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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바뀌면 다른 결과 내놓는 감사원, 국민 신뢰 얻겠나 [논설실의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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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21 16:37:27 수정 : 2025-11-21 16:3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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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 TF “권익위 감사 위법·부당 행위”
前 정부에선 ‘절차하자·표적감사’ 일축
정권 교체 때마다 ‘보복 논란’ 단절해야

감사원이 윤석열정부 당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 대한 감사 착수·처리 등 과정 전반에 위법·부당 행위가 있었다고 지난 20일 발표했다. ‘감사원 운영 쇄신 태스크포스(TF)’가 현 감사위원인 유병호 전 사무총장 시절인 2023년 6월 실시된 권익위 감사에 대해 이런 내용의 중간 점검 결과를 내놨다. 지난 정부에서 절차 하자 의혹을 일축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정권 교체 후 기존 입장을 뒤집은 셈인데, 이래 놓고도 국민 신뢰를 얻길 바라나.

 

TF의 점검 결과는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 3월 최재해 감사원장(11일 퇴임)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에서 전 최고위원에 대한 ‘표적 감사’를 했다는 국회 측 탄핵소추 사유와 관련해 국가공무원법 위반을 인정한 바 있다. 감사원이 전자문서 시스템을 변경해 당시 주심위원(현 조은석 특별검사)의 열람 없이 권익위 감사보고서를 시행(확정·송부)할 수 있도록 한 게 법에 저촉된다는 판단이었다. 이번에 TF도 당시 주심위원을 결재라인에서 삭제해 사무총장을 최종 결재자로 변경했다가 감사보고서 공개 후 결재라인에 주심위원을 추가하는 등 전산 조작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주심위원을 ‘패싱’했다는 논란은 2023년 10월 불거졌는데, 당시 감사원은 “보고서가 결재 없이 공개됐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잡아뗀 바 있다. 

 

TF는 당시 통상적 절차에 비춰 비정상적이거나 지침과 다르게 권익위 감사에 들어간 것으로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당시 제보를 받고 감사에 착수했는데, 통상 사실관계 확인 등을 위한 자료 수집(30일 이내) 기간도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착수 결정을 먼저 한 뒤 감사할 내용을 찾았다는 얘기인데, 당시 사퇴 압박을 받던 전 위원장을 쫓아내려 표적 감사를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감사원은 지난 정부에서 표적 감사 의혹을 부인했었고, 헌재도 지난 3월 민주당이 주도한 최재해 원장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하면서 관련 의혹을 인정하지 않은 바 있다. TF의 최종 조사 결과에 따라 표적 감사 논란이 재연될 우려도 있다.

 

TF는 당시 사무처가 감사보고서 문안을 수정하면서 앞서 최고 의결기구인 감사위원회가 의결한 문안과 달리 ‘적절한 처신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등 전 전 위원장을 비난하는 문구를 임의로 추가하는 등 감사위 심의 권한을 침해한 정황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난 정부에서 사무처는 ‘감사원의 실세’로 불렸던 유병호 위원이 이끌었는데, 야당에선 이번 TF 조사 결과가 그를 끌어내리려고 정조준한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분위기다. 더구나 유 위원에 이어 지난 9월 취임한 정상우 신임 사무총장이 “‘정상화 TF’를 구성해 지난 정부에서 잘못된 감사 운영상 문제점을 규명하고, 잘못된 행위는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간 감사원에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정권 당시 제기된 문제 제기를 살펴본다는 명분으로 ‘감사의 감사’가 이뤄졌고, 정치 보복 논란이 뒤따랐다. 이번에도 이런 악순환을 끊지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감사원은 그간 정권의 ‘주문생산’에 적극 응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대표적으로 4대강 사업 감사는 이명박정부부터 윤석열정부까지 5차례나 진행됐으나 결론은 정권 입맛에 따라 갈팡질팡했다. 이에 따른 소모적 혼란은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져 결국 국민 피해로 귀결됐다. 정치권이 감사원을 권력의 도구로 삼는 한 신뢰 회복은 바랄 수 없다. 감사원이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제 기능을 다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감사원 자신도 ‘정치 감사’ 논란에서 벗어나려면 정권과의 대립각도 불사한다는 각오를 보여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한 마디에 금세 ‘정책 결정 감사는 폐지하겠다’고 밝혀서야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겠나.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정부의 부실 대응을 추궁했던 결기를 되살려야 할 것이다. 더불어 보복의 구습에서 벗어나 조직 내부부터 추스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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