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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은 여전히 흙범벅… “집엔 언제 가나” 막막 [심층기획-‘땅밀림’ 상능마을 집단이주 10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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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26 06:00:00 수정 : 2025-11-26 10:07:36
산청=소진영 기자 s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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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7월 폭우에 큰 피해 입어 ‘쑥대밭’
아직도 도로 끊기고 보상 측량 중
구사일생 주민들 모텔·친척집 전전
“애타는 마음에 무너진 밭을 확인하러 갔는데, 머리가 아파서 다시는 못 간다. 그대로 남아있는 마을을 보면 내 가슴도 무너지는 듯하다.”

경남 산청 생비량면 상능마을 인근에서 만난 주민 선향월(87)씨는 이렇게 말했다. 올 7월 폭우로 마을 전체가 쓸려 내려가는 땅밀림 피해를 본 상능마을은 4개월이 지났지만 참혹한 모습이 여전했다.

 

17일 오후 찾은 상능마을 입구엔 ‘땅밀림 진행 중으로 접근 시 2차 피해가 있을 수 있어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가 붙어 있었다. 산꼭대기에 있는 정자와 나무는 온전히 서 있었지만, 바로 아래로 콘크리트 바닥은 조각난 채 솟아있었다. 생비량 방면 도로까지 쓸려 내려온 흙은 2개 차로 도로를 전부 막았고, 산비탈을 따라 비닐하우스와 슬레이트 지붕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흘러내렸다. 두 동강 난 옹벽과 주택 서너 채부터 대형 가전제품과 전봇대가 찌그러진 채 흙 속에 뒤섞였다. 마을에는 보상을 위해 측량 작업에 나선 직원 서너 명이 돌아다닐 뿐 인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마을이 멈춰선 그날 이후 지금까지 주민들은 여전히 이재민이다.

 

주민 오상우(84)씨는 “전기도 통신도 끊긴 상황에서 절벽이 된 땅 위에 사다리를 놓으며 겨우 빠져나왔다”며 “구사일생했지만 3년은 더 있어야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해진다고 한다”고 말했다. 수해가 일어난 지 한 달 만인 8월19일 산청군과 경남도는 상능마을 전체를 이주하기로 결정했다. 26일이면 상능마을 집단이주 결정이 확정된 지 100일째가 된다. 

 

땅밀림은 산의 지반 전체가 미끄러져 땅이 움직이는 현상을 말한다. 많은 비로 지하수가 불어나고 지반이 약해지면 발생한다. 땅 전체가 움직이는 만큼 흙이나 바위가 조금씩 쓸려 내려가는 산사태에 비해 피해 규모가 크다.

 

전조 증상을 확인한 주민들이 빠르게 대피하면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평균 연령 77.1세인 주민 11명은 집단 이주 마무리까지 모텔 신세를 져야 하는 형편이다. 나머지 2명은 친척 집에서 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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