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8일 일본 나라지방법원에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희끗희끗한 머리칼을 뒤로 묶은 채, 침착한 듯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3년 전 일본의 전 총리 아베 신조(당시 67세)를 저격, 숨지게 해 일본 정치사에 돌이킬 수 없는 충격을 준 야마가미 데쓰야(45)였다. 그의 첫 공판일이었다.
그가 법정에서 혐의 사실을 인정했으나 변호인과 검찰은 정상참작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변호인은 “피고인의 어머니가 자살한 남편의 생명보험금을 투자하고, 그로 인해 수억 엔을 구 통일교에 기부하였다”며 “그 결과 가족 간 갈등이 극심해졌고, 테쓰야는 어린 시절, 학대에 가까운 환경 속에서 성장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이를 참작해 줄 것을 재판부에 호소했다.
반면 검찰은 “전직 총리가 공개석상에서 수제 총기에 의해 살해된 것은 전후 일본 역사상 유례가 없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피고인이 어머니의 종교 단체를 원인으로 분노를 품었다 해도 그것이 범행을 정당화하거나 형을 경감시킬 사유가 될 수는 없다”고 단호히 맞섰다.
한 일본 언론에 따르면, 공판을 앞두고 야마가미는 “이런 결과가 될 줄은 몰랐다”며 흔들리는 심경을 드러냈다. 그의 모친은 “아들의 행동에 대한 나의 책임이 크지만, 단순히 기부가 원인이었던 것은 아니다. (사건이 일어난 뒤) 믿음은 더욱 깊어졌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날 법정의 야마가미는 혼란과 후회의 그림자 속에 서 있었다.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인가’라는 자책이 그에게 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일으킨 파문이 얼마나 깊고 광범위한지를 이제야 깨닫고 있는 듯하다.
사실 그의 삶은 불행의 연속이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스스로 생을 마감했고, 형은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는 끝없는 절망 속에서 구원을 찾아 구 통일교회(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의 문을 두드렸다. 그녀의 헌금은 맹신이 아니라, ‘이 불행의 사슬을 끊고 싶다’는 간절한 염원이자, 가족의 고통을 신에게 봉헌하고자 한 신앙의 표현이었다.
2022년 7월 긴테쓰 야마토사이다이지 역 앞에 울려 퍼진 두 발의 총성은 아베를 겨냥했지만, 그 결과는 가정연합 전체를 향한 사회적 파문으로 번졌다. 교단은 일본 정부로부터 해산 명령을 받았고, 수많은 신자들이 사회적 낙인과 비난 속에서 하루아침에 신앙의 자유를 잃었다. 평범한 가정의 부모들이 ‘범죄의 공범’으로 취급되며 직장과 공동체에서 고통을 겪고 있다. 그들의 상처는 총탄이 남긴 상흔만큼이나 깊다.
일본 사회가 이 사건을 계기로 종교의 책임을 물을 수는 있다. 그러나 가정연합 전체를 ‘악’으로 단죄하려는 분위기는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이 된다. 야마가미의 모친처럼 절망 속에서 신앙에 매달린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까지 부정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찾고자 했던 것은 돈이나 권력이 아니라, 삶의 고통을 견딜 수 있는 ‘존재의 의미’였다. 신앙의 본래 목적을 외면한 채, 사회가 단죄와 비난만으로 일관한다면 이 비극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불행의 시작이 될 것이다.
가정연합은 이번 사건 이후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절망에 처한 신도들은 거리로 나가 신앙의 자유를 호소하고 있지만, 일본 사회에서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신앙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그것이 더러 불편하게 느껴져도, 그 자유를 부정하면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다.
 
            야마가미는 자신의 행위를 변명 없이 되돌아보아야 한다. 개인의 진심 어린 반성은 사회의 치유로 이어질 수 있다. 일본 사회 또한 이 사건을 계기로, 종교와 인간의 관계를 다시 성찰할 기회를 맞이해야 한다. 미움보다 이해가 앞서고, 단죄보다 사유가 깊어질 때 비로소 이 비극은 사회적 회복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일본 소설가 마야마 히토시(63)는 TBS와 인터뷰에서 “일본 정치의 혼란이 그의 우울증을 폭발시킨 유일한 방아쇠가 아니었는지 오래도록 생각해왔다”며 “이후에도 일본 정치의 복잡한 행보를 보면, 언론이 종교와 구 통일교회만을 비난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야마가미 사건은 1심을 포함해 총 16건의 재판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그의 어머니와 여동생도 증인으로 출석할 계획이다. 판결은 2026년 1월 21일에 내려질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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