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쌀밥보다 비타민 등 영양 풍부
세포 노화속도 늦추고 질병 예방
교수·유튜버서 민간 컨설턴트로
서울시 건강정책 설계 적극 주도
질병 치료 앞서 예방 시스템 중요
지자체뿐 아니라 정부도 나서야
‘저속노화’ 전문가로 현재는 서울시 건강총괄관으로 활동 중인 정희원(41) 전 서울아산병원 교수에게 나이 들어서도 건강하게 사는 비결은 사뭇 간결하다. 잘 먹고 잘 자고 운동하고 스트레스 받지 않는 삶. 어떻게 잘 먹느냐에 대한 지침은 흰쌀밥을 끊고 잡곡밥을 먹으란 것이었다.
24일 서울시청에서 만난 그는 “밥만 바꿔도 많은 게 바뀔 수 있다”며 “예방되는 질병의 수가 어마어마하다”고 강조했다. 저속노화란 노화 속도를 늦춰 건강 수명을 늘리는 생활방식을 말한다. 정제되지 않은 현미, 귀리, 퀴노아, 렌틸콩 등 통곡물·잡곡밥은 저속노화 식단의 핵심이다. 흰쌀밥과 같은 정제된 탄수화물보다 혈당을 천천히 올리며 식이섬유, 비타민, 미네랄 등도 풍부하다. 이 때문에 노화 관련 질병 예방과 세포 노화 속도를 늦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총괄관은 “노화 속도를 느리게 경험하면 고장이 덜 나고 그러면 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뇌혈관 질환, 암 등 모든 게 늦게 오는 것”이라며 “빨리빨리 건강 상태가 나빠져서 골골거리면서 마지막 30년을 보내느냐, 아니면 100년을 꽉 채워서 잘 먹고 잘 사느냐는 젊었을 때 노화 속도 관리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시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난 8월 이후 가장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정책 역시 외식이나 배달 시 잡곡밥을 선택할 수 있는 ‘통쾌한 한 끼’다. 현재까지 업체 100여곳에서 참여 의사를 밝혔으며 올해 안에 1000곳을 유치하는 것이 목표다.
노화 속도를 결정하는 생활습관은 사회환경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정 총괄관은 “식습관, 수면, 스트레스가 다 연결돼 있는데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노동시간, 출퇴근 교통, 복지 등과 큰 상관관계를 보인다”며 “전 세계적으로 건강도시에 대한 관심이 큰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노동시간, 통근시간이 전 세계 가장 긴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속노화는 개인의 노쇠뿐 아니라 돌봄, 간병, 사망 등 모든 걸 늦추기 때문에 사회적인 효과가 크다”며 “정부와 지자체에서 당장 관심 갖고 추진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연구자로서 정책에 직접 참여하게 된 이유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책 가운데 가장 잘한 것을 꼽아 달라고 하자 그는 ‘손목닥터9988’과 ‘기후동행카드’라고 즉답했다. 정 총괄관은 “손목닥터9988을 두고 사람들이 ‘무슨 걷는 데 돈을 줘’라고 하곤 하는데 사실 8000보 이상 걸으면 다양한 질병이 예방되는 효과가 있다”며 “의료비는 물론 삶의 질까지 개선하는 프로그램인데 직접 예산만 따져도 이익일 뿐 아니라 비경제적 이익까지 따지면 엄청날 것”이라고 짚었다. 기후동행카드에 대해선 “대중교통 인센티브 정책은 개인의 탄소발자국을 줄일 뿐 아니라 강제적인 신체활동을 유도해 돈도 아끼고 질병도 예방시켜 주는 일석삼조 정책”이라고 부연했다.
정 총괄관은 지자체뿐 아니라 정부도 적극적으로 국민의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질병을 치료하는 의료체계 전에 예방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각국 정부는 고령화사회에 대비해 인구집단 연구를 바탕으로 정책을 마련하고 국가별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며 “국민의 건강한 노후가 국가의 성장 잠재력을 좌우하기 때문에 이재명정부가 한시라도 빨리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노인의학적 관점의 진료실이 갖춰진 공공의료 기관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노인의학이라는 개념 자체가 우리나라에서는 전문 진료 분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데 정부에서 나서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형병원 의사이자 잘나가는 방송인, 유튜버에서 시간제 민간 컨설턴트로 전직한 정 총괄관은 “마치 인턴처럼 배우고 있다”며 “지난달 시에서 받은 월급은 90만원”이라고 웃어보였다. 저속노화를 트렌드로 만든 그가 시와 공조해 건강도시의 마중물을 붓고 있는 셈이다. 그는 “지금은 국민 복리 증진과 건강한 노후를 위해 정책 주도자들이 노력해야 할 때”라며 “합리적인 의사결정 또는 수정주의적 의사결정이 필요한데 정쟁에 매몰되어선 아까운 시간을 계속 놓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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