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인류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촘촘히 연결되어 있지만,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깊이 분열되어 있다. 기술은 지구를 하나로 묶었으나, 이념과 종교, 국익의 벽은 여전히 높다. 인공지능(AI)과 인터넷이 세계를 실시간으로 연결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오히려 더 멀어졌다. 문명은 발전했지만, 내면은 증오와 불신의 경계에 갇혀 있다.
지금 인류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새로운 무기나 제도가 아니다. 서로의 존재를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대화의 문명’이다. 대화의 문명이란 인간의 내면·관계·제도가 서로의 존엄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재구성된 문명이다. 그 정신적 토대는 20세기를 넘어 오늘에도 빛을 잃지 않는 평화사상가들의 가르침 속에 있다. 마하트마 간디, 문선명 총재, 이케다 다이사쿠, 이들은 영성과 실천을 겸비한 인류 평화의 선각자들이며, 각기 다른 길을 걸었으나 하나의 진리를 향했다.
간디는 폭력과 제국주의의 시대 속에서 진리와 사랑의 힘으로 제국을 무너뜨렸다. 그의 ‘비폭력 저항(사트야그라하)’은 정치 전략이 아니라 인간의 양심에 대한 신앙이었다. 그는 힌두교의 영성에서 출발했지만, 모든 종교의 도덕적 본질을 하나로 통합했으며, 종교를 사회윤리와 인간해방의 도구로 승화시켰다. 그의 비폭력은 인간 안의 증오를 정화하는 영적 혁명이었다. 간디에게 평화는 자기 통제를 통해 사회의 질서를 바로 세우는 자유요, 인간 양심의 각성에서 비롯되는 내면의 혁명이었다.
문선명 총재는 냉전과 분단의 현실 속에서 “하나님 아래 인류는 한 가족”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종교와 이념, 민족의 벽을 넘어선 화해의 질서를 추구하며, 사랑과 가정의 윤리를 평화의 기초로 삼았다. 그는 세계 지도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월드서밋을 개최하고, 해양평화운동을 통해 신앙의 이상을 실천의 현실로 끌어올렸다. 문 총재에게 평화란 위하여 사는 삶이고, 관계의 복원이며, 인류가 하나의 가족으로 서로를 품는 사랑의 질서였다.
이케다 다이사쿠는 전후 일본의 폐허 속에서 “인간의 정신은 핵보다 강하다”고 외치며, 불교의 자비정신으로 폭력의 악순환을 끊으려 했다. 그는 대화와 교육을 통해 평화를 제도의 언어에서 시민의 일상으로 끌어내렸고, 국제창가학회(SGI)를 중심으로 유엔과 시민사회가 협력하는 새로운 평화 담론을 제시했다. 이케다는 “대화는 평화를 향한 왕도”라 말하며, 진정한 평화는 설득과 경청의 힘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세 사람의 사상은 양심·사랑·대화라는 세 축으로 이어진다. 간디의 양심의 혁명이 개인의 폭력을 멈추게 했고, 문 총재의 사랑의 철학이 공동체의 분열을 치유했으며, 이케다의 대화의 실천이 사회의 갈등을 중재했다. 이 세 축이 만날 때 평화는 제도나 선언이 아닌 삶의 문화로 자리 잡는다. 내면의 평화가 관계의 화해로, 화해가 시민사회의 연대로 확장될 때 인류는 진정한 ‘대화의 문명’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제 인류는 그 정신을 이어받아 새로운 시대의 국제적 장, 곧 ‘문명 간 대화의 플랫폼’ 또는 ‘인류평화 대화포럼’을 만들어야 한다. 이 포럼은 시민사회의 자발적 연합이 중심이 되되,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가 제도적 후견을 맡고, 종교·철학·학술 지도자들이 윤리적 방향성을 제시하는 삼중 협력 구조로 구성되어야 한다. 그래야 특정 이념이나 국익의 장벽을 넘어 인간의 양심과 대화에 기초한 새로운 문명 질서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문명 충돌과 종교 대립의 조짐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것은 ‘나의 신’이 아니라 ‘우리의 인간성’이다. 간디의 양심, 문 총재의 사랑, 이케다의 대화는 그 인간성을 회복시키는 다리다. 정치가 멈춘 자리에 사상가가 서고, 종교가 닫힌 자리에 시민이 대화해야 한다. 그 대화의 문화가 널리 확산될 때, 비로소 인류는 전쟁의 문명에서 대화의 문명으로 이행할 수 있을 것이다.
평화는 인류가 함께 만들어 가는 대화의 과정이지, 어느 한쪽이 베푸는 선물이 아니다. 그 대화의 장을 여는 것이 바로 오늘 우리가 짊어진 문명사적 사명이다. “대화는 평화를 향한 왕도이며, 인간의 양심은 어떤 무기보다 강하다.” 간디·문선명·이케다가 우리 시대에 던지는 위대한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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