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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일본도 정상회담… 원칙적 입장 공유에도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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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31 20:47:40 수정 : 2025-10-31 20:47:56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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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31일 첫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소통을 유지하자는 원칙적 입장을 공유했다. 다만 양국 간의 불편한 관계를 드러내듯 온도차도 드러났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일본 NHK 등에 따르면 시 주석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오후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 참가를 계기로 중·일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시 주석이 일본 총리와 회담한 것은 약 1년 만이며 두 정상 간 회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31일 경주에서 열린 중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교도=연합

시 주석은 모두발언에서 “나는 당신(다카이치 총리)과 소통을 유지하고, 중·일 관계가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함께 추진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세계는 100년 만의 변화가 가속하고 있고, 국제·지역 형세는 혼란스럽게 얽혀 있다”며 “중국과 일본 양국은 서로 중요한 이웃으로, 중·일 관계의 장기적이고 건강하며 안정적인 발전을 추진하는 것은 양국 국민과 국제 사회의 보편적 기대에 부합한다”고 원론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이어 “당신은 취임 후 ‘중국이 일본의 중요한 이웃 국가이고,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대(對)중국 관계를 구축하며 양국의 전략적 호혜 관계를 전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고 언급한 뒤 “이는 중·일 관계에 대한 당신과 새로운 내각의 중시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면서 “중국은 일본과 ‘4대 정치문건’이 확립한 원칙과 방향에 따라 양자 관계의 정치적 기초를 함께 수호하고, 중일 전략적 호혜 관계를 추진할 용의가 있다”며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맞는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중·일 관계 구축에 전념하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이 말한 중국과 일본의 4대 정치문건은 1972년 수교 때 발표한 ‘중·일 공동성명’, 1978년 ‘중·일 평화우호조약’, 1998년 ‘중·일 평화와 발전의 우호협력 동반자 관계 수립 노력을 위한 공동선언’, 2008년 ‘중·일 전략적 호혜관계 전면 추진에 관한 공동성명’을 가리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제1세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이 문건들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주권·영토 완전성 상호 존중, 패권 추구 반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시 주석이 강경 보수로 평가받는 다카이치 총리를 향해 기존에 합의한 외교 원칙을 준수하고, 중국 내정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을 우회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양국 간 과제 해결을 위해 솔직한 대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면서도, 중국 인권·동중국해 문제를 비롯한 민감한 사안을 적극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중국과 전략적인 호혜 관계를 포괄적으로 추진해 건설적이고 안정적 관계를 만들고 싶다”며 “중국은 일본에 중요한 이웃 국가로, 양국은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중요한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양 정상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전략적인 호혜 관계’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2006년 중국을 방문했을 때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한 양국관계의 기본원칙으로, 두 나라가 경쟁과 대립이 아닌 관계 개선을 중시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어 “일·중 간에는 여러 현안과 과제가 있지만, 그것들을 줄이고 이해와 협력을 늘려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자 한다”며 “시 주석과 솔직한 대화를 거듭해 정상 간 관계도 심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3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제1세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

다카이치 총리는 회담을 마친 뒤 일본 취재진과 만나 “시 주석에게 홍콩 등 중국의 인권 문제와 (영유권 분쟁 지역인) 동중국해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고 회담 내용을 추가로 공개했다. 그는 “희토류에 대해 논의하고, 북한 관련 의견을 교환했다”며 “중국에 일본산 수산물 수입 재개와 관련해 긍정적으로 대응해 달라고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과거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및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강경 발언 등으로 총리 당선 이전부터 중국 내에서 우익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시 주석이 그간의 관례와 달리 지난 21일 취임한 다카이치 총리에게 자신 명의가 아닌 리창 국무원 총리 명의의 축전만 발송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나온 조치라는 분석도 나왔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다카이치 총리 당선 소식을 전하며 그가 반(反)중 성향을 드러내왔고, 난징대학살을 부정하거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등 중국 국민 감정에 반하는 인사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이번 정상회담 당일까지도 회담 개최 예정 여부를 발표하지 않은 것 역시 중국이 불편한 심기를 내보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날 언론에 공개된 시 주석의 회담 모두발언에서도 별도의 취임 축하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한편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날 중·일 정상회담은 약 30분 만에 종료됐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 간 미중 정상회담이 약 100분간 진행된 것과 비교하면 3분의1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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