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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쯤 괜찮겠지”…그 선택이 10년 뒤를 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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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6-01-12 06:49:17 수정 : 2026-01-12 06:59:46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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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서도 미루는 치료…‘약은 다음에’가 만든 만성질환 관리의 빈틈

아침 출근길은 늘 비슷하다. 알람을 한 번 더 미루고, 서둘러 씻고, 옷을 갈아입는다. 식탁 위 한쪽에는 전날 밤 올려둔 약통이 있다. 혈압약이다. 손이 닿지 않는 곳도 아니다. 다만 커피를 먼저 내리게 되고, 휴대전화를 확인하다 보면 약통은 그대로 남는다. 집을 나서는 순간, 약 생각은 사라진다. “오늘 하루쯤은 괜찮겠지.”

 

젊은 연령층에서도 만성질환 진단 비중이 늘고 있다. 게티이미지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46)씨는 고혈압 진단을 받은 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약 복용이 들쭉날쭉하다. 김씨는 “처음에는 약을 안 먹어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며 “그게 오히려 더 안심이 됐다”고 말했다. 몸이 멀쩡하다는 감각은 치료를 미루는 가장 강력한 이유가 됐다.

 

이런 선택은 특별하지 않다.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을 진단받은 사람들 상당수가 비슷한 시간을 보낸다. 병을 몰라서가 아니다. 검사 결과도 들었고, 의사의 설명도 기억한다. 다만 ‘지금 당장’ 치료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판단이 반복될 뿐이다.

 

◆“그땐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12일 질병관리청이 공개한 최근 자료를 보면, 만성질환 진단 이후 실제 치료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는 여전히 적지 않다. 고혈압 환자 가운데 상당수는 자신의 상태를 알고 있지만, 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비율은 그보다 낮다. 고지혈증 역시 수치를 인지하고도 치료를 미루거나, 약을 시작했다가 중단하는 경우가 흔하다.

 

의료 현장에서는 이를 단순한 ‘의지 문제’로 보지 않는다.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수치는 단기간에 통증이나 불편을 만들지 않는다. 수치가 조금 높아도 일상생활에는 큰 변화가 없다. 치료의 필요성이 체감되지 않는 구조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내과 전문의는 “진료실에서 뒤늦게 치료를 시작한 환자들에게 과거를 물어보면, 거의 예외 없이 ‘그땐 정말 괜찮았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그는 “문제는 그 ‘괜찮았던 시간’이 누적된 뒤에야 결과로 나타난다는 점”이라며 “그 시점에서는 이미 관리가 훨씬 어려워진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당뇨병은 약보다 생활이 더 어렵다

 

당뇨병은 상대적으로 치료 시작률이 높은 질환이다. 그러나 목표 혈당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환자는 많지 않다. 약만으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식사 조절과 운동, 수면 관리가 함께 따라야 한다.

 

회사 회식, 불규칙한 야근, 끼니를 거르는 생활은 혈당 관리의 가장 큰 적이다. 한 번 흐트러진 생활 리듬은 다시 잡기 어렵다. 약을 줄이거나 운동을 미루는 선택이 반복되면서 혈당은 다시 오르기 시작한다.

 

앞선 전문의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으면 치료 강도를 스스로 낮춰도 된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과정이 반복되면 결국 약은 늘고, 관리 부담은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치료가 늦어지는 이유, 개인 탓만은 아니다

 

만성질환 관리가 어려운 이유를 개인의 의지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잦은 야근과 회식, 불규칙한 식사와 수면 구조 속에서 건강 관리는 늘 뒤로 밀린다. ‘조금 더 있다가’라는 선택은 개인의 게으름이 아니라, 생활 구조의 결과에 가깝다.

 

치료를 시작하는 시점이 장기 예후를 가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티이미지

다만 의료진은 한 가지를 분명히 짚는다. 치료 효과보다 중요한 것은 치료를 언제 시작하느냐다. 약을 꾸준히 복용하면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는 비교적 빠르게 안정된다. 당뇨병 역시 생활 관리에 성공한 사례는 적지 않다.

 

“하루 이틀 약을 거른다고 바로 문제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날이 쌓이면, 어느 순간부터는 되돌리기 어려워집니다.”

 

만성질환은 갑작스러운 사건이 아니라, 일상의 선택이 누적된 결과다. 의료진이 수치보다 인식을 더 경계하는 이유다. 치료가 필요 없다고 판단하는 순간부터, 관리는 자연스럽게 뒤로 밀린다. 그리고 그 공백은 생각보다 길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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