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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 왜곡죄’는 사법부 장악 수단”… 대법원 인식이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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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30 23:28:25 수정 : 2025-10-30 23:2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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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법 왜곡죄’(형법 개정안) 도입에 대해 대법원은 “권력이 사법부를 장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며 반대 취지의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법 왜곡죄는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조작하거나 법을 왜곡해 적용한 검사와 판사를 처벌하는 게 핵심이다. 대법원은 “정치적 이슈가 되는 사안일 경우 법관의 소신 있는 재판에 대해서 법 왜곡죄 혐의를 씌울 위험성이 있고, 이 경우 법관의 독립적인 사법권 행사를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사든 재판이든 조작과 왜곡은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어 낸다. 최근 항소심 무죄판결을 받은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 피고인은 검찰의 구속 기소 이후 16년 동안 파렴치한 범죄자로 몰려 고통을 당했다. 법 왜곡죄를 만들면 이런 사례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대법원도 밝혔듯이 사법 신뢰를 제고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순기능이 있다. 이런 차원이라면 국민도 법 왜곡죄 도입에 찬성할 테지만 민주당은 과거 여러 수사·재판 왜곡 사례에도 법 왜곡죄 도입을 추진한 적이 없다. 그러다 야당 대표 시절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를 계기로 법 왜곡죄를 들고 나왔다. 대법원이 이 대통령 선거법 사건을 유죄취지로 파기환송하자 대상을 판사로 넓혔다. 추진 과정이 정략적이다.

대법원은 “법 왜곡죄는 역사적으로 신권과 왕권 등을 수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면서 “법 왜곡죄가 존재했던 독일이나 러시아의 경우에도 히틀러나 스탈린의 독재하에서는 제도가 무력할 뿐이었다”고 설명했다. 국민이 주인인 공화정 체제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법원이 왕권이나 히틀러를 반대 논거로 인용한 것은 견강부회의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정치 양극화가 심화하고 강성 지지층에 의존하는 포퓰리즘 정치가 횡행하는 정치 현실에서 법 왜곡죄는 권력 비판과 견제를 위축시키는 도구로 활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법 왜곡죄 시행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왜곡’이란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 법 집행의 예측 가능성이 사라지고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 사법 신뢰 제고와 국민의 기본권 보호가 목적이라면 법 왜곡죄 신설보다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 보완이 우선돼야 한다. 대법원도 법 왜곡죄 신설 주장이 왜 나왔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판사들은 국민의 법감정이나 합리적 상식과 동떨어진 판결이 나오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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