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 불가 몰입감…방구석 세계여행
전용 콘텐츠 부족 한계 분명하지만
안드로이드 생태계로 곧 극복 가능
야외 사용은 이른 감…시선 집중돼
삼성전자가 지난달 출시한 헤드셋 형태의 모바일 기기 ‘갤럭시 XR’을 써본 뒤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아직 즐길 만한 전용 콘텐츠가 부족하고 비싼 가격, 조작법 등 여러 한계가 있다. 그러나 TV, 프로젝터, 태블릿, 스마트폰 등 기존 스크린에선 구현할 수 없는 압도적인 몰입감 하나만으로 XR이 기존 모바일 기기 생태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갤럭시 XR은 삼성전자와 구글, 퀄컴이 공동 개발한 ‘안드로이드 XR’ 플랫폼을 최초로 탑재한 헤드셋이다. 그렇다 보니 구글의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제미나이’가 기본 탑재돼 있고, 구글 지도, 유튜브 등 구글 기본 앱을 제미나이와의 대화로 매끄럽게 실행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제미나이를 켠 채 “구글 지도에서 하프돔으로 데려가 줘”라고 말하면 즉시 미국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있는 화강암 돔인 ‘하프돔’의 한가운데로 갈 수 있었다. 구글 지도 이머시브 뷰를 활용하면 하프돔을 위에서 내려다보고, 손으로 지도를 밀고 당기면 하프돔 상공을 자유롭게 이동했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 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 등 유명 랜드마크들도 마찬가지다. “구글 지도 이머시브 뷰로 데려가 줘”라고 지시하면 방구석에서도 세계 유명 관광지 어디든 이동할 수 있었다. 아직 동작 속도나 화질 등은 보완이 필요하지만, 고개가 움직이는 대로 에펠탑·콜로세움의 주변 풍경을 확인할 수 있다 보니 몰입감이 상당했다. 간단한 손짓으로 콜로세움 위를 날아다니면서 내부 구조를 확대해 들여다보기도 하고, 구글의 스트리트뷰 기능을 활용해 스페인 남부 론다의 구시가지를 지나 명소인 누에보 다리를 건널 수 있었다.
인터넷 서핑이나 영상 콘텐츠 감상 등 기본적인 작업도 갤럭시 XR에서는 특별한 경험이 됐다. 오른쪽 밴드를 두 번 연속 터치하면 주변 360도 환경이 기본 제공되는 가상 배경으로 바뀐다. 가상 배경 중 하나인 아이슬란드 동남부 해안의 베스트라호른 산 풍경 위에 넷플릭스 창을 띄워 영상을 틀어놓거나, 구글 크롬 브라우저로 알고 싶은 정보를 검색하는 경험 자체가 다른 모바일 기기는 제공할 수 없는 차별점으로 다가왔다.
전용 XR 영상들은 콘텐츠 속 등장 인물과 사용자가 한 공간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줬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네이버의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 XR’에서 공개한 아이돌 가수 예시 영상을 보니 실제 아이돌들이 내 코앞까지 걸어오고, 노래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갤럭시 XR은 향후 미국프로야구(MLB)나 미국프로농구(NBA) 등 스포츠 콘텐츠로도 저변을 넓힐 예정인데, 이 경우 경기장에 가지 않아도 상당한 몰입감으로 경기를 즐기는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 ‘AI폰’의 시작을 알린 ‘서클 투 서치’ 기능도 한층 진화했다. 구글 지도는 전 세계뿐 아니라 우주 공간까지도 XR로 체험이 가능했다. 이때 보이는 화면에 동그라미를 치면 이 별의 이름이 무엇인지 관련 정보를 알 수 있었다.
XR 체험을 지속하려면 착용감이 받쳐줘야 한다. 갤럭시 XR은 착용감에서 ‘합격점’을 주고 싶다. 기기 전체 무게는 545g이지만, 앞뒤로 무게를 적절하게 분산하는 구조를 택해 오랫동안 머리에 쓰고 있어도 불편하지 않았다. 이마를 받쳐주는 쿠션이나 기기를 머리둘레에 맞춰 조절해주는 후면 밴드 다이얼 등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눈의 피로감도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평소 안경을 쓰는 사용자는 안경을 쓴 채로 기기를 착용하면 최상의 화질을 즐길 수 있다. 기기 렌즈를 최대한 눈에 가깝게 위치시켜 XR 화면을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스윗 스팟’도 몇 번 사용해보니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다만 야외 사용은 시기상조였다. 맨눈을 갤럭시 XR의 카메라만으로 바깥 풍경을 온전히 담아내기엔 화질이 충분치 않았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하기 어려웠다. XR이 좀 더 대중화되면 자신감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조작 방식도 인식률 개선은 필요했다. 컴퓨터 조작 시 사용하는 마우스를 갤럭시 XR은 사용자의 시선과 집게손가락으로 구현했다. 사용자가 바라보는 대로 마우스 커서가 움직이고, 엄지와 검지를 붙이거나 떼면 마우스 클릭이 되는 방식이다. 갤럭시 XR은 시선 보정 기능 등을 통해 사용자 동공 움직임과 갤럭시 XR의 인식을 동기화하는 등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데, 삼성·구글 기본 앱이 아닌 경우 시선 인식률이 높지 않아 오작동이 잦았다.
XR 콘텐츠 부족도 숙제다. 갤럭시 XR은 안드로이드 기반 XR 기기이므로 기존의 방대한 안드로이드 앱을 즉시 이용할 수 있지만, 플레이스토어엔 아직 XR 전용 콘텐츠가 많지 않았다. XR만이 제공할 수 있는 몰입감을 느끼고 싶은 사용자로선 며칠만 지나도 새로운 콘텐츠가 바닥이 나는 상황이다.
갤럭시 XR의 국내 공식 발매가는 269만원으로, 경쟁 제품인 애플 비전 프로(500만원대)의 절반 수준이지만 스마트폰처럼 대중화되기엔 가격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향후 대량 생산으로 가격이 낮아지고 XR을 접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XR 시장이 커지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갤럭시 XR이 프리미엄 성능으로 볼륨존(중간 가격대)을 공략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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