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국회의원 과반수가 12·3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 의원 107명 중 장동혁 대표와 구속된 권성동 의원을 제외한 105명을 대상으로 ‘12월 3일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다고 보느냐’고 질문한 결과, 참여한 82명 중 43명(52.4%)이 찬성한 것에 비해 반대는 14명(17.1%)에 불과했다고 중앙일보가 전했다. 국가와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위헌·불법 계엄에 대해 대다수 국민 인식과 큰 틀에서 맥을 같이한다는 점에서 다행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보수 정당의 참담한 현실에서도 한 줄기 희망의 빛은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지도부와 당의 진로에 책임 있는 중진들이다. 장 대표는 장외집회에서 “갈라지고 흩어져서 계엄도 탄핵도 막지 못했고, 이재명 정권의 탄생도 막지 못했다”며 “2025년 12월 3일, 우리 모두 하나로 뭉쳐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과는커녕 계엄·탄핵 정국에서의 한동훈 전 대표를 겨냥한 듯한 발언으로 당내 불화를 자초하다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5선 나경원 의원은 계엄해제 표결 방해 혐의로 구속 기로인 추경호 의원에 대한 영장 발부 여부를 놓고 판단하자는 미온적 자세다. 위기의 본질을 외면하는 안일한 상황인식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식이면 국민의힘은 미래가 없다. 여권의 내란 종식 드라이브에 빌미를 제공할 뿐 아니라, 강경 개혁 노선을 견제할 명분조차 잃을 것이다. 오죽했으면 양향자 최고위원이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장 대표를 앞에 두고 “12·3 계엄은 계몽이 아닌 악몽이었다”고 직격탄을 날렸겠는가. “미래로 나아가고 싶은 당원과 지지자를 정작 우리 지도부가 그날에 붙잡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라는 양 최고위원 호소를 겸허히 경청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권의 국정 동반자로서 계엄사태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지도부가 침묵하자 안철수, 진종오 의원 등이 개별적 사과에 나섰으나 국민 눈에는 턱없이 부족할 뿐이다. 국민의힘은 추 의원이 구속되면 ‘내란 정당’ 이미지가 덧칠되는 위기를 피할 수 없다. 경찰도 어제 계엄 당시 과오에 대해 조직 전체의 의사로 공식 사과하는 등 우리 사회가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려고 하고 있다. 계엄 1주년을 맞아 국민의힘은 현역 의원뿐 아니라 당(黨)의 총의로 엄중히 사과하고 혁신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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