1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는 잔뜩 찌푸린 하늘이지만 빗방울은 떨어지지 않았다. 궂은 날씨에도 1승1패로 맞선 두 팀의 중요한 일전을 보기 위해 만원 관중이 들어찼고 경기는 예정된 시간에 시작됐다.
하지만 비가 언제 내릴지 모를 날씨에 양팀 사령탑은 비가 경기 흐름을 바꿀 변수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삼성의 1회말 공격이 시작되자마자 갑작스레 많은 비가 쏟아졌고 경기는 중단됐다. 다행스럽게도 비가 잦아들며 경기는 37분 만에 재개됐다. 관중들과 야구팬들에게는 반가운 일이었지만 아무래도 삼성 원태인과 SSG 드루 앤더슨 두 선발투수는 어깨가 식으며 컨디션 조절이 힘든 상황이었다.

이 난관을 뚫고 이번 준PO의 분수령이었던 3차전 승리를 이끈 주역은 삼성 토종 에이스 원태인이었다. 원태인은 이날 6.2이닝 동안 105구를 던지면서 안타 5개와 4사구 2개를 내줬지만 탈삼진 5개와 함께 1실점만 하는 안정된 피칭으로 삼성의 5-3 승리에 앞장섰다. 이 승리로 2승1패로 앞서가게 된 삼성은 PO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역대 1승1패 준PO에서 3차전 승리팀의 PO 진출 확률이 100%(7차례 중 7번)이기 때문이다.
원태인은 이번 포스트시즌(PS)엔 비와 인연이 깊다. 지난 7일 NC와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도 선발 등판이 예정된 가운데 비로 인해 1시간이 넘도록 경기 시작이 지연되는 어려운 조건이었다. 하지만 원태인은 이를 이겨내고 6이닝 무실점 완벽투로 단 1안타에 그친 타선의 지원에도 팀의 승리를 이끈 바 있다. 그리고 올해 두 번째 PS 등판도 비로 인해 경기가 30분이 넘게 중단된 가운데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경기가 중단됐을 때 외야에 나와 러닝 등으로 몸을 풀며 컨디션을 유지하려는 원태인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원태인의 올가을 남다른 각오는 이날 던진 105개라는 투구수로도 드러난다. 이는 원태인의 올해 정규시즌 최다인 104개보다 많은, NC 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106구)에 이은 시즌 두번째로 많은 투구수다. 정규시즌보다 두 배나 에너지 소모가 많다는 PS에서 한 경기 최다 투구라는 역투를 선보인 것이다. 이런 투혼을 보였기에 준PO 3차전 데일리 최우수선수(MVP)는 당연히 원태인의 것이었고 100만원의 상금을 부상으로 받았다.
반면 앤더슨은 “완벽하게 회복했다”는 이숭용 SSG 감독의 말과는 달리 ‘장염 후유증’ 탓인지 아니면 비로 인해 컨디션이 떨어진 탓인지 이날 던진 대부분의 직구 구속이 시속 150㎞를 밑돌았다. 앤더슨의 정규시즌 직구 평균구속은 시속 152㎞였다. 결국 직구의 위력이 떨어진 앤더슨은 변화구 위주의 승부를 펼쳤고, 삼성 타선은 이를 눈치챈 듯 3회에 앤더슨을 집중 공략해 3안타와 1볼넷에 상대 실책까지 엮어 3점을 뽑아 원태인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결국 앤더슨은 자신의 한국 무대 첫 PS 등판을 3이닝 3피안타 1볼넷 3실점(2자책)이라는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긴 채 조기 강판했다.

삼성 타자들은 조기 가동된 SSG 불펜진도 괴롭히며 5회말 두 점을 추가해 승리에 다가갔다. 1번 타자 김지찬이 5타수 2안타 2득점, 2번 타자 김성윤은 4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으로 테이블 세터진의 활약이 눈부셨다. 특히 4-1로 달아난 5회말 1사 2루에서 삼성 구자욱은 SSG 세 번째 투수 이로운과 무려 17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로 괴롭혔다. 비록 구자욱이 삼진으로 아웃됐지만 이는 역대 PS 한 타자 상대 최다 투구 신기록이었다. 종전 최다 기록은 2003년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SK(현 SSG) 투수 제춘모가 현대 이택근과 15구 승부를 펼친 것이었다.
SSG는 9회 마지막 공격에서 고명준이 투런 홈런을 쏘아올린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고명준은 이번 PS에서 3경기 연속 홈런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이제 삼성과 SSG의 이번 가을 운명이 걸린 준PO 4차전은 14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삼성은 외인 에이스 아리엘 후라도를 선발로 내세워 시리즈를 끝내겠다는 각오다. SSG는 베테랑 김광현을 출격시켜 승부를 다시 원점으로 돌리고 시리즈를 인천으로 끌고 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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