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9일·30일 가빈아트홀서 개최
25년 만에 본인 대표곡 5곡 재녹음
미니앨범 ‘아워 스토리’(Our Story)
한정판 LP에는 특별 수록곡도 실려
올해 6월 KBS Joy 예능 ‘오만추2’에서 솔직하고 따뜻한 매력으로 재조명된 가수 왁스가 가장 잘하는 음악으로 돌아왔다. 데뷔 25주년을 맞아 리메이크 앨범·첫 LP·단독 콘서트로 이어지는 큰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왁스는 7일 대표곡 5곡을 2025년의 감성으로 재녹음한 25주년 기념 미니앨범 ‘아워 스토리(Our Story)’를 발표했다. 8일에는 데뷔 이후 처음으로 한정판 LP를 선보였고, 오는 11월 29·30일에는 서울 가빈아트홀에서 단독 콘서트 ‘HIGHLIGHT’를 열어 25주년 프로젝트의 대미를 장식한다.
한국에서 왁스라는 가수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그를 다각도로 볼 기회는 그만큼 많지 않았다.
1998년 록밴드 ‘도그(DOG)’의 보컬로 데뷔한 왁스는 밴드 해체 이후 바로 솔로 활동을 준비, 2000년 ‘엄마의 일기’와 ‘오빠’가 수록된 정규 1집을 발표하며 가요계에 본격 데뷔했다. 1집의 성공을 만끽할 새도 없이 바로 발표한 정규 2집(2001)은 한국음반산업협회 공식 집계 기준 71만 장 판매고를 기록, 왁스를 단숨에 ‘여성 솔로 앨범 단일 판매량 1위’ 기록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이 기록은 2020년대 블랙핑크 멤버들의 솔로 음반이 나오기 전까지 깨지지 않았다. 약 20년간 여성 솔로 최다 판매량을 지킨 것. 이러한 성적이 일부 방증하듯 왁스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보컬리스트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데뷔 초 ‘얼굴 없는 가수’ 콘셉트의 영향으로, 대중과의 접점은 오랫동안 공연에 한정됐다.
‘얼굴 없는 가수’ 콘셉트로 데뷔해 가창력으로 진가를 증명한 가수로는 김범수·조성모·조관우 등이 있지만 모두 남자가수다. 여자가수를 이 같은 방식으로 데뷔시킨 사례는 거의 없다. 왁스의 경우에는 배우 하지원이 ‘오빠’ 무대에서 립싱크로 먼저 등장했던 까닭에, 일부 대중이 두 사람을 동일 인물로 혼동하는 해프닝까지 생겼다. 파격적인 홍보 전략은 분명한 명암을 남겼다. 음악성과 가창력,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참신한 마케팅 덕에 ‘왁스’라는 이름을 빠르게 알릴 수는 있었지만, 데뷔 이후 한동안 레거시 미디어의 희생양이 되어 대중의 과도한 외모 평가를 감내해야 했다. 이로 인해 카메라 울렁증이 생긴 그는 방송보다는 공연 중심으로 활동해 왔다. 2000년 데뷔 후 매년 새 앨범을 발표하며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해왔음에도, ‘신비주의 가수’, ‘활동 공백기가 있었던 가수’ 등의 오해가 뒤따랐던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7년 전인 2018년 개인 유튜브 ‘왁스–조혜리’ 채널을 개설하며 비로소 음악 외적인 모습과 일상을 공유하기 시작했지만, 왁스의 인간적인 매력이 대중에게 닿을 통로는 여전히 제한적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출연한 KBS Joy 연애 프로그램 ‘오래된 만남 추구 시즌 2 (오만추 2)’는 그녀의 소식을 기다려온 팬들에겐 큰 반가움이었을 듯 하다. 왁스는 방송 종영 이후 MBC 라디오에 출연해 “리얼리티 예능이 처음이라 고민이 많았다”며 “방송을 보고 객관적으로 나를 알게 된 경험이 새로웠다”는 소회를 밝힌 바 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ENFP 특유의 밝지만 허술한 매력, 상대를 배려하면서도 빛나는 유머러스함, 필라테스 자격증을 갖춘 운동 마니아의 면모, 수준급 요리 실력, 철저한 자기관리 능력 등 그간 숨겨져있던 ‘사람 조혜리’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개그맨 이상준의 적극적인 호감 표현으로 러브라인이 형성되기도 했으나, 나이차이라는 현실적 장벽을 넘지 못한 까닭에 최종 커플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왁스는 한국 가요계에서 손꼽히는 ‘히트곡 부자’다. 지난 7월 KBS 쿨FM ‘박명수의 라디오쇼’에서 진행자 박명수가 “왁스만큼 히트곡 많은 가수 없을걸요”라고 평한 건 과장이 아니다. 이번 리메이크 앨범 ‘아워 스토리(Our Story)’에 실린 5곡, ‘화장을 고치고’, ‘부탁해요’, ‘황혼의 문턱’, ‘엄마의 일기’, ‘날 떠난 이유’를 비롯, 앨범에 실리지 못한 다른 히트곡 ‘오빠’, ‘머니’, ‘여정’, ‘내게 남은 사랑을 다 줄게’, ‘지하철을 타고’, ‘아줌마’, ‘사랑한다’, ‘떨어진다 눈물이’ 등 한 소절만 들어도 알만한 곡이 수두룩하다. 양손으로도 다 세기 어려울 정도다. 발라드·댄스·OST·전자음악 등 장르를 넘나드는 곡들이 한 사람의 디스코그래피에 모두 들어가 있다는 점도 놀랍지만, 이를 여전히 모두 라이브로 소화할 수 있는 가수는 더욱 드물다. ‘왁스(WAX)’라는 이름이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그녀의 데뷔 이후 25년 음악적 궤적을 현재의 감성으로 다시 풀어낸 작업이 이번 미니앨범 ‘아워 스토리(Our Story)’다. 소속사 펀한엔터테인먼트는 “25년 동안 팬들과 함께 써 내려온 이야기라는 의미를 담았다”며 “왁스의 현재 목소리가 가진 결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앨범”이라고 설명했다.
왁스는 2주 전 김범수 유튜브에 출연해 해당 앨범의 녹음 비하인드를 밝혔다. 그는 “녹음 직전, 예전과 비슷하게 불러야 하나 고민이 컸다”며 “‘지금의 왁스가 부른다’는 마음을 가지니 그제야 접근이 쉬워졌다”고 했다. 또 이번 리메이크 앨범에서 빠진 히트곡 중 ‘오빠’, ‘머니’ 등 댄스곡들에 대한 이전과 달라진 마음가짐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김범수가 “(1집 곡인) ‘오빠’, ‘머니’를 요즘 다시 불러야 할 때, 좀 오글거리지 않느냐” 묻자 왁스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하며 “오히려 요즘 더 열심히 부르고 있다, 당시엔 음악적 고집이 있었기에 오히려 더 부르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요즘은 이 곡들 없었으면 (음악생활이나 공연이) 많이 심심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소중한 곡들”이라며 본인 곡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번 앨범에서 왁스가 “마음속 타이틀곡”이라고 밝힐 만큼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곡은 ‘날 떠난 이유’다. ‘오빠’, ‘엄마의 일기’와 함께 정규 1집(2000)에 수록됐던 이 곡은 매니아층이 견고한 것으로 유명하다. 왁스는 “팬층이 두터운 곡인데 방송에서는 부를 기회가 거의 없었다”며 “콘서트에서만 간간이 들려드리던 노래를 이번 리메이크 앨범을 통해 다시 선보일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번 리메이크 앨범은 8일 한정반 LP로도 발매됐다. 왁스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번엔 뭔가 더 특별한 걸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LP를 준비했다”고 제작 소감을 밝혔다. 아티스트의 클래식한 무드를 담은 디자인과 고음질 마스터링으로 소장 가치를 높인 이번 LP에는 CD엔 실리지 않은 특별 수록곡 1곡이 한 곡 실렸다. 피아노 선율로만 담백하게 재편곡한 ‘화장을 고치고’다. 잔잔한 피아노 위로 얹힌 왁스 특유의 호소력 짙은 보컬이 곡의 감정을 온전히 이끄는 버전으로, 이별한 여성의 정서를 가장 정확하게 포착한 편곡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수많은 리메이크와 커버가 존재하지만, 우리가 끝내 왁스의 ‘화장을 고치고’로 돌아오게 되는 이유를 이 트랙이 다시 확인시켜준다. 원곡 가수가 지닌 섬세한 곡 해석력이 여전히 압도적이다.
왁스는 11월 29·30일 양일 간 서울 가빈아트홀에서 단독 콘서트 ‘HIGHLIGHT’를 열고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티켓은 멜론 티켓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난각 번호 논란](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20/128/20251120517190.jpg
)
![[기자가만난세상]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20/128/20251120517173.jpg
)
![[세계와우리] 원잠을 보유할 준비는 됐는가](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20/128/20251120517196.jpg
)
![[기후의 미래] 빌 게이츠에 실망한 진짜 이유](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20/128/20251120517163.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