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 사건 합의체 ‘3분의2 참여’
법관 추천위, 헌재 사무처장 포함
법원행정처장 제외시켜 ‘힘 빼기’
재판소원제는 공론화 후 별도 입법
野 “대법을 대통령실 아래 둔 것”
與 “차기대통령도 동수 임명” 반박
민주당이 검찰개혁과 함께 올해 정기국회 안에 처리하겠다고 공언해 온 사법개혁안이 20일 베일을 벗었다. 대법관 수 증원, 대법관 추천위 다양성 확보 등이 핵심이다. 여당은 ‘투명성 확보’가 개혁의 골자라고 설명한다. 야당은 “반헌법적이고 반민주적인 사법 장악 로드맵”(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이라고 반발하고 있으나 범여권이 180석 내외의 압도적 의석수를 확보하고 있어 관련 법안의 연내 처리는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헌법재판소가 기존 법원재판의 위헌성 여부 등을 심리해 사실상 4심제로 평가되는 ‘재판소원제’도 공론화하기로 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당 지도부 발의’로 못박았다. 처리 시까지 진통은 불가피하다.
민주당 사법개혁특위의 사법개혁안 핵심은 대법관 증원이다. 현재 14명을 26명으로 증원하는데, 현 대법관들의 임기를 고려하면 이재명 대통령 임기 중에 22명이 새로 임명되는 구조다. 백혜련 사개특위 위원장은 “다음 대통령도 (이 대통령과) 똑같은 수를 임명하게 된다”며 “현 정권과 차기 정권이 대법관을 균등하게 임명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사법부를 회유하거나 사유화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할 여지는 전혀 없다”고 했다.
대법원 재판부도 현재 3개 소부에서 6개 소부로 늘어난다. 소부 3개씩을 각각 묶은 제 1·2 연합부가 구성된다. 매우 중대한 사건을 최종 판단할 때는 연합부 대법관 과반 동의로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 이상이 참여하는 합의체를 구성해 판결할 수 있도록 했다.

법관 추천위도 기존 10명에서 12명으로 늘리며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하는 대신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을 위원으로 포함한다. 위원 추천 조건에는 ‘인권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분야에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반영했다. 대법원장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형사사건의 하급심(1·2심) 판결문을 일반 국민에게 공개하고 판사가 압수수색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수사 관계자 등 관련자를 직접 심문하는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도 도입한다.
민주당 사개특위는 김기표 의원 발로 법원의 재판에 의해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 이를 헌법재판소에서 다시 심사할 수 있게 하는 ‘재판소원’ 제도안도 발표했다. 사개특위안에 포함되지는 않았다. 사법개혁안과는 별도로 처리과정을 밟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당론으로 추진하지 않고, 김기표 의원이 지도부와 공감 아래 법안을 발의한 뒤 첨삭이 가해질 수 있다”며 “(이후) 법사위를 거치며 흔히 말하는 ‘당론화’가 될 수 있는 쪽으로 간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입장과는 온도차가 있는 대목이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찬성과 반대 의견이 있어 당론과 사개특위안으로 발의하지 않는다”며 “사법부와 헌재, 전문가, 야당 등의 의견을 충분히 들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민의힘 장 대표는 민주당의 법안 발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이 사법개혁이란 미명하에 또다시 대한민국 법치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며 “(민주당의 사법개혁안은) 독립성과 공정성이 생명인 사법부를 코드 인사로 채우고 대통령실 아래 대법원 비서관실을 만들겠다는 발상이나 다름없다”고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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